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⑬] 고소하고 새콤한 ‘물회’로 늦더위 싹~ 날리세요

입력 : 2021-08-20 00:00

[맛대맛 ⑬] 포항물회 vs 완도 전복물회 vs 제주 자리물회

무더위로 달아난 입맛을 되찾고 시원하면서도 보양까지 되는 음식은 없을까? 있다. 바로 물회다. 얼음을 동동 띄운 시원한 국물에 해산물이 가득 들어 있는 물회는 그야말로 여름철 별미다. 그렇다면 어떤 물회가 좋을까? 지역마다 나는 해산물에 따라 다양한 물회를 맛볼 수 있다. 경북 포항물회와 전남 완도의 전복물회, 제주의 자리물회를 비교해본다.


[포항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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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우럭 등 흰살생선에 고추장만 넣고 비빈 포항물회. 생수를 자작하게 부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옛 어부들 먹던 전통방식 고수…고추장 양념만 넣고 비벼

육수 대신 물 반컵이나 얼음 곁들여…주재료 광어·우럭



과거 어부들은 뱃일 중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갓 잡은 생선에 간단히 고추장 양념만 넣어 비벼 먹었다고 한다. 빠르게 먹기 위해 생수를 조금 부어 후루룩 마시던 것이 지금의 물회가 됐다. 경북 포항에는 옛날 어부들이 먹던 방식 그대로 물회를 즐길 수 있는 집이 곳곳에 있다. 1985년 포항에서 세번째로 문을 열어 뱃사람들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새포항물회’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전통 방식의 포항물회에는 따로 제공되는 육수가 아예 없다. 생수를 반컵 정도 넣거나 얼음 4∼5조각만 넣는다.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맛이 싱거워지기 때문에 자작하게 넣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볼 수 있는 슬러시 형태의 빨간 육수가 있는 물회는 관광객이 찾는 새콤달콤한 맛을 강조해 만든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먹던 물회 맛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다면 따로 제공되는 초고추장을 조금 넣으면 된다. 새포항물회를 운영하는 김태순씨(65)는 “아무래도 관광객은 투박한 뱃사람 음식이 어색해 대부분 초고추장을 조금 넣어 새콤하게 즐기는 걸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육수 대신 생수를 부어 먹기 때문에 양념으로 들어가는 고추장 맛이 중요하다. 김씨는 “지금도 시어머니 때부터 내려온 방식 그대로 3년간 숙성시켜 고추장을 만든다”고 맛의 비결을 설명했다.

고추장의 깊은맛을 살리기 위해 다른 부재료는 최소한으로 넣는데, 깨소금·김가루와 약간의 설탕·다진마늘·참기름이 전부다. 기호에 따라 참기름을 더 두르거나 ‘땡초’를 넣어 맵게 먹을 수도 있다.

포항물회의 주재료는 고소하고 담백한 흰살 생선인 광어와 우럭이다. 양식 광어·우럭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시사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집집마다 가자미·도다리·오징어 등을 넣기도 한다. 아삭아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채 썬 오이와 배도 넣는다. 별다른 육수를 넣지 않아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비결은 수분이 많은 채소 덕분이다. 젓가락이 아닌 숟가락으로 비벼야 채소에서 물이 많이 나오고 회에 양념이 잘 밴다.

물회를 맛있게 먹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회를 비비기 전에 함께 나온 밥공기의 뚜껑을 열어 밥을 식혀준다. 물회에 물을 넣지 않고 고추장만으로 회를 비벼 함께 나오는 쌈채소에 싸서 먹는다. 반 정도 즐긴 후 밥을 넣어 회덮밥처럼 비벼 먹는다. 중간에 물을 자작하게 넣어 후루룩 마신다. 삶은 소면을 넣은 후에는 물을 조금 더 붓고 초고추장을 추가하면 알차게 물회를 즐길 수 있다. 포항물회 가격은 1만6000원.

