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국가건강검진 제때 받도록 부모님께 꼭 권하세요”

입력 : 2019-05-03 00:00 수정 : 2019-05-05 23:48
박재갑 교수는 농민들에게 보건복지부 지정 암센터 등 국가검진 시설 및 사업을 적극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가정의 달’ 특별 인터뷰 - 박재갑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암·심장질환 등 6대 사망원인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은 ‘운동’ 매일 30분 이상 빨리 걸으면 좋아

암 발생 가장 큰 원인은 ‘흡연’ 금연운동 적극 전개한 이유

생애주기에 맞춰 국가검진 진행 구강검진도 포함…잘 챙겨야

부모님 건강관리 돕기 위해선 걷기운동·금연·건강검진 추천을

본지 편집자문위원으로서 조언
 


가정의 달인 5월은 연로하신 부모님 등 가족의 건강을 한번쯤 고민해보는 시기다. 그래서 건강에 좋다는 음식이나 영양제·건강보조기구·운동기구 등의 매출이 가장 크게 뛰는 시즌이기도 하다. 만일 여러가지 선물 가운데 가족에게 건강을 선물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은 없을 터.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나라 의료계 최고 권위자이자 평생을 국민 건강증진에 헌신해온 박재갑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본지 편집자문위원)를 만나 건강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도움말을 구해봤다.



―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건강에 대한 걱정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윤순봉 전 삼성전자 의료사업일류화추진단 사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62세인 1957년생들의 추정 사망연령은 평균 95세입니다. 그보다 40년 뒤에 태어난 1997년생의 경우 추정 사망 연령이 121세에 달하지요. 의료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민의 기대여명이 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사망원인 1위인 암이나 2·3위인 심장질환·뇌혈관질환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합니다. 폐렴이나 당뇨병으로 사망에 이르는 사람도 적지 않고요. 특히 예전에 ‘성인병’으로 부르기도 했던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아직도 46.7%에 달해 커다란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 암 발생률은 2011년 이후로 매년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입니다만 여전히 인구 10만명당 269명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흡연과 감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감염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있어요. B형 간염이나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예방접종이 일반화되면서 감염이 암 사망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고 있죠.

미결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 흡연입니다. 흡연은 암 사망 기여도가 35%로 가장 높아요. 폐암·구강암·방광암·신장암 등 흡연이 영향을 미치는 암의 종류도 광범위하고요.



― 이 때문에 교수님께서는 오랫동안 금연운동을 펼쳐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2000년 국립암센터 원장을 맡게 되면서부터 적극적으로 금연운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암 치료와 관련된 연구는 일반 병원에서도 많이 합니다. 치료와 병원 수입이 직결되니까요. 하지만 예방 관련 연구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 병원에서는 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예방 연구는 국가가 앞장서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예방과 관련해 담배를 연구하면 할수록 ‘담배=독극물’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졌죠.

이 때문에 담배가격 인상, 담배 제조 및 판매 금지 등에도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담배가격 150원·200원·2000원 인상에 앞장서기도 했고요. 금연운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국민훈장의 최고등급인 무궁화장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 금연 이외에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국가 암 검진사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사실 국가 암 검진사업은 제가 1995년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장을 맡으면서 토대를 닦은 사업이에요. 일본의 ‘암 극복 10개년 계획’을 벤치마킹해 한국 실정에 적합한 ‘암 정복 10개년 계획’을 냈는데 그중 하나가 국가 암 검진사업이었죠. 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등 5대 암에 대해 의료급여 수급권자 및 건강보험료 부과기준 하위 50%는 암 검진을 전액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입니다. 상위 50%도 검진 비용의 10%만 부담하면 됩니다. 검진 수준도 높은 편이에요. 제가 오랫동안 연구한 대장암만 해도 그렇습니다. 아주 초기 환자를 제외하고는 국가 암 검진사업의 분변잠혈반응검사로 혈변 여부를 알 수 있고, 이상이 있으면 대장내시경검사도 무료로 받을 수 있으니 국가 암 검진사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 암 검진 외에 보다 넓은 범위의 국가건강검진도 있지 않습니까.

