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⑳] 참깨 vs 들깨

입력 : 2021-11-26 00:00 수정 : 2021-11-28 00:06

[맛대맛 ⑳] 참깨 vs 들깨

‘깨알 같다’는 말이 있다. 원래는 작은 것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지만, 요즘은 ‘작지만 은근히 존재감 있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깨는 작아도 한국인의 밥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 넘치는 식재료다. ‘깨 100알을 먹으면 만병이 낫는다’는 말이 전해오는 것처럼 영양소가 풍부하고 특유의 향으로 음식의 맛을 끌어올려 준다.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두 식재료, 참깨와 들깨의 매력을 비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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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

‘톡톡’ 뿌리면 감칠맛이 ‘듬뿍’

리놀레산·리그난 풍부…탈모·노화 방지 효과

고명·기름장 등 활용법 다양…장기보관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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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식 요리의 마무리 투수는 참깨다. 한식에서 참깨를 넣지 않은 음식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 참깨는 김밥·비빔밥·잡채 등 요리의 고명으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 참기름으로 변신해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참깨는 달걀 모양으로 한쪽 끝만 뾰족하다. 흔히 참깨 하면 갈색을 떠올리지만, 품종에 따라 흰색·검은색·노란색·회색 등 색이 다양하다. 참깨 줄기는 1m에 달할 정도로 키가 크고, 흰색 털이 빽빽하게 난다. 유백색이나 담홍색 꽃이 피는데 꽃이 진 다음에야 그 자리에 참깨가 든 꼬투리가 생긴다. 꼬투리 1개에는 50∼80개의 참깨가 들어 있다. 5월에 파종한 참깨는 8월에 수확한다.

참깨는 일조량이 많은 지역에서 잘 자라며 경북 예천·의성·안동 등이 주산지다. 일조량이 많으면 참깨에 리놀레산 성분이 풍부해진다. 우리 몸에 리놀레산이 부족하면 모발이 건조해지고 탈모가 생기며 상처 치유가 더뎌진다. 또 참깨는 리그난이나 비타민E 같은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어 노화 방지에도 탁월하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참깨는 요리의 고명 외에도 활용법이 다양하다. 특유의 고소한 맛 덕분에 빵이나 과자 등 제과·제빵에 활용된다. 볶음참깨로 강정을 만들면 입이 심심할 때 간식으로 좋다. 참깨와 설탕·올리고당을 버무려 굳히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참깨를 가루 내서 만드는 참깨드레싱은 샐러드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건강을 위해 아침마다 참깨우유를 마시는 것도 추천한다. 우유에 바나나·꿀 등과 함께 참깨 1큰술을 넣고 갈기만 하면 된다. 철분이 풍부한 참깨를 장기 복용하면 겨울철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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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온도에서 한번만 짜내 색이 맑고 투명한 참기름.

뭐니 뭐니 해도 참깨의 매력은 참기름으로 먹을 때 발휘된다. 우리나라에서 수확한 참깨는 65%가 참기름으로 만들어진다. 1985년 농협 최초로 참기름 가공공장을 세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경북 예천 지보농협은 100% 국내산 참깨로 참기름을 만든다. 먼저 참깨를 씻은 뒤 볶아서 기름을 짜는데, 지보농협은 참깨를 볶은 다음 낮은 온도에서 한번만 착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높은 온도에서 여러번 기름을 짜면 양은 많아지지만,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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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약 100t 이상의 참깨를 가공하는 경북 예천 지보농협에서 참기름을 만드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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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보농협에서 판매하는 참기름 240㎖(왼쪽부터)·330㎖·200㎖ 제품.

현은희 지보농협 참기름가공공장 차장은 “참깨를 고온에서 여러번 짜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기름 냄새가 강해져 참기름의 맛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참기름을 활용한 음식은 무궁무진하다. 참기름을 소금과 섞으면 고기를 찍어 먹는 ‘기름장’이 된다. 볶음밥을 만들 때 마지막에 참기름을 둘러주면 맛이 배가된다. 맨밥에 참기름·버터와 간장만 넣고 비벼도 감칠맛이 난다. 미역국을 끓일 때도 미역을 참기름에 달달 볶은 뒤 육수를 부어야 국물맛이 제대로 난다. 나물이나 무침 요리에도 참기름이 빠질 수 없는데 특히 시금치와 궁합이 좋다. 참기름이 시금치의 비타민 흡수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참기름은 항산화물질 때문에 잘 변하지 않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유통기한은 최대 2년이고, 개봉 후에도 실온에서 3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다만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게 갈색 등 불투명한 병에 넣는 것이 좋다. 지보농협의 참기름은 200㎖ 3만1000원, 330㎖ 4만7500원이다.