포항=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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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 따로 우려내거나 양념이 된 육수는 없다. 생수·얼음을 넣어 간편하게 먹는다.

주재료 흰살 생선인 광어(사진 왼쪽)·우럭(〃 오른쪽)이 기본. 바다 상황이나 가게 특성에 따라 가자미·도다리·오징어 등을 넣기도 한다.

곁들이는 음식 작은 크기의 매운탕이 나오는데, 찬 물회에 따뜻한 국물을 곁들일 수 있어 좋다.

 


[완도 전복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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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한 전복이 세마리나 들어간 전남 완도의 전복물회. 맑은 국물이 전복의 달콤한 맛을 돋운다.


민어·미역 등 부재료도 풍성…냉국 같은 맑은 국물 특징

전복 고유 감칠맛 입맛 돋워…초고추장 넣어 두가지 매력


전남 완도는 우리나라 최대 전복 산지다. 양식 전복의 70%가 완도에서 출하되니, 전복 하면 완도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복은 보통 회나 구이·죽으로 먹지만, 주산지 완도에선 전복을 독특한 별미로 즐길 수 있다. ‘냉국’처럼 맑은 국물의 전복물회가 바로 그것이다.

완도읍 완도항 근처의 식당 ‘새벽완도항구’가 이런 전복물회를 선보이는 집이다. 완도 토박이인 주인장 최기봉씨(53)가 15년째 운영 중인 이 집은 각종 신선 자연산 활어회와 함께 전복정식·전복물회를 전문으로 한다.

최씨는 “청정해역에서 난 싱싱한 생다시마와 생미역을 먹고 자랐으니 전복 살이 얼마나 실하고 감칠맛 나겠느냐”며 완도산 전복 맛의 비결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복은 7∼8월부터 10월까지가 제철이라 지금이 딱 맛있을 때”라고 덧붙였다.

전복은 훌륭한 보양식이기도 하다. 전복은 타우린이 풍부해 혈압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관절과 피부를 구성하는 콜라겐도 많이 함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2만원짜리 전복물회 한그릇을 시키면 성인 여자 손바닥만 한 크기의 도톰한 전복이 세마리나 올라 있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패류의 황제’로 불리는 고가의 전복이지만, 이곳에선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실컷 먹을 수 있다.

오독오독한 식감에 씹을수록 은은하게 퍼지는 달큼한 바다의 맛. 이런 전복 살의 단맛을 맑게 우린 구수한 닭 육수가 돋워준다. 식초와 설탕·소금으로 간해 육수가 새콤달콤해지면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 깔끔한 매운맛을 더한다.

최씨는 “고급 재료인 전복의 참맛은 고유의 감칠맛에 있다”며 “완도에선 초고추장 육수 대신 맑은 육수로 전복물회를 해 먹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보다 걸쭉한 매운맛을 원하는 이는 초고추장을 곁들이면 되니, 두가지 버전의 육수로 즐길 수 있는 것도 전복물회의 매력이다.

전복물회에 들어가는 부재료도 풍성하다. 전남의 이름난 여름 별미인 민어회와 바다 향 나는 미역이 듬뿍 들어간다. 양배추·상추·양파 등 아삭하게 씹히는 채소도 가득하다.

최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비가 줄어든 데다 폭염까지 겹치면서 전복 가격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전복물회뿐 아니라 어떤 요리로 먹어도 맛있는 전복을 원없이 즐기려면 완도로 오라”고 전했다.

완도=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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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 냉국처럼 맑은 국물. 전복(사진) 고유의 고급진 단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주재료 전복과 미역, 제철 회. 완도에선 남도 별미인 민어회를 넣기도 한다.

곁들이는 음식 전복구이도 별미다. 완도에서는 식당마다 전복구이 등이 포함된 다양한 가격대의 전복정식을 내놓는다.



