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얻고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고 행복이죠”

입력 : 2017-08-11 00:00 수정 : 2017-08-25 18:27
황일·박연정씨 부부가 자신들의 유자농장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유자의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무농약 유자 생산하는 전남 완도봄빛농장 황일·박연정 부부

‘농업’ 아닌 ‘농사’의 가치 중요 ‘건강한 농산물 생산한다’는 뜻

천연 영양제 만들어 뿌려주고 떨어진 잔가지·풀 그대로 땅에 묻어 농장 흙은 푹신하고 지렁이도 살아

소비자 위해 안전한 유자차 개발 인기좋아 매년 물량 부족하지만

기계화 통한 대량생산은 안해 건강한 먹거리 생산농장으로 남고파

 

전남 완도군 고금면의 완도봄빛농장 대표 황일(40)·박연정씨(39) 부부는 2009년 고향으로 내려온 귀농 9년 차 농민이다. 귀농 전에는 서울에서 목공과 인테리어일을 하던 평범한 부부였다. 2003년 결혼한 부부는 서울에 정착했지만 50대에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갖고 살았다. 하지만 고향이 그립고, 아이들에게 농촌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귀농을 앞당겼다. 지금은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제공하겠다’는 철학과 신념으로 무농약 유자를 생산해 유자차를 만들고 있다.



◆돈보다 농사의 가치 창출이 중요

부부는 자신들이 ‘농업’이 아닌 ‘농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농업이란 말은 산업의 측면에서 바라본 시각이 강해요. 그래서 규모화와 자본의 집중화를 우선하고 포장과 외형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농사는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뜻이에요.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해 1차산업의 본질을 찾고 싶었습니다.”

부부의 ‘건강한 농산물’에 대한 생각은 자연히 친환경농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귀농하던 해 5년 정도 방치됐던 과원 7600㎡(2300평)를 구입해 유자농사에 뛰어들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완도군농업기술센터를 찾아다니며 친환경영농 기술을 배우고, 쌀뜨물 발효액과 은행잎을 이용한 해충 기피제, 산야초를 이용한 액비 등 친환경농자재 자가 제조기술도 익혔다.

황씨는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것은 건강한 흙과 영양제로, 이 모든 것을 자연에서 얻어 활용한다”고 말했다.

부부는 직접 만든 천연액비로 땅을 살리고 있다. 유자액비, 해초류와 산야초를 섞어 만든 액비, 불가사리액비, 광어액비 등 액비 종류만도 10여종이 넘는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4년 이상 된 것들이다. 또 1년에 한번 소똥으로 만든 퇴비를 뿌려주고 떨어진 나무 잔가지는 그대로 땅에 묻는다. 그래서 부부의 농장에는 항상 풀이 무성하고 지렁이가 살아 숨을 쉰다. 농장 바닥이 쿠션을 밟은 듯 푹신한데, 이 또한 부부의 노력 덕분이다.

부부는 “땅을 살리는 데는 땅속 지렁이와 잡초가 큰 몫을 한다”며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치를 깨닫게 됐다”며 웃었다.

 

황일·박연정씨 부부가 생산한 유자.


◆건강한 땅 후대에 물려주자는 철학 실천

부부는 소비자를 중시한다.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려는 최종 목표가 소비자에 있기 때문이다.

“농사가 생명산업이라고 하잖아요? 결국은 우리 아이들과 소비자들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거예요. 이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건강하고 몸에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결심은 한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황씨의 말처럼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마음은 부부가 생산하는 유자차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박씨는 3년 동안 연구해 설탕 외에 화학첨가물이 일절 들어가지 않은 유자차 레시피를 개발했다. 또 유자 수확은 당일 유자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양만큼만 한다. 유자씨를 분리해 채로 썰고 설탕에 절여 숙성시키는 모든 과정도 수작업으로 한다. 이러한 노력은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봤다. 황씨 부부는 직접 생산한 유기농 유자차를 <유자도> 브랜드로 판매 중인데, <유자도>는 ‘최고급 유자차’로 알려지며 전량 직거래된다.

부부는 유자차의 인기가 좋아 매년 물량이 달리지만 유자 재배면적 확대에는 신중하다. 유자차를 담글 때 기계의 힘을 빌리기 싫어서다. 기계화로 대량생산을 하면 유자차 공장에 불과할 뿐,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장이 아니라는 나름대로의 철학과 소신 때문이다.

유자농사 초기 ‘상품가치가 없다’며 외면하는 상인들로 인해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땅을 살려 후대에 물려주고, 건강한 농산물로 인정받겠다”는 신념으로 꿋꿋이 버텨왔다는 부부는 “10년·20년이 지나도 소비자들이 계속 <유자도>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완도=오영채 기자 karisma@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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