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소농의 땀, 젊은 아이디어로 꽃피우다

입력 : 2021-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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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기획팀장이 전남 영광군 군남면 지내들에서 생산된 다양한 보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대산농촌재단

[농촌 Zoom 人] 마을기업 지내들영농조합법인 이선화 기획팀장

쌀·보리 재배농민들 모여 설립한 고향마을 영농법인 돕고자 귀농

홈페이지로 직거래 판매 시작 다양한 소포장·가공품 개발

판로 안정…현재 44농가 참여 “품종 다양화로 차별화 추구” 

 

2012년, 정부가 보리 수매를 전면 폐지하기로 하자 전남 영광군 군남면의 지내들(池內) 사람들은 고민에 빠졌다. 물진 들녘이라 지내들로 불렸던 곳이니 주민 대부분이 쌀·보리 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농사를 크게 짓는 것도 아니어서 동네에 논농사 기계 한대 갖춘 집이 드물었고, 한집 소출만으로는 트럭 한대 채우기도 한참 모자라 어디 가져다 팔 수도 없었다. 결국 집집마다 물량을 모아 트럭 한대를 겨우 채워 시장에 내다 팔다가 마을주민 아홉사람이 출자해 2013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2020년 행정안전부가 최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한 ‘지내들영농조합법인’의 시작이었다.

“시작은 했지만 2013년 첫해 매출은 없었다고 보면 되고, 2015년엔 지인 판매와 전화 주문으로 꾸려가다 한계에 부딪혔어요. 온라인 판매를 하고 싶어도 컴퓨터에 능숙한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고요.”

이선화 지내들영농조합법인 기획팀장(37)의 설명이다. 이 팀장은 대학 졸업 후 아동가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고향마을의 이장이고 어머니는 법인 대표여서 어려운 사업 형편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일하는 틈틈이 소셜커머스에서 보리와 쌀을 팔기 시작했고, 판매량이 점차 늘자 본격적으로 일을 돕기 위해 2016년 1월 귀농했다.

“사장님, 이제 저희 부모님 주머니 채워드리러 가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당차게 사표를 냈지만 당장 부모님의 우려 섞인 시선부터 마주쳐야 했다. 젊은 사람이 귀농하자 동네에서는 사업에 실패해서 내려왔다느니, 이혼했다느니 별 소문이 다 났다. 내려온 지 1개월 만에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일도 겪었다. 참고로 이 팀장은 2018년 지인의 소개로 만난 사람과 결혼했다.

“저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아 귀농했는데 사람들은 농부라는 제 명함을 부끄러운 것으로 보더라고요. 당시엔 힘들었지만 그냥 여기 일에만 집중하자 생각했죠.”

홈페이지에 결제창을 열어 직통 온라인 판로를 만들었고, 전국에서 열리는 농산물 판촉전을 찾아다니며 지내들의 찰보리쌀을 알렸다. 소꿉놀이하느냐는 핀잔을 들으며 쌀은 4㎏, 보리와 잡곡은 1㎏씩 소포장했다. 곡물라테·오트밀라테·새싹보리곡물라테 등 다양한 가공상품도 개발해나갔다.

“소농들이 모여 만든 기업이다보니, 쌀·보리 외에도 논둑에서 키운 잡곡을 팔기도 해요. 팥이 대풍년인 어느 해는 할머니들이 팥을 너무 많이 가져오셔서 고민이었어요. 저희도 파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때 개발한 게 ‘레드빈(팥)라테’예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아요.”

소비자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는 신제품 개발만 한 것이 없다는 게 이 팀장의 생각이다. 요즘엔 다른 기업과 협업해 떡볶이·보리치즈핫도그 등 가정간편식(HMR)도 개발 중이다.

판로가 안정되자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는 데도 여력이 생겼다. 현재 법인에는 44농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적미·녹미·흑미부터 누룽지 향 나는 찹쌀, 흑색·자색 보리와 청색보리인 <강호청> 등 특수 품종까지 재배하고 있다. 이처럼 품종 확보에 열심인 데에도 다 이유가 있다.

“보리 시세에 흔들리지 않는 저희만의 굳건한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그러자면 품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만의 보리 품종을 확보해 지내들 보리의 명성을 더 확고히 하고 싶습니다.”

영광=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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