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못난이 농산물로 화장품 만들어…“지역과 상생”

입력 : 2021-01-20 00:00 수정 : 2021-01-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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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Zoom 人] 김지영 브로컬리 대표

회사명 ‘브랜드+로컬’ 합성…지역 가치 담아 상품화 의미

제품 원료는 모두 유기농…용기도 옥수수 활용 제작

주민에 가공 맡기고 농가와 계약재배로 ‘경제 선순환’ 목표

 

포대에 담긴 채 헐값에 팔려 잼이나 즙으로라도 가공되면 다행인 게 ‘못난이 농산물(비규격 농산물, B급 농산물)’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못난이 농산물에서 ‘뷰티(아름다움)’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제주에서 난 유기농 브로콜리로는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 건강한 선크림을, 경북 상주의 오미자로는 향긋한 ‘두피 케어 샴푸’를, 전북 무주의 유기산이 풍부한 사과로는 여성청결제를 만들었어요. 또 충남 홍성의 유기농 복숭아로는 성인용품인 이너젤을 만들었죠.”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소셜벤처기업 ‘브로컬리(Blocally)’를 운영하는 김지영 대표(41)의 설명이다. 소셜벤처기업은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면서 혁신기술을 도입한 회사로, 사회적기업과 벤처기업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브로컬리란 이름은 ‘Brand(브랜드)’와 ‘Locally(지역적으로)’를 합성한 것으로, 지역 가치를 발견해 브랜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브로컬리는 <어글리시크(UGLYCHIC)>라는 브랜드로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농산물의 대담한 변신에 어안이 벙벙할 수도 있겠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명쾌하다. “농산물의 성분과 산지에 가장 잘 맞는 제품이 뭘까 고민합니다.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하고 풍부한 과즙이 입안에 퍼지죠? 그 촉촉함이 어디에 가장 필요할까 생각해보세요.”

김 대표는 무엇보다도 브로컬리의 상품들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몸에 직접 바르는 화장품이라 친환경적인 원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유기농산물의 3분의 1 정도가 못난이 농산물인데, 저희 제품의 원료는 모두 유기농산물이에요. 게다가 제품 용기도 일반 플라스틱이 아니라 옥수수로 만든 생분해 용기를 씁니다.”

제품의 본질이 뭘까 치열하게 고민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는 김 대표는 원래 광고업에 종사했다. 칸 국제광고제에서 은상과 동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제 재능은 브랜드를 만드는 거예요. 광고일도 재밌었죠. 하지만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요. 그러다 사회적기업을 돕는 재능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점점 더 그 일에 이끌렸어요. 사회적 가치로 경제적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일이었고, 언젠가는 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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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화순읍 수만리마을의 구절초로 만든 스킨케어 제품군 ‘온도(owndo)’.

결국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후 2018년 창업했다. 창업 후 만든 첫번째 브랜드는 <온도(owndo)>로, 전남 화순군 화순읍 수만리마을의 이야기에 주목해 구절초로 만든 스킨케어 제품군을 선보였다.

“주민들은 구절초를 재배해 환으로 만들어 한약방에 팔았어요. 부인병이나 염증에 효험이 있는 약재니까요. 그런데 구절초를 재배하는 땅이 개발제한구역인 데다 한번도 농약을 친 적이 없더라고요. 유기농 인증을 받을 가치가 충분한데도 주민들이 고령화돼 받을 생각을 못했던 거죠.”

그래서 김 대표는 컨설팅 비용을 일체 받지 않고 유기농 인증을 받는 것부터 도왔다. 또 “피부가 약했는데 어머니가 구절초 우린 물로 닦아주면 쓰라림이 가라앉았다”는 마을 할머니의 이야기에 착안해 구절초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이 알려지면서 초가을이면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마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구절초 제품을 쓰면서 수만리마을을 알게 됐다며 꼭 가보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반응도 올라왔다.

수출도 일사천리로 성사됐다. 지난해엔 인도네시아에 수출했고, 올해는 독일·일본·북미 지역과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중국·베트남·두바이 등과 계약을 논의 중이다.

“올해는 일부 가공공정을 주민들에게 맡기려고 계획 중이에요. 농가와 계약재배도 할 생각이고요. 경제적 선순환이 이뤄지는 상생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브로컬리는 가장 상업적인 소셜벤처기업으로 커나갈 겁니다.”

이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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