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편지로 주고받는 진심, 효 문화 재건운동의 핵심

입력 : 2020-05-08 00:00

[어버이날 특별 인터뷰] 김인련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장


부모를 공경하는 효(孝)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다. 하지만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핵가족이 늘어나며 효 문화를 구시대 유물로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점점 사라져가는 효 문화를 재건하고자 농촌 여성이 나섰다.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회장 김인련)를 주축으로 범국민 효 문화 재건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김인련 회장을 만나 이들이 추진하는 운동의 내용과 효 문화 확산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효 문화 재건운동은 무엇인가.

― 효는 부모와 자식이 서로 진심을 털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바쁜 일상 속에서 부모와 자식이 전화나 문자메시지·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만 소통하다보니 서로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느낄 기회가 없다.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이하 생활개선회)가 주도하는 효 문화 재건운동은 손 편지 쓰기를 통해 가족애를 찾자는 게 골자다. 손 편지에 평소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을 담다보면 미처 잊고 지냈던 효심을 발견하게 된다.



▶생활개선회가 이에 앞장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 농촌엔 아직 효 문화가 건재하다. 4대가 함께 사는 가정이 많고 이웃 어르신도 가족처럼 보살피는 일이 당연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 여성들은 일상 속에서 효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다. 친정과 시가 부모를 모시고 가족을 보살피는 효 실천의 주역이다. 따라서 농촌 여성들이 효 문화 재건운동의 핵심 주체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농촌의 효를 도시와 전국으로 널리 퍼뜨리자는 생각에 생활개선회 회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모였다.



▶효 문화 재건 수단으로 손 편지를 택한 이유는.

― 6년 전 내 딸이 결혼할 때 신혼여행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으라고 손 편지를 써줬다. 석장짜리 편지엔 아이가 자라면서 느꼈던 내 감정들을 차곡차곡 담았다. 딸이 태어났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아팠을 땐 얼마나 불안했는지, 대학을 졸업했을 때의 뿌듯함, 처음 남자친구 데려왔을 때의 설렘…. 6년 전 일인데 아직도 딸은 그 편지를 읽었을 때 느낀 감동을 잊어버릴 수 없다고 말하더라. 그 후 딸과의 관계도 어느 때보다 돈독해졌다. 진심이 담긴 손 편지의 위력을 이때 느꼈다. 편지는 주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대에 대한 잊고 있던 사랑을 다시 깨닫게 하는 수단이 되고, 받는 사람에게는 평생 간직할 보물이 된다. 이때 또 느낀 게 있다면 우리 부모들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효를 실천하겠는가.



▶부모들이 먼저 다가가야 한단 말이 인상적이다.

― 요즘 세대와 이전 세대의 효 개념엔 차이가 있다. 옛날엔 부모님을 무조건 받들고 모시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감과 소통의 시대다.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효를 실천하라고 강요할 게 아니다. 어른들이 먼저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젊은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효 문화 재건운동을 시작하며 여러 젊은이와 대화해본 결과 얻은 결론이다. 자식에게 먼저 손 편지를 써보자. 그러면 자식들은 몇배, 몇십배의 효심으로 보답할 것이다.



▶효 문화 재건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 손 편지 쓰기를 범국민운동으로 확산하고자 생활개선회 도·시·군 연합회장과 함께 손 편지 쓰기 결의를 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전국에서 편지글을 모으고 있다. 그중 감동적인 편지를 선정해 표창하고 우수한 편지글을 모아 책자로 발간할 예정이다.

참여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평소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이 손 편지를 쓰는 과정에서 효 실천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고부간의 사랑도 깊어졌다고들 한다. 현재 뽑힌 우수 사례 중 인상 깊었던 편지는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쓴 글이다. 시집온 며느리가 눈물 나게 고마웠지만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가득 담은 편지였다. 평소 근엄하던 시아버지에게 따듯한 편지를 받은 며느리는 그때 비로소 자신도 그 집안의 자식이 됐음을 느꼈다고 한다.



▶효 문화 재건운동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 손 편지 쓰기를 통해 효 문화를 재건해 궁극적으로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효는 부모 자식간의 사랑 표현이다. 사랑을 하면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못해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마음이 여유로워지면 정신 건강이 증진된다. 행복해지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범죄나 혐오도 줄어들 것이다. 효 문화를 기반으로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이 될 때까지 생활개선회는 멈추지 않겠다.

수원=김민지, 사진=김병진 기자 viv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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