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농사일로 좁아진 척수신경 통로, ‘풍선확장술’로 극복

입력 : 2019-06-12 00:00
김순자씨가 ‘풍선확장술’을 받은 후 재활치료하는 모습.

척추·관절 제대로 알면 백전백승 (3)허리·무릎 통증 극복한 김순자씨 <충북 청주>

거동 불편한 남편 대신해 힘든 포도농사 홀로 해내

극심한 허리·무릎 통증 탓 제대로 눕지도 서지도 못해

낮은 골밀도로 수술 어려워 시술적 치료·전기자극 병행 허리 펴지고 걷기 수월해져
 


푸른 호수와 초록 숲이 어우러진 충북 청주의 한 마을. 풍경 좋고 고요한 이곳에 바람 잘 날 없다는 한 노부부가 살고 있다. 포도농사를 짓는 김순자씨(74)와 윤종성씨(75)다. 천하태평하게 하루를 보내는 남편 윤씨와 달리 김씨는 늘 포도나무 가지와 씨름하느라 바쁘다. 흡사 ‘개미와 베짱이’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남편 윤씨의 행동엔 이유가 있다. 전립선암 투병과 당뇨로 인해 거동이 힘들 정도로 몸이 쇠약해졌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는 남편으로 인해 김씨가 감당해야 하는 노동의 몫이 해마다 늘고 있다.

문제는 김씨의 허리였다. 한평생 쉴 틈 없이 농사일을 해온 대가는 가혹했다. 김씨는 허리 통증이 심해져 통증 없는 밤을 보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일단 기본적인 동작이 가능한지 육안으로 검진을 진행했다. 그런데 허리가 아파 자리에 똑바로 눕는 것마저 쉽지 않은 상태였다. 누우면 정상인에 비해 허리가 바닥에서 심하게 떨어졌다.

무릎 역시 조금만 구부려도 김씨는 ‘악’ 소리를 내며 통증을 호소했다. 전형적인 관절염 증상이었다. 허리와 무릎 관절이 모두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허리가 굽으면 상대적으로 하중이 무릎에 쏠리게 된다. 이 때문에 무릎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간단한 동작으로 확인해봐도 김씨의 몸은 성한 곳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급히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모셔 정밀검진에 들어갔다. 진단 결과 김씨의 골밀도가 매우 낮은 위험단계에 속했다. 심각한 ‘골다공증’이었다. 이런 경우 일상생활에서 발을 헛디디거나 기침을 하다가도 뼈가 부러질 수 있다. 작은 충격으로도 손상될 정도의 약한 뼈는 어느 한곳에 금이 가거나 골절이 일어나면 계속해서 연쇄 골절이 생기기 때문에 평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한 결과, 요추 4번과 5번이 찌그러지면서 추간공이 좁아진 상태였다. 추간공이란 추골과 추골 사이에 척수신경이 빠져나오는 공간을 말한다. 김씨는 척추 사이도 눌려 있지만, 심각한 수준인 골다공증 때문에 설사 못을 박는 수술로 척추 뼈를 고정시킨다고 해도 지지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에 의료진이 모여 긴급회의를 했다.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수술방식으로 접근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 시술적 치료요법인 ‘풍선확장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풍선확장술이란 꼬리뼈 부위의 혈관을 따라 지름 2~3㎜의 가느다란 풍선이 내장된 관을 삽입해 막힌 척추관 부위를 넓히는 시술이다. 시술 자체는 간단하지만 막힌 신경이 어느 정도 열리는지는 기다려봐야 아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수술 경과는 좋았다. 골다공증 치료와 함께 근육을 강화하는 전기근육자극(EMS) 치료도 병행한 결과, 늘 구부정한 모습으로 뒷짐을 지고 걷던 김씨의 허리가 곧게 펴졌다. 허리가 펴지니 외관상으로도 키가 훨씬 커 보였다.

치료 후 회복된 김순자씨.

힘찬 걸음걸이를 되찾은 김씨에게 건강해진 허리로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김씨는 미소 지으며 “회 먹으러 놀러 가야죠” 하고 대답했다. 가족을 위해 본인의 삶은 늘 2순위로 제쳐놓았던 아픈 어머니의 바람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소박한 김씨의 소원에 괜스레 마음이 찡해졌다.

여전히 김씨처럼 작은 소원을 마음속에 품은 채 통증과 씨름하며 밤새 끙끙 앓는 농촌 어르신들이 많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깝다. 더 많은 어르신이 ‘참고 말지’ 하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조기에 치료해야 돈도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갖길 기대해본다.

신규철<제일정형외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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