▶생애주기에 맞춰 진행되는 국가건강검진 역시 빼놓지 말고 잘 챙기셔야 합니다. 고령이신 부모님께 적극적으로 권해드리는 것도 자녀의 역할이고요. 사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소에서 검진을 받으라고 연락을 줄 때 제때 검진을 받기만 해도 몇백만원짜리 특별 검진이 필요 없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비만·고혈압·신장질환·빈혈증·당뇨병·폐결핵과 같은 질환과 구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으니 때에 맞춰 검진을 꼭 받으십시오.



― 금연과 검진 외에 교수님께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강관리법이 있다면요.

▶사실 요즘 제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이 운동(신체활동)입니다. 운동은 국민의 6대 사망 원인(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폐렴·자살·당뇨) 모두를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죠. 운동을 하면 암은 10%, 심장질환은 20~30%, 뇌혈관질환은 20~25%가량 사망률을 낮출 수 있어요. 운동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저는 가장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인 ‘운동화를 신고 매일 30분 이상 빨리 걷는 것’을 권합니다. ‘빨리’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약간 숨이 찰 정도’가 적당합니다. 걷기는 전신을 쓰는 행동이라 운동효과가 뛰어납니다.

 

생활 속 운동 실천을 위해 정장에도 잘 어울리는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박 교수.


― ‘운동화 신고 출근하기’ 캠페인도 벌이고 계시죠.

▶바쁜 현대인이 생활 속에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운출생운’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운동화 출근 생활 속 운동’을 의미하죠. 누구나 쉽게, 돈 들이지 않고, 언제나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운동은 뇌기능을 강화시키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되니 ‘많이 걷고, 가끔은 빨리 걷기’를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매일 운동화를 신고 출근합니다.



― 걷기 외에 하시는 다른 운동이 있나요.

▶자전거를 탑니다. 2014년 5월, 소아암 기부활동을 위해 6박7일간 부산에서 경기 고양의 국립암센터까지 자전거로 종주하는 경험을 하고부터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죠. 요즘도 2주에 한번 정도 서울 양재천부터 경기 양평 양수리까지 자전거를 타고 있어요. 유산소운동은 심장과 폐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혈관조직을 강하게 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체지방을 분해하는 효과도 있지요.

1967년 의대에 입학한 뒤 52년을 의료인으로 살며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건강관리에는 금연·검진·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건강관리를 도와드려야겠다고 마음먹으신 모든 분들에게 부모님의 금연과 건강검진·걷기운동을 권하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농촌 의료현실에 대해 한말씀 해주신다면요.

▶농촌에서는 아무래도 의료혜택을 누릴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암 검진을 포함한 국가건강검진은 농촌에서의 검진기회를 늘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늦은 발견으로 치료시기를 놓치기 쉬웠던 농민들이 이제는 암에 걸려도 조기에 진단을 받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게 된 거죠. 오히려 바쁜 도시민들의 암 발견이 농촌지역보다 더 늦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지역 암센터들도 잘 운영되고 있어요. 도별로 모두 9개의 지역 암센터가 있으니 가까운 곳을 이용하면 됩니다.

김다정, 사진=김병진 기자
 



박재갑 교수는…

1948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1973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임용된 뒤 2000년 국립암센터 초대 원장, 2010년 국립중앙의료원 초대원장 겸 이사회 의장, 세계대장외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금도 한국세포주연구재단 이사장, 한국종교발전포럼 회장,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농민신문> 편집자문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황조근정훈장(2001), 자랑스런 한국인대상(2004), 미국대장외과학회지 최우수 논문상(2008), 전국 NGO 단체연대 2015 올해의 닮고 싶은 인물(단체) 대상(2015), 국민훈장 무궁화장(2018)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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