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자생식물 증식법 연구…“농가 소득작물로 만들고파”

입력 : 2020-12-09 00:00 수정 : 2020-12-0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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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대학교 원예육종학과 대학원생 김시은(오른쪽)·장경호씨는 우리나라 자생식물들의 발아 특성과 휴면 유형을 연구하고 있다. 울릉도=김도웅 기자

[농촌 Zoom 人] 토종 식물자원 연구하는 김시은·장경호씨

원예육종 공부하는 1년차 대학원생

식물 종자발아·휴면타파 방법 조사

연구실과 현장 누비며 데이터 축적

꼼꼼한 발표로 학술대회 수상도 

 

동해의 섬, 경북 울릉군 울릉도는 식물자원의 보고다. 600여종의 자생식물과 30여종의 울릉도 고유식물이 자라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라는 별명을 가진 곳이다. 그래서 식물자원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안동대학교 원예육종학과 대학원생 김시은·장경호씨가 겨울을 코앞에 두고 바닷길이 거칠어지기 시작하는 11월 중순에 울릉도를 찾은 것도 그런 이유다.

“연구실에서 말고 현장에서 직접 식물들을 보고 싶었어요. 울릉도에는 특히 자생식물이 많고 멸종위기종도 있어서 조사하기 좋은 곳이죠.”

남들은 관광을 위해 찾는 나리분지에서도, 송곳산에서도 이들은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 대신 먼지 날리는 땅에 코를 처박고 다녔다.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초록색 풀로 보이는 것들이 이들에게는 가슴을 뛰게 하는, 각자 이름을 가진 자생식물들이었다.

“희귀식물인 섬바디가 마치 잡초처럼 사방에 퍼져 자라고 있고 산중턱을 넘어가니 섬노루귀가 많아지고, 쑥부쟁이는 밭에서 자라더라고요. 현장에 직접 나와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구나 절감했어요.”

대학원 1년차 동기인 이들은 식물들의 발아 특성과 휴면 유형을 연구한다. 종자발아율을 최대화하는 방법이나 휴면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식물의 이 두가지 특성은 식물을 작물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야생 상태인 식물은 씨앗을 심어도 얼마나 발아할지, 땅속에서 얼마나 지낸 뒤 발아할지 예측할 수 없어 작물로 재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식물이 휴면하는 것은 생육환경이 적절치 않기 때문이거든요. 예를 들어 겨울에 파종을 했는데 이 종자는 겨울 날씨에서는 발아를 잘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면 씨를 뿌려놓고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그래서 식물의 휴면 유형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휴면 유형을 파악해 타파방법을 찾아내면 발아율이 높아지고 발아기간이 짧아지겠죠. 그러면 상업적으로 증식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종자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지죠.”

두사람은 특히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수백종의 희귀식물들이 자생하는데 이들을 연구해서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싶은 마음이다. 수많은 식물의 기본 데이터 축적이야말로 우리 식물자원을 보존하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이 연구한 자생식물을 작물화해서 농가의 새로운 소득작물로 보급하고 싶다는 원대한 꿈도 있다.

김씨는 진달래속 식물인 꼬리진달래·털진달래·만병초·히어리 등을, 장씨는 멸종위기식물 중 관심필요종(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으므로 관심이 필요한 종)으로 지정된 뻐꾹나리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실이나 식물원에서만 보던 식물을 자생지에서 직접 보니까 희열이 느껴졌다”는 두사람은 최근 각자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포스터로 큰 상을 받았다.

김씨는 10월26∼27일 열린 국제관상식물유전자원심포지엄에서 포스터발표상을 수상했다. 국제관상식물유전자원심포지엄은 전세계 원예식물을 다루는 세계 최대 학회인 국제원예학회가 4년 주기로 개최하는 국제심포지엄이다. 진달래속 식물의 종자발아율과 휴면 유형을 포스터로 정리해 발표했는데 한국의 자생식물을 다뤘고, 연구 내용을 비전문가들이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표현한 것이 수상 배경인 것 같단다.

장씨는 11월5∼7일 열린 한국원예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포스터발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장씨는 뻐꾹나리의 특성을 다뤘다.

원예학을 선택했을 때 부모님을 비롯해 주위 누구도 찬성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식물이 좋아서 이 길을 택했고 여전히 가슴 뛰게 좋다는 두사람. 미래 어느 순간 기업 연구실에서, 식물원에서, 또는 수목원에서 여전히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식물을 살피는 이들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울릉도=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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