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맛으로 향으로 ‘송이밥’…미식가 ‘가을 먹킷리스트’ 채우다

입력 : 2022-09-28 00:00

[향토밥상] (16) 강원 양양 ‘송이밥’

편으로 썬 송이 올려 밥지으면

먹는내내 알알이 밴 향에 호사

양념 곁들이지 않는 것이 비법

흙털고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

결대로 찢어 그냥 먹어도 ‘별미’

30일~10월2일 남대천 등에서

‘양양송이축제’ 대면으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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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밥 한상차림. 양념장을 넣지 않고 은은한 송이향을 느끼면서 먹는 게 송이밥의 매력이다. 양양=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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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화려하고 진귀한 음식을 두고 ‘입으로 먹고 눈으로 먹는다’고 한다. 송이버섯은 입과 눈보단 코로 먼저 맛본다. 소나무 아래 청결한 곳에서 자라는 송이버섯은 솔숲의 싱그러움을 닮은 그윽한 향기가 일품이다. ‘문을 닫고 먹어도 향이 문밖으로 새어 나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맛과 향뿐일까. 효능도 뛰어나다. 특히 항암효과가 우수하다고 알려졌다. 칼슘·철분과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준다. 허준은 의학서 <동의보감>에서 송이가 성분이 고르고 독이 없다면서 ‘버섯 가운데 으뜸’이라고 적었다.

미식가의 가을철 ‘먹킷리스트(먹다+버킷리스트, 꼭 먹어야 하는 음식)’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송이지만 선뜻 사 먹기는 쉽지 않다. 값이 비싸서다. 생육 조건이 까다로운 송이는 사람이 재배하기가 불가능하다. 채취기간은 보통 추석 전후 40여일로 짧다. 작황에 따라 1㎏당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을 때도 잦다.

제철 맞은 송이를 맛보러 강원 양양으로 갔다. 양양은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에 “송이버섯 주요 생산지”라고 기록됐을 만큼 예부터 질 좋은 송이가 많이 나는 곳으로 손꼽혔다. 2006년엔 ‘양양송이’가 우리 임산물 가운데 최초로 지리적표시를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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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린 쌀 위에 편으로 썬 송이를 올려 밥을 짓는다.

귀한 송이향을 실컷 즐기려고 궁리 끝에 나온 요리가 송이밥이다. 쌀 위에 편으로 썬 송이를 올려 밥을 지으면 한끼를 먹는 내내 알알이 밴 송이향을 음미할 수 있다. 2∼3인분 솥에 한개만 넣어도 향이 진하다. 밥을 모두 퍼내고 물을 부으면 송이향 숭늉까지 디저트로 완성된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도 호사스러운 밥상을 받고 싶을 때 이만한 요리가 없다.

여느 한솥밥과 달리 송이밥은 양념장을 곁들이지 않는다. 간장이나 고추장이 원재료 본연의 향을 가리기 때문이다. 현남면에 있는 농가 맛집 ‘달래촌’의 주인장 문기령씨(63)는 “가끔 양념장을 달라는 손님이 있지만 웬만하면 없이 먹기를 권한다”면서 “첫입엔 별맛이 없는 것 같아도 한두술 먹다보면 특유의 맛과 향이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흰쌀과 송이의 조화. 그게 바로 송이밥의 매력이다.

그러면서 문씨는 “부족한 간은 함께 나온 나물 반찬에서 채우라”고 했다. 양양은 동해를 품은 갯마을이면서 산과 숲이 우거진 곳이다. 산나물이 지천이다. 달래촌에선 인근 마을에서 직접 뜯은 취나물·망초·제피·찔레순을 들기름과 소금에 무쳐 내놓는다. 역시 간을 순하게 해 재료 본연의 맛이 온전히 느껴지도록 했다. 해조류 부각도 입맛을 돋운다.

송이버섯의 향을 마음껏 느끼려면 생으로 먹으면 된다. 겉면의 흙을 털어내고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은 다음 결대로 세로로 찢어 씹어 먹는다. 양양송이협회 배만철 회장(63)은 “균류지만 생으로 먹어도 탈이 없다”면서 “많이 먹으면 자칫 느끼할 수 있는데 그럴 땐 팬에 살짝 구워 먹으라”고 귀띔했다.

송이버섯은 한우와도 잘 어울린다. 이맘때 양양 고깃집에 가면 고기보다 송이 주문하는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팬에 함께 구우면 송이가 쇠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줘 궁합이 좋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송이 불고기가 제격이다. 달짝지근한 간장 양념이 밴 송이의 졸깃한 식감이 고기보다 맛있다.

그 외에도 송이 요리는 많다. 다만 워낙 고가라 주산지 주민조차 자주 먹기는 어렵다. 배 회장은 “옛날엔 송이로 밥이며 반찬이며 즐겨 먹었다는데 요새는 비싸서 구입하려면 큰맘 먹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30일부터 10월2일까지 양양 전통시장과 남대천 일원에서 ‘양양송이축제’가 열린다. 코로나19로 대면 행사가 중단된 지 3년 만이다. 질 좋은 송이버섯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송이 시세가 지난해보다 저렴하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산지에 방문해 가을 미식을 즐겨보면 어떨까.

양양=지유리 기자, 사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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