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내음 벗 삼아…하늘과 땅에 감사 노래

입력 : 2017-11-13 00:00 수정 : 2017-11-14 09:17
무대는 논이고 무대장치는 일부러 조금 남겨둔 벼와 콤바인이다.

논두렁 음악회

노래하는 농부 김백근씨, 수확 끝낸 자신의 논에서 올해 8회째 음악회 열어

자작곡·팝송 등 선보이며 농업과 쌀의 신성함 기려

공연 수익금은 쌀로 바꿔 어려운 이웃에 전달


농촌에는 농부의 땀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농촌에는 음악도 흐른다. 거칠고 마디 굵은 농부의 손이 튕겨내는 기타 소리와 담백하지만 단단한 목소리의 노래가 흐른다. 31년 농사 경력이 깎아내고 단련시킨 음악이다. 이 음악이 흐르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듣는 이의 가슴이 활짝 열린다.


4일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의 어느 논. 수확이 끝난 논바닥에 드럼과 키보드, 일렉트릭 기타 앰프 등이 설치됐다. 연주자들이 기다리는 사이, 통기타를 멘 농부가 등장해 마이크 앞에 섰다.
 

 

“노래하는 농부 김백근입니다.” 자신을 소개하고 연주를 시작하자 드럼과 베이스 기타 소리가 받쳐주고 일렉트릭 기타 선율도 뒤따라왔다. 그가 연이어 부른 팝송과 자작곡들이 반주에 실려 퍼져나갔다. 쌀쌀한 날씨에도 논에 놓인 의자에 앉은 청중은 연신 어깨를 들썩였다. 어떤 청중은 ‘농부가수’가 정성들여 농사지은 햅쌀로 만든 시루떡을 안주 삼아 탁자 위에 놓은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흥을 돋웠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논두렁 음악회였다. 무대이자 공연장이 논인 이유는 다 함께 흙을 밟고 흙내음을 맡으며 벼가 왜 자라야 하는지 깊게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이번 음악회의 주제는 찬미 혹은 찬양을 뜻하는 ‘힘(Hymn)’.

“하늘과 땅에 감사하기 위해 여는 공연입니다. 농업의 소중함과 쌀의 신성함을 기리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요. 특히 저한테는 이 공연이 추수감사제입니다.”
 

노래하는 농부 김백근씨가 논에서 하늘과 땅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공연을 하고 있다.

 

농업 예찬 멘트에 이어 김백근씨(53)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곡 중 하나인 자작곡 ‘쌀’을 정성껏 불렀다.

‘언제나 변함없이 만인에게 전해주는 자연의 선물, 자연의 생명 아무리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이 세상 모든 생명은 먹을 것 아~ 찾더라!’

논에서 공연한 이들은 모두 ‘농업 예찬론자’가 되는가보다. 찬조출연해 ‘골목길’ 등 자신의 히트곡들을 노래한 신촌블루스의 리더 엄인호씨는 “내년에도 오시겠느냐?”는 그의 질문에 “이 땅이 있는 한 반드시 온다”고 대답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백근이가 직접 농사짓는 논에서 공연하니 땅에 대한 고마움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그에게 나눔을 실천토록 한 동력이었다. 해마다 공연 수익금 대부분을 쌀로 바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 그가 지난해까지 나눠준 쌀은 모두 600포대(20㎏들이)다.
 

 

수확이 감사를 낳고 감사가 나눔을 낳은 셈이다.

음악을 좋아해 젊은 시절 서울에서 밴드 생활을 하다 농사를 짓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김백근씨. 그래서 지금은 안다. 음악에 진심이 필요하듯 농업에도 진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음악인과 농부가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임을. 그래서였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그는 청중에게 간절히 당부했다.

“요즘 농협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담기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명지를 준비했으니 우리나라와 농업을 사랑한다면 꼭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광명=강영식 기자 river@nongmin.com 사진=김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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