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성형술·신경근자극…“통증 줄고 허리 펴지고”

입력 : 2020-03-18 00:00

[제일정형외과병원·농민신문 공동기획] 극복하자! 농민병

(10)·끝 퇴행성 척추관협착증 극복한 김소순씨<경북 포항>

9년 전 허리뼈 튀어나오기 시작 통증 심해지면 주사 맞고 버텨 최근 허리 굽고 몸도 기울어져

근육 매우 적고 신경 압박 상태 비수술 치료로 통증 즉각 개선 저주파 물리치료로 근육 강화

틈날 때마다 스트레칭 등 해야
 


경북 포항 앞바다 해녀 김소순씨(67)를 찾았다. 김씨는 해마다 12월이 되면 문어잡이를 위해 영하의 날씨를 뚫고 남편과 겨울바다로 나간다. 바다에 들어가 거센 물살과 얼음장 같은 수온과 싸우며 물질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씨는 물 공포증이 있다. 물이 무서워 수영을 잘못하는 데도 거친 파도에 몸을 부딪쳐가며 그나마 수심이 낮은 곳의 작은 전복이라도 건져 올려 생계를 유지한다. 해가 저물면 이웃집 과메기 작업장에서 화장실 갈 시간조차 아껴가며 장시간 앉아 꽁치 손질을 한다.

그래서일까. 힘든 바닷일로 허리 한번 제대로 펼 수 없었던 김씨는 9년 전부터 허리가 뻐근하더니 허리뼈가 툭툭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따금 견딜 수 없이 통증이 심해지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통증 주사를 맞아가며 진정시키고 다시 바다에 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걸을수록 허리가 앞으로 굽는 증상이 심해졌다. 김씨는 팔자걸음에다가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져 있었다. 손으로 만져봐도 김씨의 척추가 휘어진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둘러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모시고 와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김씨는 통증이 하체로 퍼져 나가는 방사통이 있긴 했지만, 그보다 걷다보면 허리가 굽어지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호소했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혼재해 있었다. 전반적으로 근육이 지방화돼 허리 주변 근육량이 매우 적고 척추 가운데가 돌출돼 있었으며, 퇴행성 척추관협착증으로 하체 쪽에 이어지는 신경이 압박되고 있었다.

여러 전문의와 논의해 신경을 누르는 병변 부위를 개선하는 ‘신경성형술’을 먼저 실시하기로 했다. 신경성형술은 꼬리뼈 부위의 신경 통로를 따라 약물을 주입해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제거하고 신경을 풀어주는 시술이다. 이는 김씨가 느끼는 통증을 즉각적으로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비수술 치료다.

그런데 통증은 어느 정도 잡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지만 문제는 ‘힘이 없는 허리’였다. 걷다보면 허리가 굽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리의 힘은 ‘근육’에서 나오는데 김씨는 근육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김씨에게 인대를 강화해주는 프롤로 주사요법을 실시하고 입원기간 동안 ‘신경근자극(NMES)’ 치료를 진행했다. 김씨가 운동 치료를 바로 따라 하기 어려울 만큼 기초 체력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NMES란 저주파를 이용한 물리치료의 일종이다. 거동이 불편한 척추 환자에게 운동을 대체하는 근육강화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많은 전기자극 치료가 존재하지만 이중 대부분이 ‘경피신경자극(TENS)’ 요법으로 분리되고 있다. 이는 근육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뇌로 올라가는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것으로, 통증 감소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근육을 강화해 허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다.

그런데 TENS를 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는 NMES로 근력운동이 필요한 환자를 치료해왔다. 이 치료법은 거동이 어려운 척추·관절 환자, 무중력상태에서 근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우주비행사, 뇌졸중으로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고가의 수입 의료기기이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보편화되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국산 신경근자극기가 개발돼 병·의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보다 쉽게 척추 환자들을 위한 근육 강화 치료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씨에게도 매일 2~3회씩 NMES를 실시했다. 기립근에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자 점점 허리에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씨는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좋아지더니 일주일 정도 지나자 통증이 사라지고 허리도 꼿꼿해졌다. 예상보다 좋은 경과에 김씨와 가족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혹사당했던 만큼 허리 치료는 단기간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마라톤’이라고 여겨야 더 바람직하다. 시술 후 통증이 줄었을 때가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 기회라 생각하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 관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편해질 때 틈나는 대로 허리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스트레칭과 근력을 강화하는 자극을 준다면 가랑비에 옷 젖듯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해진 척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규철<제일정형외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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