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시래기·묵은지·땡초고추 김밥?…남녀노소 엄지척!

입력 : 2022-09-02 00:00 수정 : 2022-09-03 00:05

우리농산물로 풍미 살리고 정성으로 돌돌만 건강 한끼

맛대맛 (32) 전국 이색 김밥

시래기 김밥

식감 부드러운 경북 예천 재료로 속 채워
포만감 주면서 위에도 부담없어 인기만점

묵은지말이 김밥

전남 해남산 배추와 쌀만 활용해 만들어
신맛과 아삭함으로 젊은층 입맛 사로잡아

땡초 김밥

여러 속재료 잘게 다져 넣어 감칠맛 더해
너무 매울땐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면 제격

 

“김밥은 믿음직스러워요. 재료가 한눈에 보여 예상 밖의 식감이나 맛에 놀랄 일이 없답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주인공의 대사다. 골목마다 분식점과 편의점이 있어 구하기도 쉽고 간편하게 한입에 쏙 넣어 먹을 수 있으니 김밥은 가히 국민 한끼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천고마비의 계절, 김밥이 당긴다면 품을 들여 정성과 영양이 듬뿍 담긴 것을 찾아 먹어보는 것이 어떨까. 건강한 우리농산물로 풍미를 살린 김밥이 작은 위로와 안식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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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인 시래기 김밥. 시래기가 많이 들어가 포만감을 주면서도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시래기 김밥

비타민·식이섬유·철분·칼륨 같은 영양소가 풍부한 시래기가 몸에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터. 이것을 김밥의 주재료로 삼은 이가 있으니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있는 한 아파트 상가에 들어선 ‘오매김밥’ 주인 김승현씨(62)다.

김밥의 첫인상만 보더라도 건강하고 푸짐할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일단 김밥 크기에서 놀란다. 테니스공 지름보다 살짝 작다. 퇴근길 무렵 식당에서 시래기 김밥을 찾은 한 직장인이 “양이 많아 남길 수 있으니 너무 두껍게 싸지 말아달라”고 주문할 정도다.

단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잘게 다진 시래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단무지·달걀·양파 등이 들어가 김밥 본연의 맛을 지킨다. 호기롭게 중심을 채운 시래기 때문인지 주재료인 밥알이 오히려 기를 못 펴는 형국이다.

김밥 곳곳에 주인의 장인정신이 묻어난다. 시래기는 꼭 경북 예천 것만 쓴단다. 다른 지역 것보다 식감이 부드럽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시래기 김밥을 먹겠다며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일부러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포만감을 주면서도 위에 부담스럽지 않고 시래기의 깊은맛을 느낄 수 있어 손님의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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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이 도는 신맛이 특징인 묵은지말이 김밥. 묵은지가 밥을 감싸는 간단한 형태다.

●묵은지말이 김밥

김밥에 김과 단무지가 필수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난(NAN)’ 식당에 가면 생기발랄한 노란색 김밥을 맛볼 수 있다. 이곳의 인기 음식 묵은지말이 김밥 구성은 단순하다. 윤기 자르르한 쌀밥에 묵은지가 돌돌 말아져 있을 뿐 다른 재료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군침이 도는 신맛과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묵은지가 탄생하려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1년 된 묵은지를 쌀뜨물과 참기름에 넣어 씻어주고, 그 후에 쌀, 말린 톳·토란·무청과 함께 끓여 다시 한번 씻어주는 과정을 거친다.

4년 전에 이곳에 식당 문을 연 진민숙씨(58)는 어렸을 적 추억을 끄집어내 이 김밥을 생각해냈다. “유년시절 엄마가 다섯 딸의 주린 배를 빨리 채워주려고 자주 묵은지를 이용해 김밥을 만들어주시곤 하셨어요. 그런데 이게 유행에 민감한 합정동 젊은이 입맛에 맞을 줄 상상도 못했죠.”

진씨도 음식에 들어갈 재료를 엄선한다. 자신의 고향인 전남 해남산 배추와 쌀만을 고집한다. 그는 김장철만 되면 모든 일을 제쳐놓고 고향으로 향한다. 농사짓는 친언니랑 한해 김밥 만드는 데 쓸 묵은지를 담가야 해서다.

진씨는 “서울살이가 고되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을 자주 하는데 묵은지 김밥에 매료된 이웃 주민이 결사반대를 하는 바람에 힘닿는 한 열심히 김밥을 말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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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있는 매운맛을 내는 땡초 김밥.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땡초 김밥

경남 진주에 가면 꼭 맛봐야 하는 김밥이 있다. 바로 땡초 김밥이다. 땡초는 청양고추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이다. 이 김밥은 특허까지 받은 지역 명물이다. 대안동에서 ‘땡초김밥본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석효씨(52)가 2001년 개발했다.

땡초 김밥에는 다진 땡초와 잘 버무린 밥이 푸짐하게 들어 있다. 소박한(?) 생김새에 실망했다면 섣부른 판단이다. 다양한 재료를 잘게 다져 넣어 감칠맛을 더했기 때문. 버섯과 시금치는 가루 형태로 넣었고 당근은 땡초처럼 잘게 다져 넣어 김밥 맛을 살렸다. 검은깨는 고소함을 책임진다.

최씨는 “손님들이 점점 강한 매운맛을 찾는데 먹고 탈이 날까 봐 몸에 좋은 재료를 추가하게 된 것”이라며 “반줄 정도는 오롯이 그 맛을 느끼고, 너무 매워 입이 얼얼하다면 나머지는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이 김밥은 땡초 하나로 승부를 내기 때문에 최씨는 재료 공수에 철두철미하다. 지역별로 고추의 매운맛이 강해지는 때가 달라서 진주 외에도 전남 나주나 강원 일대에서 나는 것을 돌아가면서 쓴다. 지금은 강원지역에서 나는 땡초 맛이 가장 맵다고.

과천=이문수 기자, 진주=서지민 기자, 사진=김병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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