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토종곡물, 한번 맛보면 반하실 거예요”

입력 : 2020-11-11 00:00 수정 : 2020-12-0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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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박(왼쪽)·김현정씨 부부가 카페 ‘곡물집’의 토종곡물 진열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농촌 Zoom 人] 카페 ‘곡물집’ 운영 천재박·김현정 부부

미숫가루 라테 등 식음료로 선봬 토종 독창성 알리고 소비 유도

소포장 베틀콩·까막벼 등 판매

옹기장 등 여러 전문가와 협업 토종곡물 관련 워크숍도 열어

가공식품 개발…내년에 판매

 

“이거 커피원두 아니에요? 한국 토종이라고요? 우리나라에 토종 커피가 있었나?”

충남 공주의 토종곡물 카페 ‘곡물집’에 들어선 손님들이 으레 내놓는 반응이다. 겉모양은 분명 도시의 핫한 카페에서 볼 법한 커피 원두 제품과 비슷한데 한국 토종이라고 적혀 있으니 말이다.

“그거 커피 아니에요. 우리 토종 콩을 로스팅해서 갈아놓은 겁니다. 말하자면 미숫가루죠.” 카페 ‘곡물집’을 운영하는 동갑내기 천재박·김현정씨(42) 부부의 대답이다.

‘곡물집’은 우리 토종곡물의 고유한 맛을 다양한 식음료로 맛볼 수 있는 카페다. 토종 콩과 벼 등 곡물을 200·500g씩 예쁘게 소포장해서 판매하는데, 아주까리밤콩·베틀콩·까막벼 등 낯설지만 재미있는 이름의 토종곡물을 만날 수 있다. 그중 선비잡이콩·알밤콩 등 다섯가지 콩은 미숫가루로 제품화해서 판매한다. 매장에서는 커피 원두와 토종 미숫가루를 블렌딩해 만든 커피, 토종곡물 미숫가루 라테, 토종곡물 차 등을 맛볼 수 있다. 토종 밀인 앉은뱅이밀과 토종 콩, 토종 옥수수 등으로 만든 빵도 먹을 수 있다.

김씨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계열사인 라인프렌즈에서 브랜드 제품 기획자로, 천씨는 농업 디자인 프로젝트 회사인 쌈지농부에서 디자이너로 각각 일했다.

“아이를 가진 후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싶다는 고민이 더 깊어졌어요. 브랜드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의미 있고 진정성 있는 소재를 찾게 돼 토종곡물에 주목하게 됐죠.”

이어진 고민은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토종곡물을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할까였다.“‘곡물집’이 있는 공주시 봉황동에서 가까운 10∼15㎞ 이내에 토종곡물 농사를 짓는 좋은 농부 분들이 계세요. 토종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농사하시는 분들이죠. 물론 ‘곡물집’을 곡물 주산지로 유명한 평야지대에 열 수도 있었지만, 저희와 대화가 통하고 저희가 하려는 일을 응원해주는, 적지만 확실한 생산자분들이 계신 곳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간을 만들었으니 이제 여러 협업을 통해 ‘곡물집’을 단순히 식음료를 판매하는 카페가 아닌 토종곡물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이 공간을 토종곡물을 소개하는 ‘곡물집’이라는 브랜드의 쇼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소비자의 토종곡물 경험을 위한 공간인 거죠.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그 맛에 반해 시험도 때려치고 눌러앉아 <선비잡이>라고 이름 붙은 콩이 있는데, 소비자가 이 콩맛이 자신의 취향에 맞을지 아닐지 어떻게 알겠어요? 카페 공간을 통해 메뉴로 맛보는 게 사람들에겐 가장 쉬운 방법이죠.” 이현배 옹기장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토종곡물 경험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토종곡물로 만든 과자나 곡물을 이용한 잼 등은 내년 판매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런 대중적인 제품들이 토종곡물에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토종곡물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수요가 있으면 농부가 농사짓지 않을 이유가 없죠.”

텁텁하지 않은 발랄한 브랜딩이 토종곡물 농사의 저변까지 키워낼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

공주=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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