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㉓] 군고구마 vs 군밤…겨울 길거리 디저트의 ‘한판 대결’

입력 : 2022-01-14 00:00 수정 : 2022-01-16 00:59

[맛대맛 ㉓] 군고구마vs군밤

 

불에 그슬려 구수한 내음을 풍기는 껍질을 벗기면, 노랗고 달콤한 속살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겨울 간식이 바로 군고구마와 군밤이다. 쌀쌀한 겨울 밤거리의 노점에서 산 이 간식들을 품 안에 넣으면 종이봉투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집으로 가는 길이 한결 따뜻해진다. 이번 ‘맛대맛’은 한겨울 추위 속 달콤한 길거리 디저트, 군고구마와 군밤의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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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의 뜨거움을 견디며 껍질을 벗겨내면, 달콤한 캐러멜처럼 쫀득하기까지 한 노란 고구마 속살이 드러난다. 고양=현진 기자

군고구마 - 촉촉하고 달달…입안에 사르르

비타민 풍부…항산화 성분 다량 함유

포만감 오래 유지돼 다이어트에 도움

‘소담미’ 등 수분 많은 품종 구우면 좋아

 

군고구마는 다이어트 식품일까, 아니면 그냥 맛있는 간식일까? 당분과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다이어트가 유행인 요즘, 다이어트 좀 한다는 이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문제지만 사실 정답은 둘 다가 아닐까.

우선 고구마는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뿐 아니라 베타카로틴·안토시아닌 등의 항산화 성분이 다량 함유된 건강식품이라 최근 몇년 사이 소비량이 꾸준히 늘어난 농산물이다. 또 식이섬유가 풍부한 고구마는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과식을 막아주는 것은 물론, 다이어트의 숙적인 변비를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다만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군고구마보다 찐 고구마가 더 낫다. 고구마를 불에 굽는 과정에서 저항성 전분이 파괴돼 당지수(GI)를 높이기 때문이다. 저항성 전분은 포도당으로 분해되지 않아 인체 내에서 식이섬유와 유사하게 작용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적당히만 먹으면 군고구마도 ‘다이어트 식품’이다.

영양성분을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갓 구운 군고구마의 달콤한 맛은 겨울철 어느 별미에도 비할 데가 없다. 잘 구워진 고구마 껍질을 손끝의 뜨거움을 견디며 벗겨내면, 부드러우면서 캐러멜처럼 쫀득하기까지 한 노란 고구마 속살이 드러난다. 이때 어찌 군침이 ‘꿀꺽’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입천장이 델지라도 호호 불어가며 당장 입안에 넣지 않고는 못 배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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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은 드럼통이지만 사실은 전기오븐인 군고구마 기계. 하얀 김은 수증기다(위). 갓 구워 뜨거운 군고구마를 반으로 가른 모습.

고구마를 굽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으며 파는 곳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노점상들이 드럼통 안에 장작불을 때고 고구마를 직화방식으로 구웠다. 그러다 장작불 대신 액화석유가스(LPG)를 이용했고 최근엔 외관만 드럼통을 닮은 전기오븐에 넣고 굽는다. 길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노점상도 이제는 많이 사라졌고, 요즘엔 편의점에서 군고구마를 팔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시장 근처에 있는 ‘세계로할인마트 원당점’은 요즘 보기 드문 길거리 군고구마를 판매하는 곳이다. 마트 입구 한편에 전기오븐식 군고구마 기계를 겨울마다 설치한 지는 3년 정도 됐다고. 이상동 대리는 “여기야 매장 부지라 괜찮지만, 노점 운영이 불법인 데다 최근 몇년간 고구마값이 오르다보니 군고구마 노점상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군고구마 기계는 드럼통 모양의 윗부분과 아래쪽에 설치된 전기오븐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기오븐에 고구마를 넣은 후 벨이 울리면 다 구워진 고구마를 위로 옮겨 보온 보관했다가 판매한다.

최근엔 집에 있는 에어프라이어로 군고구마를 만들어 먹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집에서 고구마를 구워 먹으려면 <밤고구마>보다는 <호박고구마>처럼 수분이 많은 품종이 더 낫다. 또 최근엔 일본산 고구마 품종 <베니하루카>보다 당도가 높은 <소담미> 등 국산 신품종 고구마도 개발됐으니 잘 알아보고 구매하면 더 달콤한 군고구마를 만들 수 있다. 또, 반쯤 구운 고구마에 치즈·연유·꿀 등을 올려 다시 한번 구우면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 ‘베이크드 스위트 포테이토(군고구마)’ 부럽지 않은 맛을 낼 수 있다.

