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방송인 심영순…팔팔한 팔순 예능계 도전

입력 : 2020-02-12 00:00 수정 : 2020-02-21 14:04

[만나봅시다] 요리연구가·방송인 심영순

평생 한식 연구 하다가 방송 진출 입담 뽐내 지난해 연예대상 신인상도

집밥 먹어야 건강 유지할 수 있어 한식 요리법 전파에 온힘 다할 터


세살 때부터 어머니 따라 부엌에 드나들었다. 스물셋에 시집가 그저 손맛 좋은 주부로 살았다. 음식 솜씨가 소문이 났다. 재벌가 며느리, 정계 인사 부인들의 요리 선생이 됐다. 전국을 누비며 요리를 연구했고 우리나라 대표 ‘한식 대가(大家)’ 타이틀을 얻었다. 요리연구가 심영순의 얘기다.

칠순을 갓 넘겼을 때부턴 방송에 출연했다. 각종 요리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타고난 ‘예능감’을 인정받아 공중파 인기 예능 MC자리까지 꿰찼고 KBS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방송인 심영순의 얘기다.

올해 팔순이 된 ‘한식 대가 겸 방송인’ 심영순씨를 6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심영순요리연구원에서 만났다.



― 올리브TV <고두심의 요리의 정석>부터 <한식대첩>시리즈, <아바타 셰프> <옥수동 수제자>…. 여러 요리 프로그램에 한식 멘토, 심사위원으로 꾸준히 출연했는데요.

▶고맙게도 내 제자들이 방송국에 날 추천했나 봐. 그런데 내가 더 배우는 게 많아. <한식대첩> 할 때는 정말 많이 배웠어. 각 지역, 특히 제주도의 토속 요리가 어떻게 조리되는지 한번에 보게 됐고, 문헌을 통해서만 알 수 있던 북한 음식도 먹게 됐고. 심사를 해야 하니까 나도 공부를 또 해야 했으니 더 다양한 지식을 쌓았지. 이 나이 먹어도 배우는 덴 끝이 없어.



― 현재 출연 중인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선 제자들, 요리연구원 직원들에게 호통치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에 나왔어요. ‘무섭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있었어요.

▶내가 우리 어머니한테 크게 야단맞아가며 음식을 배웠어.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배웠으니 너도 호되게 혼나봐라’며 가르치는 건 절대 아니야. 내가 하란 대로 안하면 이 귀한 재료를 낭비하게 되잖아. 그러니까 예민해져. 정량을 불러줬는데 자기네들이 대강 짐작으로 요리하니까 자꾸 혼내게 돼. 주위에선 그냥 좀 넘어가면 안되느냐고도 하는데 그러면 제대로 맛을 내지 못하잖아. 그래도 이젠 나도 나이가 들어서 야단 안 쳐. 많이 약해진 거야. 회개하는 마음으로. “아유, 실수했네~다시 하세요~ㅎㅎ” 이렇게 해. 그냥 아주 죽을 때 다 됐어!



― KBS연예대상 신인상까지 탔어요. 최고령 신인상 수상자인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방송 역사상 처음인가 봐. 이렇게 늙은이한테 신인상 주는 게. 난 카메라 대여섯대를 들이대도 하나도 안 무서워. 방송 체질인가 봐.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MC는 게스트의 ‘갑질’을 지적해야 하는데 내가 좀 두려움이 없어. 누굴 어려워하지 않으니 담대하게, 무슨 말이든지 ‘톡톡’ 말해. 예리하게.

젊은 사람이 이러면 문제될 수 있는데 난, 뭐, 나이가 너무 많으니까 다들 봐주는 거지. 이 늙은이를 귀여운 할머니로 봐줘. 난 그거 믿고 방송해. 그냥 평소대로 말하는데 내가 너무 웃기대. 자기들이 예상치 못했던 얘기들을 한다고. ‘할머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라고.



― ‘한식 대가’와 ‘떠오르는 방송 스타’ 중 어느 수식어가 더 마음에 드나요?

▶한식 대가가 아무래도 더 좋지. 평생 노력해서 얻은 수식어니까. 방송인? 이건 그냥 얻은 거야.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내가 방송인이 되어 있더라고. 그리고 요즘엔 또 뭐라 그러더라? 심블리(심영순+러블리)! 그것도 아주 마음에 들어.



― ‘~블리’란 별명! 최고 인기 스타에게만 붙여지는 것이잖아요.

▶아휴, 요즘엔 나가면 열 중 아홉은 나보고 사진 찍자 그래. 아주 어딜 갈 수가 없어. 사진 찍어주느라 정신없어서.
 



― 무척 곱고 정정한데, 좋은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인가요.

▶나는 여태 보약 한첩을 안 지어 먹었어. 우리 땅에서 나는 아주 귀한, 좋은 음식 먹으니까 그래. 그리고 우리 어머니, 외할머니 두분 다 내가 모셨거든? 삼시세끼 한식 밥상으로 꼭 차려드렸지. 두분 다 아흔여덟까지 사셨어. 특히 나물하고 밥을 잘 잡쉈지. 돌아가실 때 병원에 일주일도 안 계셨어. 외할머니는 아침까지 아주 정정하게 아기 안아주고 화투 치다가 그냥, “아이고, 죽겠다!” 하고 쓰러지더니 가셨어. 믿거나 말거나. 집에서 제대로 밥해 먹는 게 최고 보약이야.

근데 젊은 애들은 맛 낼 줄도 모르고 요리를 귀찮아하니까 안타까워서 각종 양념, 향신즙, 굴소스 등 음식의 기본 재료를 만들어 팔고 있지. 내 레시피도 전파할 겸.



― 한식 대가에서 방송인으로 늦은 나이에 새 분야에 도전하셨어요.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제 연예 대상도 받아야지. 해보고 싶은 게 아직 많은데 다 할 순 없고…. 가장 하고 싶은 건 한 사오백평 땅에다가 후원 딸린 한옥 하나 짓는 거. 아름다운 정원도 만들고 한쪽에 장독대 몇십개만 예쁘게 놓는 거지. 장이랑 음식 꽉꽉 채워서. 귀한 분들에게 조금씩 나눠주고 우리가 먹을 만큼만. 이건 죽기 전에 꼭 했으면 좋겠어.



김민지, 사진=김도웅 기자 viv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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