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성우 정형석 “‘농업이 미래다’선 목소리 더 힘줬죠”

입력 : 2019-11-20 00:00

“자연·환경 관련 다큐에 많이 참여 ‘농업이 미래다’에선 목소리 더 힘줘”

‘나는 자연인이다’ 8년째 내레이션 즉흥 대사·반응으로 공감대 형성

강원 인제 출신…중2 때 꿀 성대 완성 연극배우 활동 중 성우의 길로 들어서

단편영화 촬영 끝내…가수도 도전장
 


이 사람의 얼굴은 초면일지언정 목소리는 구면일 가능성이 높다. 8년째 MBN <나는 자연인이다>의 내레이션을 맡으며 유명세를 탄 성우 정형석씨(45)다. 그는 2006년 KBS 공채 성우로 입사했고 14년째 활동 중이다. 수십편의 다큐멘터리·예능프로그램과 수백편의 광고(CF)로 목소리를 알렸으며 라디오 디제이(DJ)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배우로도 영역을 확장, 각종 드라마·영화에 출연 중이며 가수 활동에도 시동을 걸고 있는 정형석씨.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와 한 카페에서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 혹시 인기를 실감하는지.

▶몇몇 영화와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비추긴 했지만 단번에 날 알아보는 사람은 아직 별로 없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목소리를 조금 높인다든지, 친구와 좀더 크게 얘길 한다든지 하면 알아보더라. 하하.



― 성우로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인가.

▶<나는 자연인이다> 내레이션 반응이 좋은데 즉흥적인 대사를 추가했던 게 통했다. <나는 자연인이다> 녹음할 땐 항상 직전에 대본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나온 내 반응을 고스란히 마이크에 내뱉었더니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사실 내 목소리는 나긋나긋하게 울려 ‘잠재우는 목소리’다. 나는 신나게 얘기하고 있는데 내 말을 듣던 친구들은 어느새 지그시 눈을 감고 있을 때가 잦다. 성우로서 단점일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덕분에(?) EBS 라디오 <책처럼 음악처럼, 정형석입니다>같이 감성적인 심야프로그램의 DJ로도 사랑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광고주들은 내 따듯한 목소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 커피가 가장 대표적인데, “룰을 지켜 좋은 커피의 길을 간다”라든지. 차가운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철강업체나 금융회사의 CF에도 내 목소리가 들어간다. 최근엔 손흥민 선수가 등장한 면도기 광고가 가장 반응이 좋았다. “최고가 되고 싶은가, 더 예리해져라”로 시작하는 그 광고 말이다. 여기선 좀 강인한 느낌을 내려 했다.



― NBS한국농업방송 개국 1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농업이 미래다>의 목소리로도 활약하고 있다.

▶되돌아보니 여태 내가 내레이션을 맡은 다큐멘터리는 특히 자연·환경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이것들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데 내 아련한 목소리가 도움이 되나보다. 이 맥락으로 <농업이 미래다>의 출연 제의를 받았단 생각이 든다. 농업은 없어서는 안될 것 아닌가.

지금은 도시사람 다 됐지만 농촌 출신이다. 강원 인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거기서 나왔다. 농촌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이후 도시에서 생활하다보니 농업의 가치를 잊고 있었다. 사실 농업은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데 말이다. <농업이 미래다> 내레이션을 하며 이런 생각이 들어 목소리에 좀더 힘을 실었다. 우리 농업에 무관심하면 큰일 난단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



― ‘꿀 성대’는 언제 완성됐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이 목소리였다. 조숙한 목소리를 가진 아이였다. 이를 십분 활용해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마음을 얻기도 했다. 하하. 친구들의 놀림을 받기도 했다. 난 “방과 후에 떡볶이 먹지 않을래?”라고 했을 뿐인데 친구들이 “어우, 왜 그렇게 목소리를 내리깔아? 징그러워!”라 핀잔주기도 하고.



― 단편영화 주연으로 캐스팅돼 촬영을 막 마쳤다고 들었다. 어떤 역할인가.

▶한쪽 팔을 잃은 노숙자 역할이다. 그래서 외모에 특히 신경 써야 했다. 한달 동안 면도하지 않았고 촬영 내내 한번도 씻지 않았다. 스태프들이 계속 몸에 흙을 뿌렸다. 리얼리티를 위해. 그래서 이 인터뷰도 미뤄야 했다. 씻지도 않고 인터뷰에 응할 수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큰 시련을 겪고 인생 밑바닥을 친 사람의 고통을 연기하느라 애먹기도 했다. 이 영화에선 주연임에도 대사가 거의 없다. 나름 목소리가 좋다고 하는 성우인데 말이다. 눈빛과 표정만으로 거의 모든 감정을 보여줘야 했다.

원래 연극배우다. 한 선배가 “목소리가 좋으니 성우 해봐”라고 해 성우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래서 성우 활동도 재밌지만 항상 연기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또 연기자 고(故) 박용식씨가 장인어른이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후 사위로서 배우 일을 계승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신인의 마음으로 여기저기 배우 오디션에 참가하다가 이번에 영화감독에 도전하는 성우 후배의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 올해가 가기 전 이루고 싶은 계획이나 목표는. 아울러 더 장기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아주 어렸을 땐 가수가 꿈이었다. 당시엔 고음을 못 내서 포기했었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어 11월 중에 음반 녹음에 들어간다. 매우 설렌다. 그래서 일단 올해 가기 전 음반 녹음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면 좋겠다. 그다음엔 혼자 뜨끈한 국밥에 소주 한잔하고 싶다. 얼마나 맛있겠나.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선뜻 내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난 사실 훌륭한 감독·프로듀서(PD)와 운 좋게 연이 닿아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 얻었듯, 아직 자리 잡지 못한 후배 성우들에게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다. 후배 배우도 마찬가지다. 이 동생들도 좋은 사람들 만나서 빛낼 기회를 얻었으면 싶다. 후배들이 나보다 더 잘돼도 상관없다. 오히려 더 좋다. 그럼 밥 몇끼 얻어먹을 수 있지 않나!  

김민지, 사진=김덕영 기자 viv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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