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지역농산물로 맥주 빚어 맛도 향도 색다르네

입력 : 2021-11-24 00:00
01010100901.20211124.001320553.02.jpg
강원 춘천 감자아일랜드에서 만든 수제맥주. 왼쪽부터 ‘우두동 사람들’ ‘쥬씨랜드 IPA’ ‘단팥 슷―타우뜨’ ‘포타페일에일’ ‘말랑 피치 사워’. 춘천=현진 기자

[우리 술 답사기] (23) 강원 춘천 감자아일랜드

강원대 출신 청년 힘 모아 감자맥주 개발

다양한 창업 프로젝트 응모해 자금 마련 올해 5월 양조장 겸 수제맥줏집 문 열어

5종류 맥주 선봬…‘포타페일에일’ 인기 지역주민 위해 만든 ‘우두동 사람들’ 호평

대학교 누룩연구소와 원료 국산화 연구 패션·공간디자인 등 다양한 사업 도전

 

국산 수제맥주는 2017년 대비 지난해 판매량(1180억원)이 3배 성장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수제맥주는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맥아·홉·효모 등을 외국산 재료에 의존해왔다. 최근 이를 탈피하기 위한 양조장들의 노력이 꾸준하다. 강원 춘천시 우두동에 있는 양조장 겸 펍인 ‘감자아일랜드’도 그중 하나다. 이곳에 가면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농산물로 만든 수제맥주를 만날 수 있다. 올해 5월 문을 연 감자아일랜드의 김규현(27)·안홍준 공동대표(26)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엔 양조장을 열게 될 줄 몰랐어요. 둘 다 강원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다녔는데 한 학기를 남겨놓고 창업 강의를 들었죠. 감자로 유명한 강원도에 살고 독문과니까 장난처럼 감자로 맥주를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그때 결성한 창업동아리 이름이 ‘감자아일랜드’예요.(안홍준)”

01010100901.20211124.001320560.02.jpg
김규현(왼쪽)·안홍준 감자아일랜드 공동대표가 양조장에서 수제맥주의 향과 색을 확인하고 있다.

이들은 ‘감자맥주’를 만들기로 하고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맥주 공방에 다니며 감자맥주 개발에 나섰다. 맥주 공방의 도움을 받아 감자를 맥주에 넣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시도해보다가 감자를 분말 형태로 처리해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와 섞는 방법을 선택했다. 맥주는 보통 맥아와 물·홉을 섞어 끓인 다음 식히고 효모를 뿌려 발효·숙성해 만든다. 이들이 개발한 감자맥주는 창업 강의에 참여한 180개팀 중에서 당당하게 1등을 차지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강원도 등이 주최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자금 1억5000만원으로 양조장을 열었다.

감자아일랜드의 맥주는 모두 5종이다. 그중 감자를 넣은 <포타페일에일(4.5도)>이 제일 잘나간다. 이는 과일향이 나면서 약간 매콤하고 쌉싸래한 맛이 나는 매력적인 페일에일 맥주다. 맥주 한병에 감자가 약 8%(맥아의 약 40%) 들어갔지만 감자맛은 거의 안 난다. 감자가 들어가 일반 맥주보다 칼륨이 많고 보리 특유의 냄새가 덜하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샴페인 느낌이 나는 <말랑 피치 사워(3.5도)>는 춘천산 ‘소양강복숭아’를 넣어 새콤해 입맛을 돋운다. 상큼한 <쥬씨랜드 IPA>도 있다. 감자아일랜드만의 독특한 맥주를 마셔보고 싶다면 강원도산 팥을 넣어 만든 <단팥 슷―타우뜨(5.4도)>를 추천한다. 이는 흔히 흑맥주라고 불리는 스타우트 맥주인데, 로스팅한 맥아로 만들어 어두운 갈색이 돈다. 펍에서 마시면 맥주 위에 인절미 가루를 뿌려줘 마치 단팥 아이스크림이나 팥빙수를 먹는 기분이 난다.

“청년들이 하는 수제맥줏집이 많아서 창업하려면 경쟁력이 필요해요. 지역산 농산물을 접목하면 저희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지역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김규현)”

‘지역 사랑’의 뜻을 담은 맥주도 있다. 부드러운 크림에일인 <우두동 사람들(4.7도)>은 마음씨가 고운 지역주민들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가격은 5000원으로 펍에서 파는 다른 맥주보다 싼데 주민 인증을 하면 추가로 1000원을 깎아준다. 지역주민 헌정 맥주인 셈.

“수제맥주는 어르신들에게는 아직 진입장벽이 있는 술이에요. 어르신도 마실 나왔다가 편하게 한잔 하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우두동 사람들>을 만들었는데, 어르신들이 ‘소맥’ 같다며 좋아해요. 이런 작은 노력이 지역 상생에 이바지하길 바랍니다.(안홍준)”

이뿐만 아니라 김 대표와 안 대표는 강원대 누룩연구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토종 효모를 넣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시도 중이다. 이같은 노력은 수제맥주 주재료 국산화에도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도 매달 출시할 계획이다. 12월엔 겨울에 어울리는 도수 높은 맥주 <다크 스트롱>이 나올 예정이며, 강원도에서 난 토마토를 넣은 맥주도 구상 중이다.

“앞으로도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맥주를 시도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희 맥주를 마시고 강원도, 그리고 춘천의 매력을 떠올렸으면 해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감자아일랜드의 모토입니다. 또 맥주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른 주종의 술을 만들어보거나 패션·문화·공간디자인 등 다양한 사업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김규현)”

펍에서 먹는 잔맥주는 330㎖ 기준 <포타페일에일> <우두동 사람들>은 5000원, <단팥 슷―타우뜨> <쥬씨랜드 IPA>는 6000원, <말랑 피치 사워>는 8000원이다. 병맥주는 잔맥주 기준 10% 할인된 가격에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

춘천=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