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전세계 식탁에 뿔소라 오르는 그날 꿈꿔요”

입력 : 2020-12-23 00:00 수정 : 2020-12-2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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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원 대표가 관객들에게 해산물을 나눠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해녀의 부엌

[농촌 Zoom 人] 극장식 레스토랑 ‘해녀의 부엌’ 김하원 대표

연기 유학 준비 중 고향 들렀다

해녀 수입 제자리에 제주 정착 뿔소라 홍보·수요처 발굴 고심

특기 살려 해녀 삶 알리는 공연

해산물 식사 결합한 사업 시작 3만명 방문…유통분야도 도전

 

그녀들의 먹고사는 일은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었다. 사방이 바다고 땅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으니 목숨 걸고 바다에 뛰어드는 물질 말고는 먹고살 방도가 없었던 탓이다. 그래서 제주의 어머니들은 “새끼들 생각허몽 악착같이 이 악물고 살아오자개”를 주문처럼 외며 물속에서 숨을 참았고, 딱 바다가 허락하는 만큼 망사리를 채워 새끼들 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처럼 강인한 해녀들도 주수입원인 ‘뿔소라’ 값엔 매번 좌절했다. 뿔소라는 해녀들이 바다에서 채취해오는 제주 특산물로, 연간 생산량 2000t 중 80%가 수출되는 일본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다시피 한다. 거의 20년째 1㎏당 2700원 수준인데, 환율이나 물가를 고려하면 계속 떨어져왔다고 볼 수 있다.

김하원 ‘해녀의 부엌’ 대표(30)는 이 상황이 너무 억울했다.

“일본 외에 별다른 판로가 없으니 계속해서 단가만 낮추는 악순환이 반복됐어요. 제주도 차원에서 뿔소라 최저가격 5000원 보장제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고요. 결국 뿔소라의 새 시장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8년 5월 김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던 대학생이었다. 아르바이트로 아이들에게 연극치료 수업을 했는데 본격적으로 공부하고자 유학을 준비하다 고향인 제주에 잠시 머물던 차였다. 물을 유독 무서워하던 그녀의 어머니 외엔 집안의 여자 어르신 대부분이 해녀였단다.

“시장을 창출하려면 뿔소라를 알려야겠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사람의 이야기, 즉 연기고 공연이더라고요. 그렇다면 뿔소라란 식재료에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자 했어요. 제주도는 맛집투어가 유명하니 공연을 맛집투어처럼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떠올랐고요.”

김 대표는 그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공연과 식사를 결합한 지금의 ‘해녀의 부엌’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해녀의 부엌은 실제 해녀 네사람의 삶을 25분 정도의 짧은 연극공연으로 풀어낸 다음 관객들에게 해산물 이야기(강연), 해녀의 밥상(식사), 해녀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마무리한다. 현재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최고령 현역 해녀 89세 권영희씨부터 55세 막내 고인숙씨까지 6명의 해녀와 청년예술인 7명이 함께 공연을 꾸려나간다. 그러다보니 공연 레퍼토리나 강연자도 해녀들의 물질 일정에 따라 바뀐다. 식감이 좋은 뿔소라회부터 달큰한 맛의 뿔소라꼬지 등 이곳에서 내는 식사 또한 함께하는 해녀들이 채취해 직접 만든다.

지난해 1월 정식으로 공연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약 3만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5개월 정도밖에 공연하지 못했다. 대신 유통시스템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뿔소라 원물을 택배 판매하는 동시에 ‘뿔소라장’과 ‘해녀만능장’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했다. 현재 뿔소라 밀키트도 기획 중이다.

“해녀의 부엌은 문화플랫폼을 활용한 유통·판매 비즈니스로 최근 15억원의 기업 가치평가를 받았어요. 뿔소라라는 진정성 있는 식재료로 만든 공연 콘텐츠가 가공상품 개발, 유통시스템 구축 등으로 뻗어나간 거죠.”

퍽 많이 이룬 것 같은데, 아직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느냐는 물음에 김 대표가 말했다.

“전세계인의 식탁에 뿔소라를 올리고 싶습니다.”

제주=이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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