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꽃 연구원에서 꽃 선생님으로

입력 : 2021-07-07 00:00 수정 : 2021-07-0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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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섭 꽃담원 대표가 ‘정읍시 시민정원사 교육’ 등이 이뤄지는 온실 앞에서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정읍=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농촌 Zoom 人] 송정섭 꽃담원 대표

농진청서 33년간 화훼분야 연구 2014년 조기 은퇴 후 귀촌생활

꽃 아카데미 운영…수강생 줄이어 정읍시 시민정원사 교육 등에도 참여

 

전북 정읍시 쌍암동에 위치한 정원 ‘꽃담원’의 봄은 산수유·매화·목련으로 가득 찬다. 여름에는 산딸·배롱 나무 꽃, 가을에는 복자기 단풍, 겨울에는 향나무가 그림 같은 경관을 만들어낸다. 1983㎡(약 600평) 규모의 꽃담원에는 초본류와 목본류 300종이 있는데, 입구에는 뽕나무가 드리워져 있고 가운데에는 고욤나무·감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뒤편으로 흐르는 개울가에는 가끔 수달이 헤엄쳐 오기도 하고 밤에는 반딧불이가 하늘을 수놓는다.

사시사철 꽃담원으로 ‘꽃미남(꽃에 미친 남자)’과 ‘꽃미녀(꽃에 미친 여자)’들을 불러들이는 이는 송정섭 대표(6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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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섭 꽃담원 대표가 꽃수레 속 식물들을 관리하고 있다.

송 대표는 농촌진흥청에서 화훼분야 연구를 하던 공무원이었다. 자생식물에 대해 연구하는 등 33년 동안 꽃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았다. 그는 할미꽃·구절초·앵초 등 자생식물을 화훼작물로 개발하며 씨앗을 발아시키는 법, 여러 계절에 균등하게 꽃을 피우는 법 등을 연구했다. 하지만 공무원 생활의 갑갑함이 송 대표를 힘들게 했다.

“공무원이라면 개인이 하고 싶은 일보다 조직의 업무가 우선이라는 책임감이 필요해요. 은퇴 후에는 오직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서 귀촌을 결심했죠.”

송 대표는 새로운 삶을 위해 2014년 남들보다 2년 일찍 은퇴해 58세에 귀촌했다. 정읍은 국립공원인 내장산을 품고 있어 자연을 만끽하기에 좋은 곳일 뿐 아니라 송 대표에겐 외할머니를 만나러 가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송 대표는 20년 전 외가가 있던 터에 정착하기 위해 우선 텐트를 치고 땅을 일구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한두시간 풀을 뽑고 식물을 옮기며 자연과 소통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농막을 지어 텐트를 벗어나고 정원 중앙에 더 큰 집을 지어 이사하는 등 정원과 생활을 한단계씩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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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담원에서는 초본류 및 목본류 300종을 볼 수 있다.

송 대표는 귀촌 후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꽃담원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온실에서 진행하는 아카데미는 꽃의 특성과 재배방법 등 정원 가꾸기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이다. 농진청 화훼분야 박사 출신이 수업을 진행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 각지에서 수강생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정작 마을주민보다는 타지에서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이 90%를 차지하자 송 대표는 지역민과의 교류를 넓힐 방법도 모색했다. 그래서 그는 ‘정읍시 시민정원사 교육’ 프로젝트에 강사로 참여했다.

시민정원사 교육은 정읍시가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시민들에게 식물·정원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을 이수한 수강생은 수료증을 받을 수 있고, 시에서 진행하는 마을정원사업 등에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진다.

송 대표는 교육에 강사로 참여하면서 정읍시에 한가지 조건을 달았다. 공무원들이 주말반이라도 꼭 수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도심 속 정원을 책임져야 할 공무원들이 화훼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책상에서만 정책을 만들면 실용성이 없어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부하며 손으로 익히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들이 강의를 듣도록 제안했죠.”

또 꽃담원은 정읍교육지원청의 ‘마을로 가는 소풍’에도 참여하고 있다. 마을로 가는 소풍은 초등학생에게 동물농장·정원 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송 대표는 학년마다 배우는 내용이 달라 교과서를 펼쳐놓고 공부하며 가르친다.

“이제 막 글씨 쓰는 연습을 하는 1학년들에겐 꽃 이름을 설명해줍니다. 꼬부랑 할머니의 모습을 닮은 할미꽃을 설명해주면 아이들이 옛날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집중하곤 하죠.”

학교에서 강낭콩의 한살이를 배우고 온 4학년에겐 나무와 풀의 차이를 알려준다. 아이들은 수업 중 가끔 풀벌레들과 교감하기도 하고 냇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자연을 있는 그대로 체험한다.

송 대표는 자신이 ‘화훼’라는 전문성을 활용한 것처럼 누구나 본인만의 특화된 분야를 살린다면 귀농·귀촌 후에도 마을이나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꽃은 제 삶의 키워드예요. 꽃을 연구한 경험을 살려 나이 들어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꽃을 즐기고 나누는 거죠. 누구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농촌에 온다면 즐길거리가 너무 많습니다.”

정읍=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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