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맛 K디저트] 고소한 맛, 동그란 모양…백제의 단 ‘밤’

입력 : 2021-10-20 00:00 수정 : 2021-10-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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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밤라테’ ‘밤에그타르트’ ‘밤의 여왕’ ‘밤파이’. 동글동글한 공주산 알밤도 함께 놓여 있다. 공주=이희철 기자

[건강한 맛 K디저트] ⑰ 충남 공주 베이커리 밤마을

국산 밤 조림법 연구…특허 받아

특색 살린 디저트 개발 뛰어들어 밤 주산지 공주에 공장·가게 마련

버터향·단맛 어우러진 ‘밤파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해 호평

아이들 겨냥해 만든 ‘밤마들렌’ 신메뉴 ‘밤의 여왕’ 등도 인기

 

충남 공주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공산성만이 아니다. 공산성 바로 앞에 자리 잡아 성곽에까지 달콤한 내음을 퍼뜨리는 빵집 ‘베이커리 밤마을’은 공주의 새로운 관광명소다. 전국에서 맛 좋기로 알아주는 공주산 밤으로 만든 각종 빵을 선보이는 이곳은 주말이면 빵을 사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인범 대표(51)는 원래 유명 카페 프랜차이즈 공장장으로 일했을 정도로 제과·제빵 분야의 전문가다. 올 9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제과·제빵 부문 ‘우수 숙련 기술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우수 숙련 기술자는 한 분야의 최고 기술자로 국가가 공인하는 ‘명장’의 예비 단계나 다름없어 ‘준명장’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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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범 대표가 빵집 ‘베이커리 밤마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여년간 빵을 만들면서 나만의 아이템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발견한 게 바로 밤이었어요. 빵을 만들 땐 밤조림을 정말 많이 쓰는데 거의 중국산이에요. 국산 밤조림을 써봤자 맛에 큰 차이가 없고 비싸기만 하니까요. 국산 밤의 고소한 맛을 살려 가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10년 동안 준비한 끝에 2015년 밤조림공장을 차렸죠.”

김 대표는 고향이 전북 고창이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공주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밤이 제일 유명한 공주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국산 밤은 수분이 많아 속껍질이 잘 안 벗겨져 가공이 어렵다. 이에 그는 밤껍질을 제거하는 기계를 발명하는 한편, ‘밤 가공식품의 제조방법 및 그 밤 가공식품’이란 이름으로 밤 당절임법(밤조림) 특허를 받았다. 그가 만든 국산 밤조림은 중국산보다 20∼30% 비쌌지만, 보존제·향신료·색소가 없고 맛이 좋아 제과·제빵 종사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움은 남았다. 김 대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는 그 지역 밤의 특색을 살린 밤 디저트인 몽블랑이 있다. 제과·제빵에 적합한 국산 밤조림이 있다면 우리나라만의 밤 디저트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아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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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2017년 베이커리 밤마을을 차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밤파이’를 개발해 선보였다. 밤파이를 베어 물면 크루아상처럼 살짝 바스라지면서 흩날리는 섬세한 식감에 쫀득쫀득한 찰기도 느낄 수 있다. 파이 안엔 통알밤과 밤앙금이 듬뿍 들어 있어 버터 향기와 밤의 고소한 단맛이 어우러진다. 밤 고유의 맛을 온전히 내는 비결을 묻자, 밤파이 하나에 들어가는 밤만 5개 이상이란 게 김씨의 대답이다. 빵집 내부엔 앉아서 먹는 공간이 없어 포장이나 택배로만 살 수 있는데도 밤파이를 찾는 손님들은 끊이지 않는다.

김씨는 밤파이의 성공 이후에도 가짓수를 쉽게 늘리지 않고 타깃 소비자층에 맞춰 신중하게 디저트를 출시했다. 아이들을 위해 개발한 공주시 마스코트 모양의 ‘밤마들렌’, 어르신들을 위한 ‘밤양갱’, 젊은층을 위한 ‘밤에그타르트’와 ‘밤에끌레어’ 등이다.

특히 녹을 듯이 부드러운 ‘밤팡도르’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디저트다. 이탈리아 빵인 팡도르는 원래 크리스마스나 특별한 날에 여럿이 함께 나눠 먹던 빵이다. 김 대표는 “여럿이서 맛있게 나눠 먹을 수 있는 빵 종류를 고민하다가 밤팡도르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식빵이 닭고기를 찢을 때처럼 결이 생겨야 잘 구워진 것이라면, 팡도르는 입속에 넣었을 때 사르르 녹을 듯해야 잘 구워진 것이다. 밤팡도르는 빵이 사르르 녹는 것은 물론 빵 사이에 박힌 굵은 밤 알갱이도 녹을 듯 부드럽게 씹힌다. 밤팡도르에 밤크림을 듬뿍 채워 넣은 신메뉴 ‘밤의 여왕’도 인기 메뉴다. 또 음료로 따듯한 ‘밤라테’도 있다.

밤 디저트의 인기가 높아 빵집에서 쓰는 밤은 한달에 6∼8t가량 된다. 또 밤조림공장에서 가공하는 밤은 월 16t 정도다.

빵으로 국산 밤의 매력을 알린 김 대표는 “앞으로 국산 농산물·임산물 중 빵에 활용해보고 싶은 게 바로 인삼”이라며 “몸에 좋은 인삼을 누구나 값싸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빵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주=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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