고양=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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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내 섞인 고소하고 달콤한 군밤의 향을 맡으면 주머니 속 현금부터 찾게 된다. 현진 기자 sajinga@nongmin.com

군밤 - 부드럽고 담백…구수한 향 솔솔

공주산 밤 촉촉함 오래가 주로 쓰여

탄내 날 정도로 익혀줘야 노릇·달콤

심장병 등 예방…피로 해소에 도움



추운 겨울에 길을 걷다보면 약간의 탄내가 섞인 고소한 군밤 향이 풍겨 올 때가 있다. 귀까지 내려오는 따뜻한 모자를 덮어 쓰고 가스불 앞에서 알밤을 쉴 새 없이 굽고 있는 군밤장수를 만나면 재빠르게 주머니 속 현금부터 찾는다. 입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부서지고 은근한 단맛이 나는 군밤은 추운 겨울밤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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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불에서 7분 정도 구운 밤은 속까지 촉촉함을 유지한다(위). 360도 회전하는 기계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군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3번 출구 앞에 가면 군밤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는 맛집이 있다. 20년 동안 군밤을 판매한 문명국씨(60)가 운영하는 ‘군밤 먹을래 꿀밤 맞을래’다. 문씨는 충남 공주산 밤만을 사용한다. 구워서 껍질을 깐 밤을 보온통에 올려놓으면 겉이 말라 딱딱해지기 마련인데, 공주 알밤은 20분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촉촉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밤의 품종은 <옥광> <대보> <삼조생> 등 다양하지만, 추석 이후 나오는 <옥광>이 가장 맛이 좋다. 알이 크고 맛도 달기 때문이다. 속껍질이 얇아서 잘 벗겨지는 것도 장점이다. 군밤은 종이봉투에 담겨 나오는 3000·5000원 상품과 배달용기에 포장되는 6000원 상품이 있다. 문씨는 “밤은 가스불에서 7분 정도 구운 게 가장 맛있다”며 “설익은 느낌이 좋다면 5분도 충분하지만 7분이 넘어가면 딱딱해진다”고 말했다.

밤은 알이 굵고 겉이 윤택한 것이 맛도 좋다. 밤은 8∼10월 수확하는데, 0℃ 정도에서 한달가량 보관할 수 있다. 가시가 많이 난 밤송이 하나에 보통 지름 2.5∼4㎝ 크기의 밤톨 2∼3개가 들어 있다. 밤송이는 녹색에서 익으면 황색·갈색으로 바뀌는데, 숙기가 찬 밤톨은 나무 밑으로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밤은 집에서도 쉽게 구워 먹을 수 있다. 밤을 구우려면 껍질째 깨끗이 씻고 짭짤한 소금물에 1시간가량 담가둬야 한다. 이때 수면 위로 뜨는 밤은 이미 벌레가 먹었거나 상한 상태기 때문에 버린다. 물기를 제거하고 밤에 칼집을 내줘야 구워지면서 터지지 않는다. 밤의 뾰족한 부분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둥근 부분에 십자로 칼집을 내주면 된다. 에어프라이어·오븐에 종이호일을 깔고 밤을 올린 뒤 190℃에 15분, 뒤집어서 15분 익혀주면 완성이다. 프라이팬을 사용한다면 밤을 올린 후 뚜껑을 닫아 중불로 익혀주면 된다. 뚜껑에 물방울이 맺히면 증기로 찌는 것처럼 속까지 익게 된다. 이후 증기가 다 마르면 바싹 구워지는데, 탄내가 날 정도로 익혀줘야 노릇하고 달콤한 밤을 즐길 수 있다.

군밤은 적은 양을 먹고도 허기가 달래지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식이섬유가 100g당 5.4g 들어 있어 충분한 포만감을 준다. 밤에는 단백질·탄수화물·칼슘 등이 많아 근육을 키우는 데도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필수지방산인 오메가6 등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이는 심장병·뇌졸중 등을 예방하는 효과를 낸다. 또 비타민B1이 풍부해 피로를 해소해주는 기능까지 한다. 밤은 다른 견과류에 비해 유지 함량이 적고 전분 함량이 높아서 익혔을 때 소화가 잘된다.

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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