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⑮] 입맛대로 골라먹는 각양각색 전국 송편

입력 : 2021-09-17 00:00

[맛대맛] ⑮ 송편

가장 먼저 추수한 햅쌀로 빚은 떡

풍요·다산 의미하는 달 모습 본떠 지역 따라 특색 있는 모양·맛 자랑

서울·경기 - 쑥·찰흑미 등 다채로운 색

강원 - 쌀 없이 감자전분 사용해 쫄깃

충청 - 단호박으로 색 내고 외형 재현 

전남 - 영광 모시 잎 갈아넣어 별미

제주 - 가운데 파인 둥그런 모양 독특


추석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송편이다. 송편은 속을 채우는 소가 다양하고 지역마다 만드는 방식도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지역별로 맛과 모양이 다른 전국의 송편들을 모아봤다.
 

01010101001.20210917.001316021.02.jpg

달처럼 빚은 송편으로 풍요로운 추석을

송편은 멥쌀가루를 익반죽해 깨·팥·녹두·동부콩 등 갖가지 소를 넣어 만드는 떡이다. 떡을 찔 때 소나무 잎을 깔기 때문에 원래는 ‘송병(松餠)’이라 불렀다. 송편이라는 이름은 1800년대 <규합총서>에 처음 등장한다. 지금도 떡을 찔 때 연한 소나무 잎을 까는데, 이는 떡이 서로 달라붙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떡에 솔잎향을 입히고, 천연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로 방부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송편을 추석에 먹는 이유는 뭘까? 추석에 먹는 송편은 ‘오려송편’이라 불린다. 제철보다 일찍 여무는 올벼로 빚은 송편이라는 뜻이다. 연중 가장 먼저 추수한 햅쌀로 송편을 만들고 전통주인 신도주를 빚어 차례상에 올리던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김동희 수원과학대학교 글로벌한식조리과 초빙교수는 “가을걷이를 한 뒤 커다란 보름달이 뜨는 추석에 먹는 송편은 풍요와 다산을 의미하는 달의 모양을 본떠 만든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송편을 빚어 먹었다. 송편을 빚을 땐 뜨거운 물로 익반죽하는데, 쫄깃한 식감을 살리려면 반죽을 오래 치대야 한다. 소를 만들 땐 약간의 소금간을 해야 풍미가 살고, 참깨소에는 떡이 질어지지 않게 꿀을 조금만 넣어야 한다. 송편을 쪄서 얼려둔 뒤 먹고 싶을 때마다 기름을 살짝 발라 찜기에 찌면 새로 만든 떡처럼 먹을 수 있다.



지역의 제철 재료로 만든 다양한 송편들

요즘은 어디서나 비슷한 모양의 송편을 맛볼 수 있지만 과거엔 지역에 따라 송편의 모양과 맛이 달랐다. 지금도 특색 있는 송편을 만드는 곳들이 있는데, 서울·경기 지역의 ‘오색송편’, 강원도의 ‘감자송편’, 충청도의 ‘호박송편’, 전라도의 ‘모시송편’, 제주도의 ‘제주송편’이 대표적이다.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갖가지 색을 내 빚은 오색송편이 유명하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하얀색 송편과 함께 단호박으로 노란색을, 쑥으로 초록색을, 찰흑미로 보라색을, 홍국 분말로 빨간색을 내 만든 오색송편은 먹는 재미와 더불어 보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소는 주로 깨를 넣는다. 김 교수는 “서울·경기 지역엔 궁중음식이 발달해 작고 화려하게 만드는 요리법이 널리 퍼졌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감자송편은 강원도의 특산물인 감자를 이용한 떡이다. 수확 후 상처가 나 장기간 저장이 어려운 감자는 전분으로 만들어 보관했는데 이를 활용해 떡을 만든 것이다. 감자송편은 멥쌀·찹쌀을 전혀 넣지 않고 감자전분으로만 만들기 때문에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팥·녹두·단호박 등을 소로 넣고, 손자국을 내서 투박하게 만드는 것이 특색이다.
 

완만한 구릉지가 많은 충청도에서는 채소를 활용한 음식이 많았다. 호박송편도 그중 하나로, 단호박을 반죽에 넣어 색을 내고 깨·녹두 등을 소로 넣는다. 젓가락으로 세로줄을 내 호박 모양을 만들면 완성이다.

 

모시송편은 모시 잎이 많이 나는 전남 영광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별미다. 멥쌀가루에 모시 잎을 섞어 짙은 녹색을 띠는 반죽을 만두처럼 크게 빚는다. 소는 통동부를 갈아넣은 것이 가장 인기가 많다. 영광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모시 잎에 섬유질이 많아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보름달 모양의 제주송편은 다른 지역 송편들과 생김새가 다르다. 둥그런 모양에 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어 백록담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설이 있으며, 우주선을 닮아 ‘우주선 송편’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제주에서는 송편을 추석에만 먹지 않고 제사 때마다 올리기 때문에 팥·깨·녹두·완두 등 제철에 맞는 재료로 소를 만든다.

제주송편을 파는 한동진 제주기정떡 대표는 “보리콩(보리와 함께 수확하는 콩이란 뜻으로, 제주에서 완두콩을 부르는 말)을 넣기도 하지만 녹두소를 찾는 사람이 제일 많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지금은 많이 즐기지는 않지만 지역별로 알려진 이색 송편들이 있다. 경북 산간지역에서는 반죽에 칡을 섞어 쌉싸름한 맛이 나는 칡송편을 해 먹는다고 한다. 또 도토리가루로 만드는 강원도의 도토리송편, 꽃 모양으로 빚는 전라도의 꽃송편도 이색 송편으로 꼽힌다.

과거엔 더 독특한 송편도 있었다. ‘머슴날’이라 불리는 음력 2월 초하루에 만들어 먹던 ‘노비송편’을 들 수 있다. 겨우내 쉬는 머슴들에게 일년 농사를 부탁하면서 술과 음식을 대접했는데, 이때 큼직하게 빚은 송편을 머슴의 나이만큼 줬다고 한다. 또 궁중병과연구원에 따르면 겨울이 지나고 김장 때 말려뒀던 무청을 볶아서 송편의 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사진=김도웅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