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간다] 허리 통증, 시술로 싹~ 디스크 가고 디스코 추네

입력 : 2020-06-29 00:00
(왼쪽)장양진씨의 걸음걸이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였고 왼쪽 엉덩이에 항상 손을 짚고 걸었다. (오른쪽)시술·재활 운동 이후 허리가 곧게 펴졌으며 통증이 사라졌다.

전남 완도서 전복 양식하는 68세 장양진씨

일어날 때마다 허리·엉치뼈 ‘찌릿찌릿’

 

디스크·근육량 부족·척추전방전위증 원인

저주파 활용한 ‘신경근육자극’ 등으로 치료

허릿심 기르는 맞춤형 재활 운동 병행

 

허리 곧아지고 유연…“춤도 출 수 있당께”


백세시대에 즐거운 인생 2막을 위해선 건강한 신체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아픈 허리와 다리로 불편을 겪는 어르신들이 농촌 곳곳에 너무도 많다. 이에 제일정형외과병원(원장 신규철)의 도움을 받아 척추·관절 질환 관련 증상과 치료법을 사례 중심으로 5회에 걸쳐 알아본다.




잡은 즉시 날것으로 뜯어 먹는 전복은 나라님도 맛보기 어렵다고 했던가. 그 귀한 경험을 전남 완도 보길도의 바다 앞에서 누렸다. 장양진씨(68)의 선상에서 먹었던 크고 싱싱한 전복. 바닷물에 간이 돼 짭조름하면서도 달큼한 맛이 묘했다. 서울에서 장장 7시간 걸렸던 먼 길 횡단의 고단함은 전복 한입에 그냥 녹아버리고 말았다. 장씨가 더 먹으라며 쥐여준 두번째 전복도 무엇에 홀린 것 마냥 먹어치웠다. 입안에서 바다 맛이 사라져갈 때 즈음이었을까. 손바닥만 한 이 큰 전복들을 맛보기까지 장씨의 노고가 얼마나 컸을지 가늠해보게 됐다.

한적한 바다에서 보내는 장씨의 나날은 전복 양식 일로 꽉 차고 넘친다. 전복으로 세아들을 자랑스럽게 키웠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손주와 며느리까지 15명의 대가족을 꾸렸다. 33년간 수없이 많은 전복을 키우고 또 키워낸 고단함이 희생된 값이다. 전복 양식은 장씨의 남편인 백만기씨(71)도 “만만찮다”고 고개를 젓는 일이다. 전복은 수백평의 가두리 안에서 미역과 다시마를 먹으며 자라는데, 1㎏의 전복이 먹는 해조류의 양이 무려 20㎏에 달한단다. 먹이를 주는 일부터 어마어마한 노동력이 요구된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지금은 기계로 먹이를 준다지만 예전에는 이 많은 양을 직접 몸으로 날랐단다. 그뿐이랴. 전복 먹이인 다시마까지 양식한다. 특히 다시마 양식장에서는 행여나 다시마가 다칠세라 노심초사 줄을 잡고 배를 직접 끌고 다니신다. 몸의 20배나 되는 크기의 배를 수동으로 운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전복 양식장부터 다시마 양식장까지 매일 거친 파도와 씨름하며 땀을 흘리는 노고에 전복이 비싼 이유를 알게 됐다. 아니 ‘이것도 싼 가격이구나’ 싶었다.

기계 없이 몸으로 일한 수십년. 고단함을 달래며 매일 전복을 먹지만 원기회복의 대명사인 전복도 장씨의 허리를 낫게 해주긴 어려웠나 보다. 험하고 고생스러운 바다 위의 삶은 장씨의 허리를 여기저기 망가뜨렸다.

장씨는 앉았다 일어나려면 항상 뭔가를 잡고 일어서야 했고, 일할 땐 모르지만 서서 쉴 때면 어김없이 허리 통증이 찾아왔다. 특히 왼쪽 엉치뼈가 아파 걸을 때면 늘 왼손으로 허리를 짚고 다니셨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장씨의 허리 나이는 참담했다. 척추관협착증(디스크)이 있는 건 물론이었고, 허리를 지탱하는 근육량도 부족한 데다 척추뼈가 앞쪽으로 어긋난 척추전방전위증까지 혼재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난감했다. 결국 의사들과의 긴 회의 끝에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과 부종을 긁어내고 허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신경성형술’, 그리고 허리 주변 인대 조직을 강화하는 ‘프롤로(주사)치료’로 악조건이 겹친 상황을 하나씩 풀어보기로 했다.

시술을 한다는 말에 그제야 장씨는 희미하게 웃었던 것 같다. 그간 날고 긴다 하는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수술부터 권해 덜컥 겁이 났었단다. 우리는 최대한 장씨 허리를 보존하는 방법을 찾았다. 척추센터가 주축이 돼 재활의학과·내과·영상의학과, 여기에 물리치료팀·운동센터(제일리핏케어)까지 협심해 치료에 열을 올렸다.

장씨에게는 온열치료부터 레이저·신경근육자극(NMES)·신경분사·도수 치료 등 병원에 있는 모든 종류의 물리치료가 동원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저주파를 이용한 NMES치료가 약해진 장씨의 허리를 강화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NMES는 시·수술 후 지친 근육을 회복시키면서 근력을 길러주는 치료법으로, 이미 선진국에서는 뇌졸중 환자의 재활이나 스포츠 선수의 근력 향상을 위해 보편화돼 있다. 우리 병원도 이런 치료가 가능한 장비를 갖춰놓아 적절한 치료를 적기에 제공할 수 있었다. 허리에 어느 정도 힘이 생길 즈음 장씨는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을 병행했다. 재활운동을 바탕으로 신체 균형을 잡는 레드코드 운동과 체력 증진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머신운동 등으로 허릿심을 기르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이제 요로코롬 춤도 출 수 있당께!”

치료 후 장씨가 처음 내뱉은 말이다. 의료진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열심히 해준 것도 있지만, 각 과의 협진과 치료가 시너지 효과를 내어 그런지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퇴원하는 날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가 병실에 가득 울려 퍼졌고 장씨의 허리 움직임은 가볍고 유연했다. 덩굴째 굴러오는 단호박 같은 환한 웃음이 그제야 터졌다. 늘 긴장돼 있던 장씨가 처음으로 편하게 웃은 것이다.

시술도 잘됐지만 재활 운동도 굉장히 잘 따라한 결과다. 가실 날 없던 장씨의 통증이 사라졌고 기울었던 허리도 한결 곧아졌다. 그는 “30대부터 쭉 아팠는데 거짓말같이 좋아졌다”며 신기해했다. 앞으로 운동과 물리치료로 관리만 잘하신다면 10년이고 20년이고 허리를 잘 쓰실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요즘은 유튜브를 보면서 홈트레이닝을 따라서 할 수 있고, 시술 후 근육을 풀어주고 근위축을 방지해주는 소형 저주파 의료기기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집에 돌아가서도 관리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곧게 펴진 허리처럼 남은 장씨의 인생도 막힘 없이 곧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규철<제일정형외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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