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전영록, 방송하려 ‘입도’했다 촌생활에 ‘입덕’했네

입력 : 2020-01-29 00:00

[만나봅시다] 가수 전영록

‘6시 내고향’ 출연하며 섬생활 시작

평생 도시서만 살아 걱정 많았지만 직접 와서 겪은 시골은 ‘살 만한 곳’

늘 시간에 쫓기는 도시와는 달리 느긋함이 주는 삶의 의미 깨달아
 


‘돌아이’ 전영록이 ‘섬아이’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부터 KBS1 <6시 내고향>의 ‘섬마을 하숙생’ 코너에 출연하며 섬에서 먹고 자는 새로운 일상에 도전하고 있는 것. 1980년대를 주름잡은 원조 아이돌 스타이자 농촌엔 한번도 살아본 적 없다는 도시사람. 그런 그가 왜 촌 중의 촌, 섬마을에 들어갔을까. 경남 통영의 작은 섬 연화도를 찾았다. 그리고 마침 통통배에서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던 그를 만나 물었다.



―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가.

▶지금 내 점퍼 냄새를 한번 맡아보라. 어제 하숙집 아궁이에 군불을 땠는데 그 냄새가 아직도 온몸에 배어 있다. 방금은 저녁에 먹을 식재료를 구하러 낚시를 하고 왔다. 짠바람 맞으며 얼굴이 꽁꽁 얼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어복(魚福)’이 있어선지 몇마리 낚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제는 내가 캔 냉이와 엉겅퀴로 끓인 된장국을 먹었다. 지금 하숙집 안주인인 연화도 이장댁의 음식 솜씨가 아주 끝내준다. 삼치회는 먹어본 적 있나? 와, 어제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겨울초(유채나물)무침은 마치 고향의 맛 같더라. 그래서 내가 그 이름을 ‘고향초’라고 바꿨다.



― 고생스러운 가운데 즐거움이 비친다. 어쩌다 이 프로그램을 하게 됐나.

▶<6시 내고향>이 1991년에 생겼다. 그때부터 ‘나도 저기 나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거의 30년 만에 그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나는 도시사람이지만 농촌을 떠올리면 무한한 편안함을 느낀다.

다만 나도 섬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지난해 <덕화TV>라고 이덕화 형이 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었다. 근데 거기 담당 프로듀서(PD)분이 <6시 내고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출연해달라고 요청이 왔고 바로 ‘오케이’했다. 그런데 대뜸 섬에 가라고 하더라. 처음엔 당연히 내키지 않았다. 나는 도시생활이 좋다. 곡을 쓰더라도 시끄러운 곳에서 멜로디가 나오지, 조용한 시골에서 무슨 가락이 나오겠나. 근데 쑥섬에서 딱 하루 이틀 지나고서 느꼈다. 할 만하다고, 여기서 생활해도 괜찮겠다고.



― 어떤 점이 좋았길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이렇게 촌을 체험하다 보니 모든 것에서 느긋함이 묻어난다. 이런 삶의 방식은 정말 도시사람들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다. 언제나 일정한 시간 안에 뭔가를 끝내야 하고 그래서 쫓기는 생활. 그게 너무 싫은 거다. 사실 나도 나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 이 시골마을에 사람들이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물론 시골살이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 아궁이에 불을 안 때면 씻기도 어렵고 불편하다. 물도 길어와야 하고. 어제는 지게질을 했는데, 지금도 어깨가 결리고 뼈마디가 쑤신다. 입에 안 맞는 먹거리도 있긴 했다. 방송엔 맛있게 먹은 것처럼 편집돼 나가긴 했지만, 사실 쑥섬에서 먹은 학꽁치회는 비린 맛에 잘 먹지 못했다.



― 지난 방송을 보니 마을회관에서 공연도 열었던데. 주민들 반응이 어땠나.

▶너무 좋아해주셨다. TV에서도 잘 볼 수 없는 공연이지 않았겠나. 섬마을은 일단 채널도 몇개 안 나오지만, 요즘 TV엔 40대 이상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중년층 이상이 문화에 굶주려 있다. 나는 그게 너무 속상하다. 최근 부는 <미스트롯> 등의 열풍은 그래서 터진 거다. 트로트도 좋은 노래가 많지만, 록·포크송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도 농촌에 수두룩할 것으로 생각한다. 근데 <콘서트 7080> 프로그램도 얼마 전 없어졌다. 지금 <6시 내고향> 덕분에 직접 마을에 와서 공연하곤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앞으로 이런 외진 곳에도 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 전영록의 섬살이는 언제까지 계속되나.

▶쑥섬·연화도 촬영이 끝나면 시즌 1이 종료된다. 지금까지 3~4회분이 나갔고 한시즌엔 모두 12회분이 방송된다. 제작진은 시즌 2에도 꼭 출연해달라고 하는데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섬생활을 했지만 아직 귀촌까지 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실 귀농·귀촌보다는 귀향이 더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고향과 다른 곳에 귀농·귀촌한 분들은 기존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 쉽지만, 본인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꼭 농촌에 살진 않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농촌을 찾았으면 좋겠다. 민박도 해보고 체험도 하고, 이 아름다운 곳에 머물면 저절로 느긋하게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나도 농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걸 연구할 생각이다. 우선 지난 쑥섬에서는 섬 노래를 하나 만들었다. 방송을 보시면 그 노래를 들으실 수 있다.

통영=이현진, 사진=김덕영 기자 abc@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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