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애물단지 옛 양조장, 지역관광 명소 변신

입력 : 2021-06-23 00:00 수정 : 2021-06-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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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의 오래된 양조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산양정행소’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는 도원우 리플레이스 대표. 산양정행소에는 양조장 건물의 흔적이 멋스럽게 남아 있다. 문경=이희철 기자 photolee@nongmin.com

[농촌 Zoom 人] 도원우 리플레이스 대표

4년 전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참여 지자체 소유 유휴공간 위탁 운영

목조건물 산양양조장 리모델링 여행객들 위한 문화공간 탈바꿈

한옥·사택 새단장…관광객 맞아

“지역민과 경제·문화 상생 최우선”

 

정행(征行)은 일·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에 가는 일을 뜻한다. 경북 문경의 ‘산양정행소’는 문경으로 여행 온 사람들을 위한 안내소다. 관광객에게 문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나눠주고 숨은 명소를 찾아다닐 수 있는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산양정행소는 경북도 산업유산으로 지정된 옛 ‘산양양조장’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산양양조장은 1944년 건축돼 일식 목조건물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1960∼1980년대 문경의 석탄산업 부흥에 힘입어 막걸리를 활발하게 생산했다. 하지만 폐광 이후 1998년 막걸리 생산을 멈췄고 제 역할을 찾지 못하던 양조장에 발을 들인 것은 대구에서 온 청년 도원우 리플레이스 대표(29)다.

리플레이스는 도 대표가 귀촌을 결정한 후 2017년에 만든 회사로,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유휴공간을 위탁 운영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채우는 일을 한다. 도 대표와 10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상품유통·경영전략·매장관리·디자인 팀이 산양정행소를 비롯해 게스트하우스·카페·셀프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카페의 식음료 메뉴를 개발하고 지역관광을 위한 프로그램도 기획한다.

“원래 다니던 보험회사는 매년 실적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허탈함이 컸어요. 노력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도 대표는 각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청년 대상 지원사업을 기회의 발판으로 삼았다. 대학 때 만난 친구 세명과 2017년 경북도가 모집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에 참여해 1인당 3000만원씩 지원받는 데 성공했고, 6개월 동안 경북 전역을 돌며 사업을 현실화할 공간을 물색했다. 지자체마다 유휴공간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이때 알게 됐다.

산양양조장은 문경시가 역사적 가치 때문에 소유하고는 있지만 활용을 못하던 애물단지였다. 도 대표와 건축 전문가는 70년 넘은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로이 단장했다. 세월의 흔적을 살리기 위해 오래된 기둥은 썩은 밑동만 잘라내고 새 기둥을 이어 붙였다. 근대 일본식 건물의 특징인 노출된 목조 트러스(직선 봉을 삼각형으로 조립한 골조 구조물)도 그대로 복원했다.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부분은 막혀 있던 서쪽 벽면에 목재로 문을 낸 것으로, 이를 통해 안과 마당이 연결되도록 했다. 또 양조장의 스토리를 살려 입구에 막걸리 상자를 쌓아두고 술 항아리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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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우 리플레이스 대표가 산양정행소에 전시된 막걸리병을 정리하고 있다.

도 대표는 문경시로부터 양조장뿐 아니라 1800년대 형성된 인천 채씨 집성촌의 종갓집과 1945년 지어져 지금은 국가등록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는 금융조합 사택도 위탁받아 리모델링했다. 한옥은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 ‘화수헌’으로, 사택은 셀프스튜디오 ‘볕 드는 산’으로 변신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역민과 상생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았어요. 지역에 불쑥 찾아온 불청객으로 있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제가 돈을 벌면 지역민도 같이 돈 버는 구조를 만들었죠.”

도 대표는 연고 없는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제적 상생에 집중했다. 산양정행소에서 판매하는 식음료의 재료는 모두 마을농가에서 난 쌀·쑥·딸기·수박·살구 등 질 좋은 농산물이다. 특히 지역막걸리를 활용해 만든 ‘문경막걸리 타르트’와 문경의 명물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 릴렉서’는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시그니처’ 메뉴가 됐다.

경제적 상생 다음으로 도 대표가 고민한 것은 문화적 상생이다. 인터넷 홍보·판매를 거의 하지 않는 지역 내 고령 예술가들의 작품을 산양정행소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은 자신이 만든 도자기·귀고리·엽서·책 등을 팔 창구를 확보했고, 관광객들은 볼거리가 늘어났다. 또 60대 이상이 대부분인 지역민 연령대를 고려해 트로트·시낭송·국악 행사 등도 개최하고 있다.

“농촌에서는 특색 있는 공간을 만들기가 도시보다 쉬운 것 같아요. 고택을 분위기 있게 꾸미거나 넓은 마당을 활용하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잖아요. 상대적으로 문화행사가 적은 농촌에서 하고 싶었던 행사를 열다보면 새로 하고 싶은 일들이 계속 생겨나요. 창업에 뜻이 있다면 농촌에서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문경=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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