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신세대 국악인 남상일

입력 : 2019-10-16 00:00 수정 : 2019-10-18 16:17

‘우리의 소리’ 지루하다? 잘 모르고 하는 소리

국악 매력 알리기 위해 예능프로그램 적극 출연

공연장 등 가까운 곳에서 들어야 울림 전달…세번 이상 도전하길

농촌 어르신들, 국악 멋과 흥 즐겨 공연 기회 자주 갖고파
 


최근 국악계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판소리꾼으로 꼽히는 남상일씨(42). 구성진 가락과 재치 있는 재담으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그는 TV 방송 등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며 ‘국악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다. 국악을 사랑하고 자신의 인생을 사랑한다는 천생소리꾼. 그는 “국악을 듣지 않았던 사람이 저로 인해 국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 국악인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요즘 굉장히 바쁠 것 같은데.

▶전국 곳곳 안 가는 곳이 없다. 특히 요새 행사철이라 더 그렇다. 당장 이번에도 전남 광양, 경북 칠곡 등 3일 동안 지방을 다니다가 오늘 새벽에야 집에 돌아왔다. 감사한 일이다.



― 예능프로그램 등 TV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고 있다.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가 있다면.

▶국악은 현실적으로 비인기 장르다. 어떤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제일 좋은 창구가 방송인데, 현재 국악프로그램이라곤 공중파에서 KBS의 <국악한마당> 단 하나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능일지라도 방송에서 저를 찾는다는 건 그래도 ‘국악인 남상일’을 섭외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우리 소리를 알리고 맛보게 할 기회가 된다. 또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사람들은 아는 인물이 나오면 낯선 음악이라도 더욱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 오랜 기간 ‘젊은 국악인’의 대표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전보단 조금 늘어났지만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국악인이 부족하다. 어떤 분야가 인기를 끌려면 스타가 있어야 한다. 스포츠로 보면 김연아·손연재·박태환과 같이 종목마다 스타들이 있다. 그런데 국악은 그런 게 약하다. 다른 분야에 비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면이 있다. 물론 최근엔 송소희처럼 나보다 유명한 친구도 있고, 김준수·유태평양·고영열·이봉근 등 젊은 소리꾼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아주 좋은 일이다.



― 대중들이 국악의 매력에 다가서는 방법은 무엇일까.

▶‘편견 없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 “왜 국악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느냐”고. 제가 역으로 질문했다. “돈 주고 공연장 가서 국악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그랬더니 그냥 TV나 라디오에서 들었더니 재미가 없었다고 하더라. 한번은 프랑스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다. 북장단으로 고수 하나 놓고 안숙선 선생님과 ‘수궁가’를 3시간30분 동안 완창했다. 외국인들이 과연 알아들을까 싶었는데, 자막도 보지 않고 공연자를 지켜보더라. 재밌는 대목엔 그들도 웃고, 슬픈 대목에선 미간을 찌푸렸다. 음악 그 자체를 느끼는 거다. 그들은 편견이 없으니까.

국악은 현장 음악이다. 가까운 공간에서 전달되는 에너지가 크다. 작은 공연장에서부터 진중하게, 적어도 3번 이상은 들어보시라. 그러고 나서도 감흥이 없다면 그땐 정말 아닌 것이다. 그러나 편견 없이 들어보면 분명 진가를 느낄 수 있다.



― 농촌과 도시에서 모두 공연을 많이 한다. 두 지역에서 하는 공연엔 어떤 차이점이 있나.

▶물론 객석 매너야 도시가 좋다. 다만 농촌의 관객분들은 국악에 대한 편견 없이 진심으로 공연을 즐긴다. 시골에서 공연을 하면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하신다. 일례로 수년 전 여름에 경북 영덕·울진 쪽으로 후배들과 휴가를 갔는데, 어르신들 부탁으로 밤에 마을회관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30분 정도 하기로 했었는데 웬걸, 분위기가 너무 즐거워 2시간 가까이 했다. 어르신 몇분은 우셨다. 이렇게 재밌는 시간 가져본 적이 처음이고, TV 나온 사람을 눈앞에서 본 것도 처음이라고. 그 당시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농촌은 문화 소외지역이다. 공연 기획자들의 몫이긴 하지만, 수익을 떠나서 시골에서도 많은 공연이 열렸으면 좋겠다. 물론 지방에서도 많은 공연이 열리긴 하지만, 시내나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주민들도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농민신문>에서 그런 기회를 만들어달라. 그럼 내가 원가 이하의 공연비로 달려가겠다.



―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제 개인적인 활동도 중요하지만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싶다. 요즘 청년실업이 다 문제지만, 국악은 어릴 때부터 10년 이상 매진한 친구들이 성인이 돼서 사회에 나온다. 그런데 할 일이 없으니 아르바이트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 가령 우리나라는 시·구마다 오케스트라·합창단은 있는데 시립국악단·구립국악단은 없다. 서양음악은 지원하면서 왜 우리 전통을 중요시하지 않는 건가. 국악인들은 우리 전통을 잇는 사람들이다. 우리 것을 하는 사람들이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수원=이현진, 사진=김덕영 기자 abc@nogn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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