예천=서지민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들깨

가루 내거나 짜면 향내가 '솔솔'

고소·담백…들기름은 생으로 먹는 게 좋아

김에 바르거나 튀김 찍어 먹어도 ‘찰떡궁합’

 

꿀풀과인 들깨는 경기 양평, 충북 음성, 충남 금산·천안·태안, 전북 남원, 전남 곡성, 경남 밀양 등 주산지 한곳을 뽑기 어려울 정도로 전국 어디서든 잘 자란다. 그중 충남 태안군 근흥면에서 들깨를 재배하며 들기름을 생산하는 해가연농업회사법인을 찾아 들깨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들깨는 검은색이 도는 짙은 갈색으로 모양이 동글동글하고 작다. 봄이나 초여름에 씨를 뿌리면 장마철에 비를 맞고 큰다. 우리가 흔히 먹는 깻잎은 들깨의 잎이다. 깻잎농가들은 잎만 나오는 잎들깨를 노지와 시설하우스에서 키운다. 잎이 아닌 들깨를 수확하는 농가는 잎사귀를 많이 따지 않는다. 들깨는 9월에 흰 꽃이 피고, 10월이면 대가 휘청거릴 정도로 꼬투리에 열매가 묵직하게 담긴다.

충남 태안의 한 농부가 들깨를 수확하고 있다.

푸릇했던 들깻잎이 누렇게 변하면 돗자리 같은 포장재를 아래에 깔고 들깨를 수확한다. 포장재를 까는 이유는 들깨가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둔 들깨는 일주일 정도 더 말린다. 잘 말린 들깨를 도리깨나 나무 막대로 툭툭 털면 깨알이 나온다. 이 깨알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들깨다.

들깨는 가루를 내거나 기름으로 짜서 먹는다. 들깻가루를 활용한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들깨탕·들깨토란국·들깨수제비·들깨미역국 등이 있다. 또 각종 나물과 탕·전골 등에 들깻가루만 얹으면 고소함이 배가된다. 반죽에도 들깻가루를 섞을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들기름은 저온에서 압착해야 영양성분이 파괴되지 않는다.

들기름을 만드는 방법은 두가지다. 들깨를 볶아서 기름을 짜면 갈색 기름이 나오고, 볶지 않고 저온에서 압착하면 투명한 노란색 기름이 나온다. 해가연은 후자의 방법으로 들기름을 생산하는데, 들깨를 볶지 않는 이유는 들깨에 함유된 오메가3가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오메가3는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없애주고 혈액순환을 돕는 역할을 한다. 또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피렌이 생성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이인선 해가연 대표는 “볶아서 만든 들기름은 고소한 맛과 향이 강한 반면 고온처리를 하지 않은 들기름은 영양성분이 더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해가연농업회사법인에서 만든 들깨 제품들. 소포장 들기름(왼쪽)과 병에 담긴 들기름.

들기름은 특유의 향이 강하고 맛이 고소하며 담백하다. 들기름은 최대한 가열하지 않고 생으로 먹는 게 좋은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침 공복에 한숟가락(2∼3g)을 먹는 것이다. 해가연은 이에 맞춰 소포장 들기름 상품도 출시했다.

들기름은 김에 바르거나 비빔밥·나물에 넣어도 찰떡궁합이다. 흔히 나물을 무칠 땐 참기름을 쓰는데,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넣으면 담백한 맛이 나며 나물의 향이 살아난다. 요즘 가장 ‘핫한’ 들기름 요리는 들기름 막국수다. 메밀국수에 비빔 양념과 김·묵·들기름을 넣고 비벼 먹으면 엄지가 척 올라간다. 돈가스 같은 튀김 요리를 들기름에 찍어 먹어도 풍미가 좋다.

다만 들기름은 공기나 빛에 의해 산패가 잘돼 보관 방법이 다소 까다롭다. 산패를 막으려면 짙은 색 병에 보관하고, 사용한 뒤에는 뚜껑을 닫아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되도록 포일에 싸서 냉장(0∼5℃) 보관한다. 유통기한은 6개월 미만이지만 1개월 이내로 소비하는 게 가장 좋다. 들기름과 참기름을 8 대 2 비율로 섞으면 맛과 향을 해치지 않으면서 보존기한은 늘어난다. <해가연 생들기름>은 250㎖ 기준 4만원대 중반 수준이다.

태안=박준하 기자, 사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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