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마녀의 지침서 원칙에 맞춰 제철 꾸러미 보내드려요”

입력 : 2021-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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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년농부 김예슬씨(왼쪽)와 배이슬씨.

[농촌 zoom 人] 농산물 꾸러미 ‘마녀의 계절’ 판매 배이슬·김예슬씨 

• 먹는 사람이 행복한 농산물 생산하기

• 농부와 소비자가 평등한 관계 갖기

• 합당한 가격에 농산물 판매하기 

               

전북 진안·경남 합천서 각각 농사지어 2019년 봄, 여성 청년농부 캠프 인연

직접 키운 다양한 작물 풍성하게 구성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밥상’이다. 하지만 인스턴트식품과 배달음식이 늘면서 우리 밥상은 계절감을 점점 잃고 있다. 여기, 제철 농산물 꾸러미로 밥상에 잃어버린 계절을 되찾아주겠다고 결심한 ‘마녀’들이 있다. 전북 진안에서 쌀·고구마·블루베리·서양채소 등 농사를 짓는 배이슬씨(32)와 경남 합천에서 콩·고구마·생강·감자·양파 등을 키우는 김예슬씨(27)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배씨는 ‘이슬’, 김씨는 ‘서와’라는 별명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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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농산물로 구성된 꾸러미 ‘마녀의 계절’.


“제철 농산물 꾸러미에 ‘마녀의 계절’이란 이름을 붙인 건 땅에서 농산물이 자라는 모습이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신비로운 일이기 때문이에요. 또 마녀는 마법사와 하는 일이 같은데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담겨 있는 대표적인 단어죠. 농촌에서도 여성·청년·농부에 대한 각각의 편견이 존재해요. 모처럼 여성 청년농부들이 똘똘 뭉친 만큼 우리만의 색깔을 꾸러미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배씨와 김씨가 첫 ‘마녀의 계절’을 보내기 시작한 건 2019년 봄. 여성 청년농부들이 모인 한 캠프에서 인연을 맺고 꾸러미를 보낸 지 어느덧 3년째다. “한주에 꾸러미 3개씩만 팔려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마녀의 계절’은 한주에 10개씩 팔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들은 계절별로 나눠 각자 생산하는 농산물로 꾸러미를 만든다.

“저희는 둘 다 소농이에요. 저(이슬)는 100종류 정도의 농산물을 조금씩 키워요. 예를 들어 가지 하나도 쇠뿔가지·옥지기가지·베트남흰가지 등 종류가 다양하죠. 서와도 스무살 때부터 다양한 작물을 심어 거두고 있어요. ‘돈 안되는 농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작물을 심은 덕에 꾸러미가 풍성해집니다.”

지역도, 나이도 다른 이들이 하나의 꾸러미로 마음을 모은 데는 생산과 판매에 관한 8가지 원칙을 세운 ‘마녀의 지침서’가 한몫했다. 마녀의 지침서에는 ‘먹는 사람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농산물 생산하기’ ‘농부와 소비자가 평등한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기’ ‘자연에서 제멋 부리며 자란 농산물을 합당한 가격에 판매하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마녀의 지침서에 공감한다면 ‘마녀의 계절’에 함께할 수 있어요. 강원 홍천에서 농사짓는 덜꽃(김미연·45)도 지난해 9∼10월 ‘반짝 마녀(잠깐 꾸러미에 참여하는 사람)’로 동참하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저희와 뜻이 맞는 여성 청년농부가 있다면 마음의 문을 열 생각이에요.”

또 올해는 소비자와 소통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 꾸러미 구매자를 대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네이버 밴드의 초대장을 보내 수락한 사람에게만 꾸러미를 판매키로 했다. 이들은 자신의 소비자를 ‘식구’라고 부른다.

“지난해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식구들을 밭으로 초대하려고 했어요.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하는 거죠. 새 식구가 되고 싶으시면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접할 수 있으니 찾아와주세요!”

배씨와 김씨는 농사 외에도 청년농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배씨는 학생들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텃밭수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김씨는 ‘서와’라는 필명으로 시를 쓴다. 지난해 11월엔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라는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둘은 올해도 다른 청년농들과 배씨의 ‘이든농장’을 토대로 농촌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작당하고 있다.

“올해는 각자 가지고 있는 가치를 땅에 실험해보는 한해로 정했어요. 다양한 방법으로 거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한 농부와는 흙과 미생물에 대한 공부를 함께하며 거름을 만들고 작물의 생육 과정을 관찰하기로 했어요. 최근엔 플라스틱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어요.”

이들이 바라는 건 단순하다. 바로 여성·청년·소농이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는 것.

“국가에서 여성·청년·소농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농사에 뛰어들려고 하면 막막한 게 현실이에요. 거주지, 농사지을 땅 등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 다양한 빛깔을 가진 여성·청년·소농이 농사라는 멋진 마법을 부렸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앞으로 다른 농부들과 연대하며 힘을 보태려고 해요.”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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