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K드라마·K푸드…‘K드링크’ 막걸리가 뜬다

입력 : 2022-06-23 09:54 수정 : 2022-06-23 11:10

농주로 마시던 친숙한 막걸리,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주류로 거듭나기까지

 

 

K팝·K드라마·K푸드 열풍에 이어 이제 K드링크(한국술)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외신들은 막걸리에 대해 특히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유력방송 CNN은 ‘차세대 한류의 주인공은 막걸리’라며 그 열풍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을 정도다. 실제로 이달 중순 관세청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막걸리 수출액이 1570만2000달러(약 196억6000만원)로 이전해와 견줘 27.6% 늘어난 수치다. 이 추세라면 앞으로도 막걸리 수출 시장은 계속 호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우리술인 막걸리가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게 한 저력은 어디서 왔을까. 

 

논둑에서 농주인 막걸리를 마시는 1970년대 농부 모습. 농민신문 DB.

◆아재술·서민술에서 탈피=‘막걸리’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요즘에야 프리미엄 막걸리가 확산되면서 막걸리를 향한 시선이 바뀌고 있지만 예전엔 막걸리 하면 ‘배부르고 머리 아픈 술’이었다. 저렴하고 질 낮은 외국산 원료로 술을 빚고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를 넣어 맛을 냈기 때문이다.

막걸리가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장에 따르면 집집에서 가양주 형태로 빚어온 막걸리는 1965년 식량 부족으로 인해 정부에서 원료인 백미 사용을 금지하면서 외국산 밀가루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이 기준에 대한 철회와 단속이 반복됐고 1990년부터 비로소 다시 쌀 막걸리를 마시게 됐다.

 

술 원료로 백미 사용이 잠시 허용됐을 때 오랜만에 쌀 막걸리를 즐기는 농민들. 농민신문 DB.

대중은 쌀 막걸리의 귀환을 마냥 반기질 않았다. 산업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서양술인 맥주가 이미 ‘국민주’ 자리를 차지했다. 막걸리 소비가 줄어들자 양조장들은 생존하고자 더 싼 재료로 막걸리를 만들었다. 이는 대중들이 막걸리를 더욱 외면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에도 양조장을 운영했던 한 양조장 대표는 “원래 막걸리는 들녘 농사하며 먹던 술이었는데 1970∼80년대 땐 농부마저 맥주를 노동주로 마셨다”며 “경쟁을 못 이기고 폐업한 양조장들도 수두룩했다”라고 회상했다.

막걸리 인식이 바뀌게 된 건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면서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구호 아래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다. 이후 2008년 한류붐과 함께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이를 빚는 양조장도 늘어났다. 양조장들은 앞다투어 다양한 막걸리를 출시했다. 바야흐로 프리미엄 막걸리 시대가 열린 셈이다.

 

CNN에도 소개된 막걸리계 돔페리뇽 ‘복순도가 손막걸리’. 농민신문 DB.

◆MZ세대 한겨냥, 진화하는 막걸리=막걸리는 진화하고 있다. 쌀로 만든 발효주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0년 1만원대 막걸리인 <복순도가 손막걸리>를 출시한 복순도가는 그동안 트림의 원인이었던 막걸리 탄산을 샴페인 막걸리로 재해석했다. 천연 탄산을 살리고 병 모양을 신선하게 바꿨다. 기존 막걸리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지만 ‘막걸리계 돔페리뇽’이라는 별명을 얻어 오히려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요즘 막걸리 광고는 수입맥주 광고 같다.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막걸리 ‘마크홀리’의 광고. 사진제공=홀리워터

이 밖에도 하얀 쌀이 아닌 붉은빛 홍국균을 접종해 술을 빚은 빨간색 막걸리인 경기 용인 술샘의 <술취한 원숭이>, 우유병에 넣은 전남 곡성 시향가의 토란막걸리 <시향가>, 허브인 딜·단호박·주니퍼베리(노간주나무 열매)·건포도 등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하는 경기 양평 C막걸리처럼 듣기만 해도 흥미로운 막걸리들이 다채롭게 출시되고 있다. 또 저렴하단 인식을 깨고 11만원하는 고가 막걸리를 내놔 화제가 된 전남 해창주조장 <해창막걸리 18도>도 있다. 또 최근엔 서울 홀리워터 양조장에서 전통누룩 대신 맥주 제조에 쓰이는 에일 맥주 효모를 사용한 막걸리 <마크홀리>를 내놔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들이 전통주를 ‘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김현수 홀리워터 양조사(30)는 “예전에 수입 맥주에 관심을 뒀던 것처럼 요즘 세대는 다양한 전통주를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중”이라며 “최근 젊은 양조인들이 늘어난 것도 한몫한다”고 밝혔다.

◆라이스 와인 아니죠! 막걸리입니다=K 열풍으로 막걸리를 향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오징어게임·지옥 등 한국 드라마와 방탄소년단(BTS), 싸이 같은 한국 가수를 미디어에서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 한국술로 시선이 옮겨진 것이다. 동남아나 유럽 K팝 팬들 사이에선 한국여행을 가서 생막걸리를 마시는 게 버킷리스트로 꼽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외국에서 막걸리 빚기를 해보는 영상이나 글도 올라온다. 재미동포인 캐롤 박 대표가 미국에서 창업한 막걸리 브랜드 ‘마쿠(Makku)’가 성공한 사례도 있다.

다만 몇가지는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업계에서는 ‘라이스 와인(쌀 와인·rice wine)’이나 ‘코리안 사케(한국술·korean sake)’라는 명칭 대신 ‘막걸리(Makgeolli)’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길 바란다. 현지화도 필요하다. 한국에서 잘 팔리는 막걸리 스타일만 고집할 게 아니라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맛과 향으로 매력 발산을 하는 것이다. 막걸리 진입장벽이 낮아야 ‘막걸리 마니아’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막걸리 자체로 소비도 좋지만, 칵테일 베이스 음료로 발상의 전환도 고려해 볼 만하다. 서울 같이양조장이나 경기 김포 팔팔양조장 등 일부 양조장들은 막걸리를 칵테일로 만들어서 홍보하고 있다.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장은 “막걸리는 그 자체도 맛이 좋지만, 외국인에게 접근할 때는 먼저 현지화를 통해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며 “멕시코 테킬라처럼 막걸리도 주요한 주종으로써 세계인이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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