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도시 소설가, 농부 향한 팬심에 펜을 들다

입력 : 2020-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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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탁환 소설가, 이동현 농부과학자

[만나봅시다] 김탁환 소설가와 이동현 농부과학자

역사·사회파소설 베스트셀러 작가 미생물학 박사인 이동현 농부 만나

쌀과 품종·농사·생태 이야기에 매료

농부 낙관적 인생관에서 희망 엿봐 농업과 함께한 삶, 에세이로 담아내

“마을공동체 소설 집필 계획도” 

 

“이 책은 소설가와 농부의 우정의 기록이고 연대의 기록입니다. 농부와 소설가의 만남은 아마 처음일걸요?”

김탁환이 누구인가. 1996년 <열두마리 고래의 사랑이야기>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지난 25년간 <불멸의 이순신> <대장 김창수> <허균, 최후의 19일> <방각본 살인사건> <거짓말이다> 등 30여편에 달하는 장편소설을 거의 매년 출간했다. 그중 여러편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토 달 것 없이 ‘요즘 가장 잘나가는’ 소설가 중 한명이다. 역사소설과 세월호 사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사회적인 이슈를 다룬 사회파소설을 주로 써오던 이 잘나가는 소설가가 최근 누가 봐도 엉뚱해 보이는 작업을 했다. 농부의 이야기를 쓴 에세이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를 낸 것이다. 전남 곡성에서 벼농사를 짓고 발아현미를 만드는 이동현 미실란 대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어디에도 접점이 없어 보이는 도시 소설가와 시골 농부의 만남은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친구들과 우연히 밥카페 ‘飯(반)하다’에서 밥을 먹었는데 밥이, 밥맛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는 밥이었죠.”

밥맛에 반한 그는 그 쌀을 생산하는 농부에게 관심을 가졌고, 농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농부의 이야기는 매력적이었다. 그가 풀어내는 쌀과 품종·생태 이야기는 재미없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벼와 이야기하고 고양이와 뱀과 대화를 나누는 농부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 대표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미생물학자예요. 과학자죠. 그런 그가 벼를 ‘논 사람’이라고 칭하고 아침마다 논에 들어가 벼와 이야기를 나눠요. 일반적이지 않죠. 그러니 재미있지 않을 수 없죠.”

소설가는 이 ‘농부과학자’에게서 자신이 쓴 소설의 주인공 김진을 떠올렸다. 김진은 <방각본 살인사건>으로 시작하는, 조선 정조 대를 배경으로 한 그의 추리소설 시리즈에 등장하는 탐정이다. 발아현미에, 벼 품종에 몰두하는 이 대표의 모습에서 화광(花狂)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꽃에 미쳐 있는 탐정 김진을 떠올린 것이다. 그는 틈만 나면 이 대표와 만났고 ‘사는 곳이 멀다고 핑계 대지 않고, 만나서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함께 마시고 먹고 함께 잤다.’

만난 지 1년 반쯤 됐을 때, 소설가는 이 재미있는 ‘농부과학자’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벼에 대해, 논에 대해, 농업에 대해, 생명에 대해 끝없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야기꾼을 만났으니 글쟁이가 글을 쓰지 않을 방도가 없었을 터다.

이 대표의 고향인 전남 고흥의 수몰지구며, 이 대표가 다녔던 대학이며, 이 대표가 생태운동을 펼쳤던 새만금까지, 그의 이야기가 시작하는 장소 곳곳을 함께 누비며 옛 기억을 소환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년을 통틀어 김 작가만큼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 사람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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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은 이야기를 가지고 소설가는 열정적이고 당당하며, 절망하고 상처 입었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농부과학자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동현에서 시작해 이동현으로 끝나는 에세이는 얼핏 ‘이동현 찬가’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우리의 농업과 농촌에 대해, 그리고 소멸 위기에 처한 마을에 대해 소설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동현이라는 농부의 삶을 빌려서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김 작가는 오래전부터 환경과 생태·농업에 관심을 가져왔고 최근에는 전남의 마을을 찾아다니며 공동체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그는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 대표의 낙관주의를 통해 비록 농촌의 현재가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농촌이, 마을이 소멸을 논할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고통을 쓰기보다는 우겨서라도 희망을 찾아나가는 길을 택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책 제목대로, 아름다움은 지켜야 하고 그래서 농촌을, 농촌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작업을 소설가는 ‘두번째 인생 발아의 사건’이라고 표현한다. 지금까지 역사소설가·사회파소설가로 살았다면 지금부터는 마을소설가로 살아볼 작정이란다. 물론 당장 김탁환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을 다룬 소설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3년은 묵혀야 소설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먼저 19금(禁)의 ‘진한’ 연애소설을 탈고해 내년초 출간한 뒤 다음다음이나 그다음쯤 마을소설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김탁환표 연애소설도, 다음다음에 나올 마을소설도 모두 기대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곡성=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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