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아버지 향한 효심으로 명주를 빚다

입력 : 2021-08-11 00:00
왼쪽부터 증류식 소주 ‘화전일취38’ ‘화전일취52’, 탁주 ‘화전일취12’, 약주 ‘화전일취15’. 춘천=김병진 기자

[우리 술 답사기] (17) 강원 춘천 지시울양조장

아들 다 키우니 부모사랑 깨달아 생신상에 좋아하시는 술 올리려

80여일 발효 후 40일 간 저온숙성 누룩향 적고 달짝지근…목넘김 좋아

약주·탁주·증류식 소주 등 종류 다양 ‘화전일취15’ 대한민국 주류대상 수상

내년엔 작약 등 넣은 ‘과하주’ 출시 목표

 

지시울양조장은 강원 춘천시 서면 현암리에 자리 잡은 신생 양조장이다. 박사가 많이 나와 ‘박사마을’이라고도 불리는 현암리의 옛 지명이 ‘지시울’이라 양조장 이름도 지시울이 됐다. 8년 전 춘천으로 귀촌해 술을 빚은 지 3년 된 유소영 대표(53)는 옹기에 술을 발효·숙성해 소줏고리로 내리는 등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다. 양조장 앞으로 흐르는 북한강만큼이나 잔잔하고 느린 술 빚기다.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전통방식을 고수한다는 유 대표는 한국전통주연구소의 박록담 소장에게 술을 배웠다. 유 대표가 술을 배우게 된 계기는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을 술로 전하기 위해서다.

“아들이 운동선수라 6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뒷바라지했어요. 2018년 아들이 한국체육대학교에 입학하자 드디어 제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게 됐죠. 그런데 문득 우리 아버지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버지 생신상에 제가 만든 술을 올려야겠다고 결심했죠.”

 

유 대표는 아버지가 드실 술이기에 술 배우는 과정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다. 그해 12월 아버지 생신상에 무사히 술이 오르게 됐고, 주변에선 호평이 자자했다. “술맛이 더할 나위 없다”며 극찬한 박 소장의 권유로 유 대표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상업양조의 길을 걷게 됐다. 그 결과물이 <화전일취>다. 화전일취는 조선 헌종 때 정학유가 지은 가사 <농가월령가>에 나오는 표현으로 ‘님도 꽃이요, 꽃도 꽃이니, 꽃 앞에서 함께 취하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화전일취>는 약주(15도), 탁주(12도), 증류식 소주(38도·52도)로 모두 네 종류다. 춘천에서 나는 멥쌀로 지은 범벅과 누룩으로 빚은 밑술에 찹쌀고두밥으로 덧술한다. 이렇게 만든 이양주는 40개의 옹기에서 80여일간 발효시킨다. 기계를 쓰지 않고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발효한 술을 40일간 저온숙성해 병에 넣은 것이 약주와 탁주, 이를 소줏고리로 증류해 120일 이상 숙성시킨 게 증류식 소주다. 유 대표는 이 중에서도 약주인 <화전일취15>를 가장 아낀다. <화전일취15>는 올해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약주가 잘 나오지 않으면 맛있는 탁주도, 소주도 없어요.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술도 <화전일취15>죠. 요즘도 지인들과 나눠 드시라고 술을 해드리곤 하는데 그럴 때면 아까워서 어떻게 먹느냐며 손사래를 치시죠.”

유소영 지시울양조장 대표가 발효실에서 술이 익고 있는 항아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화전일취15>는 누룩 향이 적고 산미가 약하다. 달짝지근한 맛이 나고 도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목 넘김도 부드럽다. 두루두루 사랑받는 건 <화전일취15>지만, 전통주점에선 탁주인 <화전일취12>, 마니아층에겐 증류식 소주인 <화전일취52>가 인기 좋다.

유 대표는 <화전일취> 외에도 약주에 도수 높은 소주를 섞은 혼양주인 ‘과하주’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작약 등 수십종의 식용꽃을 넣어 도수가 높고 단맛이 강한 싱그러운 술을 담글 계획이다. 과하주는 내년 출시가 목표다.

“술 빚기도 자식농사와 비슷해요. 기다림이 필요한 일이더라고요. 술이 잘되고 있나, 잘못 만들진 않았을까 초조함에 술독을 자꾸만 열었다 닫았다 하면 맛이 덜해요. 내가 만든 술은 잘됐을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죠. 이런 진리를 자식을 다 키우고 깨달았네요.”

가격은 <화전일취12> 500㎖ 기준 1만5000원, <화전일취15> 500㎖ 기준 3만원, <화전일취38> 375㎖ 기준 4만원, <화전일취52> 375㎖ 기준 6만원이다. 네이버스토어팜 ‘화전일취’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춘천=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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