[농촌 Zoom 人] 무엇이든 ‘척척’ 생활불편 해결마을 일원 안착

입력 : 2021-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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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씨가 이웃집 어르신을 찾아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순천=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농촌 Zoom 人] ‘대평리 맥가이버’ 김현철씨

순천시 ‘청장년 맥가이버 사업’ 참여

지난해 5~12월 1기로 다양한 활동 지금까지도 매일같이 어르신들 찾아

‘마을활동가’ 2개월 교육과정 수료 풍년 기원 당산제 등 주민 사업 주도

산마늘 수확 체험농장 운영 계획도

 

<맥가이버>는 1985년 미국에서 방영됐던 드라마다. 극 중 주인공 맥가이버는 첩보원이지만 총을 무서워해 최신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각종 발명품과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전남 순천시 월등면 대평리에도 맥가이버가 있다. 말만 하면 무엇이든 척척 고치고 만들어줘 ‘맥가이버’로 불리는 귀농인 김현철씨(50)다.

순천에 정착한 지난 1년 동안 김씨는 윗집 할머니, 아랫집 형님과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안부를 묻는 것이 김씨의 하루 일과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맥가이버로 불리게 된 것은 순천시에서 진행한 ‘청장년 맥가이버 정착 지원사업(맥가이버 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서울에서 정보보안업체를 운영하던 김씨는 빠른 기술 습득을 요하는 업계 특성상 평균적인 퇴직 연령보다 이른 퇴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퇴직 이후 해야 할 일을 찾다가 순천시의 맥가이버 사업을 알게 됐다. 이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청·장년층이 맥가이버가 돼 고령화가 심각한 읍·면 지역 취약계층 주민들의 생활불편사항을 해결해주도록 하는 사업이다. 김씨가 포함된 1기 맥가이버는 모두 5명으로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해 수도·전기를 고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맥가이버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을 찾아뵐 수 있어 훨씬 수월했어요. 외지에서 들어와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데, 맥가이버는 마을 이장님도 인정한 사람이라 친근하게 느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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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씨가 자신의 작업공간에서 농막 수리에 필요한 자재를 절단하고 있다.

김씨는 매일같이 어르신들을 찾아가 망가진 대문을 고치고 뚫린 방충망을 교체했다. 축사의 망가진 부분을 수리하는 것도 김씨의 몫이었다. 8개월간의 맥가이버 활동이 끝난 지금도 김씨는 하루에 두번 정도 어르신들을 찾아뵌다.

“마을 사람들하고 매일같이 얘기하면서 마을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게 됐어요. 마을이 저를 일원으로 받아주니 저도 마을에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김씨는 이제 맥가이버가 아닌 ‘마을활동가’로 자신을 소개한다. 특히 순천시에서 진행한 2개월간의 ‘마을활동가’ 교육과정을 거치며 행정업무와 회계처리 방법까지 공부하면서 공인받은 마을 일꾼이 됐다. 8월에 예정된 주민총회에서는 김씨를 비롯한 다른 주민자치회 회원들이 찾아낸 다양한 사업들을 주민투표에 부쳐 추진할 계획이다. 가령 풍년 기원 당산제 운영을 위한 액막이굿이나 민속 공연 진행, 월등면 유튜브 채널 활성화 등의 사업이다.

특히 김씨는 전남도교육청이 진행하는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 컨설팅에 참여해 월등면 망용리에 ‘주동복숭아유학마을’을 조성하는 데 일조한 바 있다.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은 전남 이외의 도시 학생들을 전남도 내 학교로 불러들여 생태·환경 체험을 제공하는 것인데, 김씨의 노력으로 순천의 초·중학교에서도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었다. 옆집 전기공사에서 시작한 김씨의 역할이 마을을 도시에 알리는 데까지 확장된 것이다.

“순천에 도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볼거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서 찾아올 만한 체험농장을 만들어 순천을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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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가이버 활동을 하는 동안 김씨는 고령의 어르신이 5년간 방치해둔 땅을 대신 관리하게 됐다. 이는 맥가이버 활동 중 김씨가 얻은 소득이다. 김씨는 어르신이 빌려준 땅을 개간해 661㎡(약 200평)의 밭을 만들었다. 여기에 산마늘 씨앗을 뿌리고 꽃을 심었다. 체험농장을 만들어 직접 아이들이 산마늘을 수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김씨가 꿈꾸는 농장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가든(Garden) 형태로, 이름은 ‘지팜(G-Farm·Garden Farm)’이라 지었다.

“맥가이버 활동을 하면서 농기계를 고치고 공공장소에 디딤판을 만들었던 것은 제가 받은 도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어르신들이 농촌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저에게 먼저 집수리하는 법과 작물 키우는 법을 알려주셨죠. 마을활동가로서 더 열심히 일하고 체험농장도 운영하면서 그동안 받았던 도움을 갚고 싶습니다.”

순천=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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