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백년 술도가, 예술을 빚다…괴산 목도양조장

입력 : 2022-09-07 00:00 수정 : 2022-11-02 16:40

[우리 술 답사기] (41) 충북 괴산 목도양조장

1928년 주조조합서 출발…1936년 창립

폐업직전에 창업주 손녀 부부 쓸고 닦아

양조장·부속건물 도 등록문화재로 지정

우물터·사입실·국실…100년 세월 곳곳에

찹쌀·멥쌀로 생막걸리 등 네가지 술 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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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목도양조장에서 빚은 ‘느티(왼쪽부터)’ ‘목도생막걸리’ ‘목도맑은술’ ‘괴산백주’. 괴산=현진 기자

우리나라에서 100년 역사를 지닌 양조장은 몇 안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충북 괴산에 있는 ‘목도양조장’이다. 이곳은 1928년 괴산주조조합에서 출발해 1936년 창립하고 나서 한 자리에서만 줄곧 술을 빚어온 유서 깊은 장소다. 지금은 지난달 충북도가 목도양조장과 부속건물을 도 등록문화재 2호로 등록·고시하며 대표적인 지역 문화재로 거듭났다.

“이 정도로 원형을 보존한 양조장은 전국에서도 손꼽아요. 일제강점기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얇은 골조가 특징이죠. 술은 조부인 고(故) 유증수 대표가 1920년부터 빚기 시작했고 지금 이 양조장은 1939년도에 건립됐어요. 손녀인 저와 남편이 양조장을 지키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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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양조장 앞에 선 유기옥 대표(오른쪽)와 남편 이석일씨.

유기옥 대표(64)는 남편인 이석일씨(68)와 평일엔 서울에서 생활하고 금·토·일요일은 양조장에서 술을 빚고 있다. 양조장을 지키려고 괴산으로 내려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퇴직하고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반응이었다. 이씨 직업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였다. 유 대표가 먼저 괴산에서 살다시피 하며 폐업 직전 목도양조장을 쓸고 닦았고, 이후엔 부부가 함께 관리하기 시작했다.

양조장 곳곳에선 100년 세월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직원들이 머물던 숙직실, 술 숙성을 위한 사입실을 적은 손글씨가 정겹다. 옛 양조장이라면 꼭 있었던 우물터도 있다. 사입실에 있는 오래된 항아리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쓰던 물건이다. 항아리에는 ‘No.1 360ℓ 1963’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계량 판매를 하면서 적은 글씨다. 목도양조장의 보물들은 술에 쓰이는 발효제인 입국을 만들던 국실에 있다. 이젠 입국을 만들지 않아 현재 자료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회계장부, 조선총독부 양조용 온도계, ‘목도’라고 새겨진 쇠도장 등 물건 자료를 보면 국립중앙박물관이 따로 없다. 나무로 제작된 냉각대에는 “밥을 잘 쪄야 술 맛이 좋다!”라는 직원이 적은 낙서가 있다.

“할아버지가 술을 만들 적엔 ‘괴산지역 술은 유씨가 잡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어요. 직원도 10명이 넘었죠. 직원들과 술 사러 온 동네 아저씨들로 북적북적한 양조장이 아직도 생각나요.”

부부만 남은 지금, 목도양조장은 네 가지 술을 빚는다. 찹쌀과 멥쌀을 섞어 빚는 <목도생막걸리(6.5도)>, 찹쌀 비율을 늘려 달게 빚은 막걸리 <목도맑은술(14도)>, 약주인 <느티(15도)>, 그리고 감미료를 넣지 않은 탁주 <괴산 백주(15도)>다.

얼핏 봐선 어떤 차이가 나는지 구별이 어렵지만, 이씨의 설명이 보태지면 이해가 쉽다. <목도생막 걸리>는 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걸리이며, <목도맑은술>은 마치 동동주같이 단 ‘앉은뱅이 술’이다. <목도맑은술>과 <괴산 백주>는 재료는 같은데, <목도맑은술>엔 감미료를 더했다. <느티>는 앙금 없이 맑고, <괴산 백주>는 술 밑에 앙금이 보인다. 전반적인 술의 인상은 담백하다.

목도양조장은 앞으로 괴산을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 부부도 사는 동안은 관광객에게 목도양조장을 안내하고 술 체험을 도우며 양조장 명맥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금 그대로 이 자리에, 아무것도 바꾸지 마라, 만드는 사람의 마음까지도’라는 목도양조장의 굳센 경영지침을 지키는 데 충실하겠단 의미다.

“누군가 목도 하면 목도양조장이 생각나고, 우리 양조장을 보러 괴산까지 놀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사는 동안은 목도양조장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요.”

<목도생막걸리>는 1200㎖ 기준 3000원, <목도맑은술> 970㎖ 1만1000원, <괴산 백주> 750㎖ 1만9000원, <느티> 500㎖ 2만7000원이다.

괴산=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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