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귀농인·마을주민 ‘농촌 공동체 복원’ 과정 담았어요

입력 : 2021-04-07 00:00 수정 : 2021-04-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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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두지마을 청년회 구준회 사무국장, 회원 김선영씨, 김재석 순창군 귀농귀촌협의회 사무국장.

[농촌 Zoom 人] 두지마을 이야기 기록하는 김선영·구준회씨

마을 청년회 활동하며 의기투합 각각 글쓰기·사진촬영 재능 기부

책 ‘복작복작 재미지게 산당께’ 출간 마을 소멸 위기 극복 등 세세히 그려

일자리 제공·발전 기금 조성 등 위해 연꽃 활용 다양한 제품 생산 계획도

 

‘기록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지만 과거를 살펴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서울을 떠나 전북 순창군 풍산면 두승리 두지마을에 정착한 김선영씨(48)와 구준회씨(45)는 마을의 시간을 기록하며 축적하는 작업을 한다. 이들은 각자의 재능을 활용해 마을의 발전과정,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예술·문학 작품 등을 한데 모아 최근 책으로 엮었다. <복작복작 재미지게 산당께>라는 제목의 책은 귀농인과 마을주민이 힘을 합쳐 농촌 공동체를 복원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투쟁사’이기도 하다.

김씨는 2006년 남편·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두지마을 귀농 1세대다. 대학시절 농촌 봉사활동으로 이곳에 왔다 인연을 맺은 후 평소 관심 가져온 농촌운동을 펼쳐보겠다며 귀농을 결심했다. 구씨는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면서 친환경농산물 생산·유통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는데, 마을에 먼저 귀농한 선배의 권유로 2014년 이곳으로 들어왔다. 현재 마을 청년회 사무국장을 맡아 ‘일 벌리기’를 부업으로 삼고 있다.

두사람은 지난해 “마을의 기록을 써내려가자”며 의기투합했다. 좋은 마을을 만들겠다며 청년회 활동에 매진해왔지만 그 과정을 담은 기록물을 만드는 데는 소홀했다는 판단에서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던 김씨는 아예 출판사를 만들어 책을 엮을 준비를 했고, 구씨는 사진 찍는 재능을 기부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시작한 작업은 4개월을 훌쩍 넘겨 마무리됐다.

책 초반에는 귀농인과 기존 마을주민 간 갈등과 화해, 마을사업 추진과정 등이 세세히 담겨 있다. 두지마을은 자칫 소멸의 길을 걸을 뻔했다. 30여가구 4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2012년 2월5일을 끝으로 수백년의 역사를 이어온 정월대보름 당산제의 명맥이 끊길 판이었다. 대부분 70세가 넘는 어르신이 많아 행사를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그간 마을 일에 ‘강 건너 불구경’만 하던 젊은 귀농인들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김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0년 초반 서너가구의 귀농인으로 구성된 청년회가 뭔가 새로운 일을 벌일라치면 마을 주민들이 색안경을 끼고 ‘동네 고샅에 먼지바람 일으키지 말라’고 타박을 줬어요. 그러면서 귀농인들은 주변인처럼 살게 됐죠. 그런데 마을 공동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생각에 모두가 각성하게 된 거예요. 당산제 대안으로 마을의 모든 주민이 참여하는 ‘달집 태우기(짚과 나뭇가지 등을 원뿔 형태로 쌓은 달집을 태워 액운을 쫓는 풍속)’를 어르신에게 제안해 결국 승낙을 얻어냈어요.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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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두지마을 콩쿠르 대회’에서 마을주민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청년회는 마을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공모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2014년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희망마을 조성사업’에 참여하면서 옛 순창농협 창고를 개조해 현재 마을사랑방 역할을 하는 ‘두지마을 두레방’을 만들었다. 다음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새뜰마을사업에도 선정됐다. 총사업비 16억2500만원 규모의 사업이 진행된 후 주택 정비, 기반시설 정비, 경관개선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뤄냈다.

구술생애작가로 변신한 김씨가 세명의 여성 어르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부분도 인상적이다. 잊힐 뻔한 이들의 어린 시절은 물론이고 농촌으로 시집와 아이를 기르고, 농사지으며 느껴야 했던 희로애락이 오롯이 묘사돼 있다.

책 홍보요원을 자처해온 김재석 순창군 귀농귀촌협의회 사무국장은 “두사람처럼 실제로 농촌 속으로 뛰어들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은 귀농인은 많지 않다”면서 “집필 전문가가 아닌 귀농인이 미시적인 관점에서 마을 어르신들의 생애를 다룬 기록물을 만들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구씨는 마을의 또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 상징인 연꽃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보겠다는 구상이다.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마을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조성하려는 의도에서다.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이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마을 어르신들이 우리를 열심히 후원해주니까 말이죠. 게다가 살기 좋은 마을로 소문이 나면서 이곳에 안착한 귀농·귀촌인만도 어느덧 9가구 16명으로 늘어났으니 일꾼도 덩달아 많아졌어요. 앞으로 더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생길 테니 기대해주세요. 두번째 책이 나온다면 두께가 두배로 불어날지도 몰라요.”

순창=이문수 기자 leemoons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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