[제주 자리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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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식 전통 된장을 푼 육수가 독특한 자리물회. 뼈째 썬 자리회의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주로 뼈째 썰어 세꼬시로 즐겨 먹어…쫀득한 식감

빙초산·제주식 전통 된장 양념…특색 있는 맛 자랑



‘자리’의 본명은 ‘자리돔’이다. 참돔·감성돔·옥돔·돌돔·벵에돔 등 낚시꾼들이 열광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 분명 돔의 혈통이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그냥 ‘자리’라 불린다. 연중 잡히고 너무 흔해서 돔으로 취급도 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연유로 먹거리로서의 입지는 다른 돔들보다 훨씬 낫다. 제철인 4월부터 7·8월까지는 회나 물회, 혹은 굽거나 무쳐서 먹고 젓갈로도 담가 1년 내내 즐긴다.

자리는 군집생활을 하는 정착성 어종이다. 주로 수심 2∼15m에서 물속 암초인 ‘여’를 중심으로 집단생활을 하며 태어난 곳을 떠나지 않는다. 제자리를 지킨다고 해서 이름도 자리돔이다. 그래서 잡는 방법도 특이하다. 그물을 깊이 던져 잡는 것이 아니라 얕게 던져 기다렸다가 자리가 모이기 시작하면 그물로 ‘떠서’ 잡는다. 이른바 ‘들망’ 방식이다.

자리는 길이가 10∼18㎝로 작아 회로 먹을 땐 보통 뼈째 잘게 자른 ‘세꼬시’로 즐긴다. 자리물회에는 자리회에 오이·양파·무·미나리·깻잎 등 각종 제철 채소가 들어간다. 양념으로는 고춧가루·참기름·통깨·다진마늘과 제주식 전통 된장을 쓴다. 제주식 된장은 메주에서 간장을 덜 뺀 것으로 맛이 달고 깊다. 양념에 자리회와 채소를 넣어 버무린 다음 물을 붓고 얼음을 곁들이면 자리물회가 완성된다.

자리물회의 훌륭한 조연은 빙초산과 초피다. 제주에서는 식초보다 10배 더 신맛이 강한 빙초산을 쓴다. 새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을 즐기기 위해서인데 자리돔의 뼈를 부드럽게 하는 효과도 있다. 빙초산 원액이라 한두 방울 정도만 넣으면 된다. 예전에는 ‘쉰다리’라는 제주 전통음료를 발효시킨 ‘쉰다리 식초’를 넣어 먹었다는데 요즘엔 사용하지 않는다. 빙초산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식당에선 대부분 사과식초도 함께 준비해놓는다. 마지막으로 향이 강한 초피를 넣는데 제주에서는 이를 ‘제피’라 부른다.

자, 그럼 한술 떠볼까? 큰 그릇에 담긴 물회를 먹을 만큼 국자로 개인 그릇에 던다. 거기에 빙초산 한두 방울과 초피를 넣는다. 빙초산의 비율이 어느 정도가 좋은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빙초산의 신맛이 살짝 돌고 초피의 싸한 맛이 입속에 번지면 그제야 자리의 쫀득한 식감이 느껴진다. ‘뼈가 좀 억센가?’ 하는 순간, 오이와 무 등 각종 채소가 함께 아삭하게 씹혀 오히려 씹는 재미가 있다. 뼈가 부드러워질 즈음 된장을 푼 국물의 고소함이 맛을 더한다. 자리물회로 유명한 서귀포 보목포구에서 ‘김부자식당’을 운영하는 김경표 대표는 “예로부터 자리물회는 더운 여름을 나는 시원한 음료이자 최고의 보양식이었다”고 말했다. 자리물회 가격은 1만2000원.

제주=글·사진 김도웅 기자 pachino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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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 별다른 육수를 사용하지 않는다. 간장을 덜 뺀 진하고 깊은 제주 전통 된장만 푼다.

주재료 자리돔(사진)은 활어보다 하루 정도 숙성된 선어를 많이 쓴다.

곁들이는 음식 자리회와 자리구이도 함께 맛보면 좋다. 제주 사람들은 통째로 구운 자리를 손으로 들고 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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