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요리부엌 마슬’의 수요일 요리사 이하연씨

입력 : 2020-08-05 00:00 수정 : 2020-08-0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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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식당…직접 키운 식재료로 밥상 차려요”

귀농학교서 만난 5명과 합심 지난해 5월 가게 문 열어

요일별 1명씩 재료·요리 맡아

시즌 1 종료 후 새 방식 도입 요리부엌에 공유공간 개념 더해

“새로운 이들의 참여도 환영”
 


전북 순창버스터미널 근처의 한 식당은 요일마다 요리사도, 메뉴도 바뀐다. 수요일의 메뉴를 주문하자 나온 것은 소박하지만 먹음직스러운 오일 파스타. 아침 텃밭에서 갓 따냈다는 허브 바질은 도시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싱그럽고 진한 향을 내며 어우러진다.

“우리밀로 만든 생면이라 금방 붙어요. 얼른 드셔야 해요!”

빨리 먹어야 맛있는 음식에 손을 늦게 대면 밉지 않은 불호령이 떨어진다. 또 흔치 않은데도 요리에 아낌없이 넣은 감자 <홍영>과 <자영> 등에 대해 조곤조곤 알려주기도 하는 이는 바로 식당 ‘요일부엌 마슬(마을의 방언)’의 수요일 요리사 이하연씨(42). 이씨는 8264㎡(약 2500평)의 땅에서 <백강밀> <새금강밀> 등의 농사를 짓는 농부이기도 하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공정무역회사를 다닌 직장인이었다는 이씨. “원래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생산자이고 싶었어요. 대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일을 했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하는 게 스스로에게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귀농을 결정하고 나서는 순창군 귀농지원센터 농촌생활학교 6주 과정부터 수료했다. 이게 인연이 돼 순창에 자리 잡았고 지역 귀농학교에 다니면서 꾸준히 제 길을 찾아나갔다.

“발효식품·천연발효빵 수업이랑 순창 토종씨앗 모임 등에 참여했는데 갈 때마다 매번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교집합이랄까. 이렇게 만난 6명이서 ‘우리 이런 걸 같이 해보면 어떨까요?’ 해서 만든 게 요일부엌 마슬이죠.”

‘농부 6명이 요일마다 번갈아가며 자신이 키운 식재료로 밥상을 차리는 작은 식당’이란 콘셉트로 순창군의 창림문화마을 공고에 응모했고, 지난해 5월10일 가게 문을 열었다. 개성 강한 농부들이 재료부터 음식까지 오롯이 책임지는 데다 요일별로 한식·양식·일식 등 메뉴까지 다양하게 갖추니, 찾는 손님 입장에서야 소중하고 미더운 ‘우리 동네 가게’였을 터. 그래서 지난 6월말 들려온 요일부엌 마슬의 ‘시즌 1 종료’라는 소식은 갑작스러웠다.

“요리는 5명이 했는데 일주일 중 하루 이틀을 맡는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은 몰랐어요. 농사일에 식당일까지 하려니 몸이 아픈 사람들이 생겼고, 빠진 자리를 남은 사람들이 메우는 것도 더이상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기존 시스템은 종료하고 새 방법을 찾아보자 한 거죠.”

7월15일 문을 연 시즌 2의 마슬은 요일부엌에서 ‘부엌이 있는 공유공간’으로 거듭나기로 했다. 화요일엔 여성들의 글쓰기 모임인 ‘그녀의 탄생’, 목요일엔 공유오피스 대여, 일요일엔 다양한 일일 클래스가 진행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 모임에선 다양한 책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연습을 하며, 일요일엔 비즈왁스로 식품 랩(Wrap) 만들기나 연잎으로 만드는 연엽주와 수제맥주 수업을 진행해볼 계획이란다.

시즌 2의 요리부엌은 수·금·토만 열리고 새로운 멤버도 함께한다. 10월 중순까지 귀촌인 이은재씨(29)가 금·토의 부엌을 맡는데 새로운 이들의 참여도 언제든 환영한단다.

“기존 마슬이 귀농·귀촌인 6명으로 운영되는 고정된 멤버십의 공유부엌이었다면, 시즌 2는 더 자유롭고 오픈된 공유부엌으로 운영해보려고 해요.”

순창=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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