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부안 ‘백합죽’…부드러운 조갯살 ‘가득’, 고소한 맛 ‘풍부’

입력 : 2022-05-11 00:00

[향토밥상] ⑦ 전북 부안 ‘백합죽’

타지역서 보기힘든 귀한음식 미식가도 멀리서 직접 찾아와

물에 불린 쌀만 따로 볶다가 삶은 백합 썰어 다같이 끓여 

구이·전·찜·탕 등으로 먹기도 몸 해독·간 기능 활성화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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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으로 만든 한상차림. 백합죽과 함께 구이·찜·탕·전이 차려진다. 부안=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예부터 전북 부안에선 결혼식 때 백합요리가 빠지질 않았다. 입을 잘 벌리지 않는 백합이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상징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백합은 맛과 식감이 좋아 지역민에게 꾸준히 사랑받는다. 국에 넣으면 담백하고 개운한 것은 물론 과음으로 인한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고, 찜으로 만들면 쫄깃한 살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백합죽’은 미식가들이 멀리서 직접 찾아올 정도로 귀한 향토 음식이다.

부안군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갯벌에서 나는 식재료가 풍부하다. 2010년 군산·김제·부안을 이어주는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기 전에는 갯벌에 나가 손을 뻗기만 하면 백합·바지락·가리비·피조개가 잡혔을 정도다.

“부안엔 변산반도국립공원이 있어 공장 같은 시설이 거의 없다”면서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 서식하는 각종 신선한 조개를 활용해 다양한 음식으로 발전시켰다”고 군청 관계자는 전했다.

‘조개 여왕’으로 통하는 백합은 식감이 부드럽고 비린내가 적어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 몸체인 껍데기 안에 개흙(갯바닥에 있는 고운 흙)도 많지 않아 지저분하게 씹히는 것이 없어 고급 식재료로 인정받는다. 5∼6월 봄바람이 부는 지금이 제철인데 날이 따뜻해지면 갯벌 모래 속에 숨어 있던 백합이 고개를 쓱 내민다. 보통 해안선에서 좀 떨어져 있는데 ‘백합 그레(조개 잡는 갈퀴)’로 땅을 파헤쳐 잡는다.

‘백합 보물창고’라고 불리는 계화도에서 나고 자란 이화숙 계화회관 대표(79)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먹던 백합죽을 식당 대표 메뉴로 선정했다. 군은 이 대표가 1980년 개업한 행안면 에 있는 식당을 향토 음식점 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백합죽을 만들려면 물에 불린 쌀을 볶다가 반쯤 익었을 때 따로 삶아놓은 백합을 잘게 썰어 같이 끓이면 된다. 이때 넣을 백합은 5∼6㎝가 적당하다. 너무 크면 질겨서 음식 맛을 해치기 때문이다.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마지막에 참기름을 둘러주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백합죽이 완성된다.

이 대표는 “다른 데선 죽에 당근·양파 같은 채소를 다져 넣는데, 우리는 채소 향이 조개 맛을 감출 수도 있기 때문에 넣지 않는다”며 “대신 부안에서 많이 나는 뽕잎 가루를 넣어서 조개 비린내를 잡아준다”고 설명했다.

백합죽만 먹기에 아쉽다면 구이·전·찜·탕으로 한상차림을 주문할 수도 있다. 계화회관에서 ‘백합구이’를 시키면 하나씩 포일로 감싼 백합이 나온다. 이렇게 구우면 조개 국물이 빠져나가지 않고 촉촉하게 향을 머금게 할 수 있다. ‘백합전’은 반죽에 찰흑미를 갈아 넣어 구수한 맛을 냈다. 까무잡잡한 반죽에 파·양파·당근과 작은 백합을 통으로 넣어 바삭하게 굽는다. 특허 인정까지 받은 ‘백합찜’은 얼핏 아귀찜과 비슷하게 생겼다. 콩나물·버섯·미나리·파·양파·양배추를 볶다가 고추장·고춧가루를 넣고 삶은 백합을 추가해 만든 메뉴다. 아삭한 채소와 매콤한 양념이 조화를 이뤄 담백한 죽에 반찬처럼 곁들여 먹으면 별미다.

백합에 들어 있는 비타민B는 몸 해독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간 기능 활성화에도 도움준다. 철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 악성빈혈이 있다면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이 대표는 “죽이랑 전은 처음부터 만들던 음식이지만 찜은 20여년 전 자식들이 레시피를 개발해줬다”며 “지속적으로 손님들 입맛에 맞는 새로운 메뉴를 연구해 차별화한 음식을 제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안=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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