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대로, 취향대로 ‘쌀 맛’ 골라드세요

입력 : 2022-08-29 00:00

 ‘동네정미소’ 대표가 말하는 좋은 쌀

다양한 식감향 등 개성만점 품종 가득

갓 도정한 소포장 상품 사는 게 바람직

보관땐 공기접촉 최소화·적정온도 유지

 

동네정미소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쌀 사진=현진기자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하루를 산다. 매일 챙겨 먹는 쌀이지만 누군가에겐 기호식품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예전 종자를 개량한 신품종이 속속 나오고 있고 지역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쌀을 고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제 어떤 품종이 우리 가족과 자신의 입맛에 맞을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식탁에 올려보는 건 어떨까. 각양각색 쌀을 유통·판매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동네정미소’를 찾아 ‘진짜 밥맛’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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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캔에 담은 쌀.

◆취향 따라 입맛 따라 품종을 고르는 시대=“오늘 점심은 제육볶음 먹을까? 아니면 설렁탕은 어때?”

식단을 고민한 적은 있지만 정작 주식인 쌀은 어떤 종류를 먹을까 생각해본 기억이 없다. 주객이 전도된 이 상황을 일깨워준 이가 있다. 26일 만난 김동규 동네정미소 공동대표는 쌀을 커피와 비교했다.

“흔히들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문화로 향유한다고 하잖아요. 바리스타는 물론 고상한 소비자들은 원산지가 어디냐 또 신맛·탄맛·쓴맛에 따라 원두를 고르거든요. 쌀도 산지와 품종별로 맛이 천차만별이에요. 자신에게 맞는 최상의 밥맛을 찾는 노력으로 삶의 질을 한단계 높여보자고요.”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알루미늄 캔에 든 쌀 제품에 눈길이 갔다. 캔에는 품종의 특성을 설명하는 사분면이 그려져 있었다. 위와 아래는 찰기와 단단함, 왼쪽과 오른쪽은 담백함과 부드러운 정도를 나타내는 식이다.

그는 캔을 보면서 품종에 따른 밥맛을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주로 강원 철원 일대에서 나는 <오대>는 상당히 부드러운 맛을 내면서 찰기가 꽤 있는 편이에요. 그와 달리 <신동진>은 단단한 식감에다 담백한 맛이 있어 쉽게 물리지 않죠.”

밥에서 나는 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기자에게도 취향을 고려해 품종을 추천해줬다. 그는 <골드퀸3호>를 골라 즉석에서 밥을 지었다. 엇구수한 향이 은은하게 퍼져 먹기 전부터 군침이 돌았다. 한숟갈 떠보니 알알이 스며든 누룽지향이 미각과 후각을 이롭게 했다.

좀더 이색적인 쌀을 찾는다면 토종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맛은 투박하지만 개성이 살아 있다. 가령 과거 평안남도에서 주로 재배하던 <북흑조>는 낟알이 검붉은데 단맛이 주류를 이룬다. 이파리에 붉은색이 감돌아 이름 붙여진 <붉은자나락>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난다.

◆가장 맛있는 밥은 갓 찧은 쌀에서 나온다=동네정미소가 소비자에게 최상의 밥맛을 배달하는 비결은 도정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 전국 산지에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미곡처리장 등에 도정을 지시하는 체계다.

“여기에서 판매하는 쌀은 모두 2주 안에 찧은 것들입니다. 혼합미를 지양하고 단일 품종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밥맛에 한몫한다고 할 수 있겠죠.”

껍질이 벗겨진 쌀은 그 이후부터 산패라는 과정을 피할 수 없다. 도정기간이 오래될수록 품질과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겨울보다 여름에 취약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건조한 겨울보다 고온다습한 여름에 산패 속도가 훨씬 빠르다.

그는 쌀을 보관할 때 밀폐 상태와 적정 온도를 강조했다.

“공기와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는 것도 산패 속도를 늦출 수 있겠죠. 예를 들어 1.2ℓ짜리 빈 플라스틱 물통에 쌀을 넣고 뚜껑을 꽉 닫은 다음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오랫동안 밥맛을 지킬 수 있습니다.”

쌀을 싸게 사려고 대량 구매하는 것도 버려야 할 습관이다. 그는 쌀 소비량을 계산해서 2∼3주간 먹을 수 있는 소포장 쌀을 구매하는 방법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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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동네정미소 공동대표.

◆쌀은 신선식품이다=쌀의 가치를 높이려는 사람, 고품질 쌀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농민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오랫동안 정체돼온 쌀값이 제대로 매겨질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주식으로서 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좋은 쌀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일본 사례에 주목한다. 일본에는 골목마다 ‘코인 정미소’가 있다. 자판기처럼 일정 금액을 넣으면 자신이 원하는 만큼 쌀을 도정해주는 기계를 둔 곳이다. 쌀이 자기 입맛에 맞고, 품질이 월등하다면 1㎏당 10만원이 넘어도 불티나게 팔려나간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일본 사람은 쌀을 신선식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오래된 생선을 싸다고 사지 않듯, 돈을 더 얹어 싱싱한 것을 고르듯 말이죠. 쌀이 주식이기에 더 깐깐하게 고르려는 일본인의 소비행태는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예요.”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잠시 문을 닫았던 식당도 다시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장에서 손님이 원하는 품종을 고르면 그것을 바로 찧어 밥을 지어내는 그야말로 ‘밥 전문 식당’이다.

“‘식당의 본질은 밥’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 고객 반응이 무척 좋았답니다. 바쁜 현대인에게 최고 수준의 밥맛을 선사하고자 삼각김밥이나 주먹밥과 같은 간편식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머지않아 도심 속에 갓 찧은 쌀로 밥을 짓는 식당과 쌀을 도정해주는 정미소가 많이 생겨나리라 확신합니다.”

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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