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가슴·치미는 화 …화병, 가슴 중앙 혈자리 풀어줘야

입력 : 2019-04-15 00:00

한방으로 지키는 건강 (9)화병

분하고 억울한 일 제대로 못 풀고 계속 쌓아뒀다 생기는 마음의 병

목·명치 묵직한 느낌에 열감 동반 갑상선질환 증상으로 오인하기도

치료 놓쳤다간 큰 병으로 이어져

전중 혈자리 위주로 침을 맞고 시호 등 약재 통해 잘 다스려야
 


화병은 분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그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쌓아뒀다가 생기는 병이다. 가슴속에 담은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몸과 마음에 병을 불러오는 경우다. 흔히 말하는 ‘기가 막힌 일’이 쌓여서 생긴다.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답답함’이다. 한의학적으로는 이를 간기울결(肝氣鬱結)이라고 한다. 이런 상태가 오래 가면 울구화화(鬱久化火), 즉 열이 발생한다. ‘화(火)’의 특성은 염상(炎上)이다. 이는 불이 타올라 열기가 위로 치솟는다는 뜻이다. 울구화화의 몸 상태에선 무언가 밑에서부터 위로 치밀어오르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되고, 가슴이나 얼굴쪽에 열감을 느끼게 된다.

분하고 억울함으로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본인이나 주위에서도 그럴 만한 상황이라고 인정할 경우 화병이 발생했다고 보면 된다. 또 가슴 답답함, 열감, 치밀어 오르는 느낌, 목이나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걸린 느낌 중에서 세가지 이상 증상이 있으면 화병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본인이 화병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치료를 받는 것엔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 화병은 그저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병이 의심돼도 대부분 ‘그냥 마음을 다시 잘 잡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정서가 보편적이다. 또 워낙 오랜 기간 스트레스가 쌓여 단기간에 치료가 안된다고 여겨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화병의 치료가 쉽게 된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화병은 치료가 어려운 게 아니다. 따라서 빠른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화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질환이나 암과 같은 실제 신체질환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화병이라고 생각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화병은 치료가 잘 안된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지 않았다가, 결국 나중에 다른 질환으로 진단받는 일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질환이 갑상선기능항진증(갑상샘항진증)이다. 갑상선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대사를 관장하는데, 기능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몸에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열은 위로 올라가는 특성상 화병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또 갑상선은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이상이 생기면 화병으로 오인하기 쉽다.

화병을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보다도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화병은 한의학적인 ‘화’의 개념에서 출발한 한국 고유의 증후군으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누적된 것을 원인으로 본다. 최선의 치료가 어려울 때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치료법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과 스트레스에 대한 대항력을 키우는 것으로 나뉜다.

한의학에서 화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가장 핵심적인 치료는 화를 줄이고 막힌 기를 풀어주는 것이다. 기가 위아래로 소통하는 가장 큰 통로는 인체의 정중앙을 지나는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이라는 경락이다. 음식물로 체했을 땐 중완(中脘)이라고 하는 복부 한가운데 있는 혈자리 위주로 침을 놓는다. 이와 달리 생각이나 감정으로 체하는 화병의 경우엔 전중이라고 하는 가슴 한가운데 있는 혈자리 위주로 침을 놓게 된다.

한약을 통한 치료에는 시호(柴胡)라는 약재를 주로 쓴다. 시호는 열을 흩어지게 하는 성질이 있다. 열이 흩어지면 증상이 완화되면서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그런 뒤엔 기운을 소통시키는 효능이 있는 진피·청피 등의 약재를 사용해 기가 막힌 것을 풀어준다.

침과 한약 이외에도 가슴에 쌓여 있는 기운을 풀고자 육자결이라는 기공을 시행한다<오른쪽 기사 참조>. 또 상담을 통해 정신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치료도 한다.

치료의 효과를 높이면서 재발을 방지하려면 꾸준히 운동하는 게 바람직하다. 운동으로 체력이 길러지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도 커져 화병 재발이 줄어든다. 화병의 증상이 어느 정도 나아지기 시작하면 한번에 30분 정도의 걷기와 스트레칭을 주 5회 정도 권한다. 여유가 된다면 근력운동도 병행하면 좋다.
 


 

정선용 교수는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진료와 연구분야는 화병·우울·불안 등의 정서장애와 건망·치매 등의 인지장애, 소아의 틱장애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화병 스트레스클리닉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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