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베스티안재단 사회복지사업본부 대표·방송인 설수진

입력 : 2019-10-02 00:00 수정 : 2019-10-17 09:55

 

“화상,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

진행했던 프로그램 계기로 재단 설립

화재 부상 소방관들에 의료 지원 나서 올 4월 소방청 홍보대사로 위촉·활동

러브미 농촌사랑 마라톤대회 참여해 환자들과 도전 다짐…취소 아쉬워
 


사회 곳곳,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몫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관심사입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점이 특별한지 등등. 그래서 <농민신문>이 준비했습니다. 독자들을 대신한 ‘만나봅시다’ 코너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려 합니다. 그들은 유명인일 수도 어쩌면 우리 바로 이웃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든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람들을 지금 <농민신문>이 만나러 갑니다. 함께해볼까요.



설수진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가 재단까지 설립해 10년 넘게 화상환자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6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올 4월에는 소방청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화상전문 지원재단인 베스티안재단 사회복지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설수진 대표를 만나봤다.



―베스티안재단 사회복지사업본부 대표라니 낯설다.

▶예전에 EBS에서 홀몸어르신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했었다. 그때 화상환자의 생활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안타까웠다. 밑 빠진 독 같다고 표현하면 맞을까? 내 또래 화상환자 한명은 수술만 마흔여섯번을 했다. 이분들에게야말로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재단을 만들어서 제대로 해보자 했다. 2011년 정식으로 재단을 설립했고 오늘까지 오게 됐다.



―재단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금 마련도 쉽지 않았지만 더 힘든 건 환자를 대하는 일이었다. 얼굴에 화상을 심하게 입어 눈이 뒤쪽으로 돌아간 환자를 만났는데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더라. 눈을 계속 쳐다보면 실례가 될 것 같고 시선을 돌리면 불편해서 피하는 것 같고.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었다. 화상환자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에 몇년 동안 방송일을 아예 접고 재단 일에만 몰두했었다. 지금은 나도 환자들도 편해졌다.



―최근 여성 최초로 소방청 홍보대사를 맡았다. 어떤 의미가 있나.

▶소방관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 그런데 정작 이분들이 화재현장에서 입는 부상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 우리 재단이 2017년부터 소방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분들에 대한 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소방관 복지향상을 위한 캠페인 등도 같이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소방청 홍보대사를 맡게 됐다.



―일반인들이 화상환자를 대할 때 유념했으면 하는 점이 있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고 봐줬으면 좋겠다. 화상환자는 전염병 환자가 아니다. 어린이들의 경우 여과 없이 바로 손가락질을 하며 놀리기도 하기 때문에 어린 환우들이 특히 상처를 많이 받는다. 어릴 때부터 화상 흉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화상환자다. 화상을 입지 않게 항상 조심해야 하지만, 또 한편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임을 잊지 말고 화상환자를 대했으면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취소됐지만 19일에 열리기로 했던 ‘러브미(Love米) 농촌사랑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평소에 자주 달리는 편인가.

▶사실 달리기에는 재주가 없다. 그런데 이번 러브미 농촌사랑 마라톤대회에 화상환자 모임인 해바라기회 회원들이 참가한다고 해서 함께하기로 했었다. 화상환자들은 피부로 땀을 배출하지 못한다. 피부호흡도 못한다. 그래서 마라톤은 화상환자들에게 굉장히 괴로운 운동이다. 하지만 이 극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약함을 극복하려고 도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함께하기로 했었다.



―대회가 취소돼서 아쉬운 마음이 크겠다.

▶그렇다. 특히 이 대회는 쌀 소비촉진을 위해 개최되는 것이라고 들었다. 요즘 쌀 소비가 많이 줄고 탄수화물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 하지만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배부른 푸념 같다. 쌀은 여전히 우리 밥상의 기본이다. 간장게장이며 낙지볶음도 쌀밥이 없으면 무용지물 아닌가. 얼마 전에 아프리카에 다녀왔는데 그곳 아이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게 쌀밥이다. 이렇게 소중한 쌀을 홍보하는 대회에 참가하지 못해서 안타깝다.



―평소에 요리를 즐기고 잘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주로 어떤 요리를 하나.

▶친정어머니가 전북 김제에서 농사를 지으신다. 그래서 어머니가 보내주신 제철농산물을 주로 요리해 먹는다. 어제도 어머니가 키우신 가지로 나물을 하고 고구마순(잎자루)은 서대와 함께 조려서 밥상을 차렸다. 나도 주부인지라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애쓰는데, 제철에 나는 신선한 음식이 보약이다.

이상희, 사진=김도웅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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