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가을을 달래는 국화향기 한잔

입력 : 2021-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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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회곡양조장의 100년 넘은 장독대에 올려둔 ‘안동국화주(오른쪽부터)’ ‘안동소주’ ‘고백’ ‘회곡생막걸리’. 안동=김병진 기자

[우리 술 답사기] (20) 경북 안동 회곡양조장

120년 양조장 3대 대표 권용복씨 

기존엔 ‘안동소주’와 막걸리만 생산 경쟁력 강화 위해 ‘안동국화주’ 제조 은은한 노란빛·맑은 향기 매력적 

자색고구마 약주 ‘고백’도 개발 수출 성공 … 새로운 꽃술 출시 목표

 

‘(전략)국화를 마주 보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면/ 구월 가을 어느 날인들 중양이 아니랴(若對黃花傾白酒/九秋何日不重陽·약대황화경백주 구추하일부중양).’

조선 명종 때 문인인 고옥 정작의 시 일부다. 시에서 나오는 중양(음력 9월9일)은 세시 명절 중 하나로, 예부터 민간에선 차례를 지내거나 단풍과 국화꽃을 즐겼다. 특히 국화주는 중양절에 빠질 수 없는 술이다. 조상들은 가을에 국화꽃을 말린 다음 술로 빚어 꽃이 진 후에도 그윽한 꽃향을 오래 즐겼다.

<안동소주>의 고장 경북 안동은 술만큼이나 국화가 유명하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서후면 태장리 봉정사 인근에서 국화축제가 열린다. 회곡양조장의 3대 주인인 권용복 대표(52)는 <안동소주>에 국화를 더해 특별한 국화주를 만든다. 풍산읍 괴정리에 있는 회곡양조장은 올해 120주년을 맞이한 유서 깊은 양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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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복 회곡양조장 대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할아버지가 하시던 양조장을 어머니가 물려받았어요. 외환위기 때 양조장 문을 닫을 뻔하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극구 반대해 살렸죠. 1998년 하던 일을 정리하고 3대째 양조장을 이어가게 됐죠.”

회곡양조장은 지역에서 막걸리로 유명한 곳이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현직에 있을 때 회곡양조장에 우리 효모균 개발에 힘써달라는 주문을 했을 정도다. <안동소주>도 일품이다. <안동소주>는 안동지역에서 대대로 전해오는 증류주로, 고두밥·누룩·물을 섞어 발효시킨 술을 소줏고리나 증류기로 내려 만든다. 하지만 권 대표는 막걸리와 <안동소주>만으로는 승부수를 띄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요즘 막걸리 맛이 많이 다양해졌지만, 대부분 막걸리는 맛이 평준화해 있어요. 또 안동에는 <안동소주>를 빚는 양조장만 열군데 가까이 있죠. 소비자들이 회곡양조장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 우리 양조장 술이 좋다는 걸 알릴 만한 특별한 한방이 필요했어요.”

권 대표는 2014년 회곡리에 있던 양조장을 괴정리로 옮긴 다음 시설을 확장하고 본격적인 혁신을 시작했다. 막걸리, <안동소주> 등 기존에 팔던 술은 유지하되 프리미엄 라인을 강화한 것이다. 3년간 연구개발 끝에 탄생한 술은 <안동소주>에 안동에서 생산된 국화꽃을 넣은 <안동국화주(22·32·42도)>, 안동에서 재배한 자색고구마로 만든 약주 <고백(13도)>, 안동 <백진주쌀>로 빚은 약주 <예미주(13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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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국화주’에 들어가는 국화꽃

“회곡양조장 <안동소주>의 장점은 누룩향이 적고 꽃향이 난다는 거예요. 이 점을 살려 꽃을 넣은 술을 고민하다가 안동에서 난 국화꽃을 넣기로 했죠. 처음엔 국화주 특유의 쓴맛 때문에 애먹다가 숙성기간을 잘 조절해 쓴맛을 잡았어요. <안동소주>를 원주로 한 덕에 깔끔하고 은은한 국화향이 나요. 도수가 높을수록 더 진한 국화향을 느낄 수 있죠.”

맑고 향기로운 <안동국화주>만큼이나 매력 있는 술은 <고백>이다. <안동국화주>가 은은한 노란빛이 난다면 <고백>은 절로 눈이 가는 붉은빛의 술이다. 한모금 넘기면 구수한 고구마 향이 나면서 눈이 번쩍 뜨인다. 목넘김도 좋다.

“<고백>은 자색고구마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 성분 덕분에 자연스러운 붉은색이 나요. 하지만 조금만 환경이 달라지면 술이 쉽게 갈변해 처음엔 힘들었어요. 지금은 술 색깔과 맛 덕분에 대표 프리미엄 라인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권 대표는 적게 팔더라도 누구나 감탄하는 좋은 술을 만드는 게 목표다. 앞으로도 술의 맛을 보강하는 한편 주당들이 인정하는 프리미엄 국화주도 만들 계획이다.

“술병을 열자마자 국화향이 퍼지는 멋진 국화주를 공들여 만들고 싶어요. 또 꽃을 넣은 새로운 술도 개발해나갈 예정입니다. 해외 수출도 진행하고 있죠. 정직하고 성실하게 술을 빚어 120년 역사를 묵묵히 이어가겠습니다.”

<안동소주(42도)> 가격은 375㎖ 기준 1만500원, <안동국화주(42도)>는 375㎖ 기준 1만2000원이다. 도수가 낮으면 더 저렴하다. <고백> <예미주>는 500㎖ 기준 7000원이다. 네이버스토어팜 ‘회곡양조장’에 접속하거나 직접 문의해 구매할 수 있다.

안동=박준하 기자

사진출처=안동국화차영농조합 가을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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