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청년농부 시대]배농사짓는 강대암씨

입력 : 2017-09-13 00:00 수정 : 2017-09-18 09:12
농사가 적성에 딱 맞다는 청년농부 강대암씨가 수확을 앞둔 배를 들어보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자유롭게 일하고 결실의 기쁨 맛보니 행운”

대학 진로 고민하던 시기 농업 비전에 매력 느껴 농수산대학서 농부 꿈 키워

3년간 배운 지식 바탕으로 지난해 부친과 함께 귀농

첫해 수확한 ‘원황’ ‘화산’ 캐나다·대만 수출 성과

“숙박시설·카페 갖춘 관광농원 조성이 목표”

가을빛을 함빡 머금은 배들이 주렁주렁 달린 강대암농원. 전북 익산시 삼기면에 자리한 이곳은 청년농부 강대암씨(22)의 땀과 열정이 밴 삶의 터전이다. 2년 전 농사꾼의 길에 들어선 그는 올해로 두번째 수확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금이야 능숙한 손길로 배를 키우는 어엿한 농부가 됐지만, 사실 그는 농(農)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 직장인 아버지와 고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평범하게 자라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그랬다.

“원래는 막연히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 대학의 관련 학과에 가서 견학을 해보니까 저와는 잘 맞지 않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로를 다시 고민하던 차에 부모님의 지인에게 권유를 받았어요. 자신처럼 배농사를 지어보지 않겠느냐고요. 당시 그분에게 들은 ‘농부의 삶, 농업의 비전’에 관한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게 시작이었지요.”

다행히 그에게 농촌은 낯선 공간이 아니었다. 교사인 어머니의 학교 발령에 따라 전북지역의 시골에 산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모친을 비롯해 가족 모두 그의 결정을 적극 지지해준 것도 농부의 꿈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배 농사꾼이 되기로 마음먹은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곧장 한국농수산대학 과수학과에 입학했다. 실무와 이론을 하루라도 더 빨리,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그가 대부분 영농후계자인 학우들을 따라가기란 녹록지 않았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부해야 했다. 그중 1년간은 배 선도농가에서 현장실습을 하며 재배기술 익히기에 몰두하기도 했다. 새벽 별을 보며 하루를 시작해 밤 별이 뜰 때까지 땀 흘렸던 시간들은 고스란히 오늘날의 자양분이 됐다.

2016년 2월, 3년간의 대학 공부를 마친 그는 본격적으로 흙에 발을 디뎠다. 3305㎡(1000평) 규모의 배 과수원을 빌려 배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팍팍한 일상에 지친 부친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동참했다.

 


배를 재배하던 토지를 임차했기 때문에 배나무를 그대로 키우면 됐지만 처음 하는 농사일이 쉬웠을 리 없다. 그나마 중간에 덜 헤맸던 건 배농사를 권유했던 지인이 재배기술과 농기계 사용법 등을 아낌없이 전수해준 덕분이었다. 물론 봄·여름·가을 밤낮 없이 정성을 쏟는 일은 오롯이 새내기 농부의 몫이었다.

첫해 농사는 성공적이었다. 배봉지가 찢어질 만큼 튼실한 배가 가득 달렸다. 크기와 색깔·맛 모두 좋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잔류농약이 없다는 평가도 받았다. 덕분에 조생종인 <원황> <화산>은 원예농협을 통해 캐나다·대만 등으로 수출하게 됐고, 중만생종인 <신고> <감천>은 지인이나 블로그를 통해 모두 팔려나갔다. 이에 자신감을 얻어 올해는 8264㎡(2500평) 규모의 과수원을 더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백화점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아직도 잘 자란 배를 보면 신기해요. 고객들로부터 배가 맛있다는 후기를 들으면 보람차기도 하고요. 또래 친구들처럼 취업 걱정을 하는 대신 자유롭게 일하고 이런 결실의 기쁨까지 맛볼 수 있다는 게 참 행운인 것 같아요.”

지금껏 남의 대지를 일궈왔던 그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땅에서 재배하고 싶은 배 품종을 심고, 농부로서 좀더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4년 전부터 부모님이 조금씩 매입한 땅에 최근 후계농업경영인육성자금으로 산 땅을 더해 1만6528㎡(5000평)의 토지를 마련했다.

“새로운 땅에선 가족들과 함께 관광농원을 만들고 싶어요. 꽃과 나무로 농원을 아름답게 가꾸고, 숙박시설이나 카페도 갖춰서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꾸리는 것이지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언젠가는 꼭 하려고요. 그리고 그 터전에서 매일 땅을 밟고, 살아 숨 쉬는 배나무들을 돌보는 농부로 오래오래 남고 싶습니다.”

익산=하지혜 기자, 사진=김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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