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맛 K디저트] 외할머니 ‘마음’으로 전통을 담다

입력 : 2021-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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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외할머니 솜씨’ 대표 메뉴인 ‘흑임자 팥빙수(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냉쌍화탕’ ‘홍시 보숭이’. 전주=김병진 기자

[건강한 맛 K디저트] ⑫ 전북 전주 카페 ‘외할머니 솜씨’ 

한옥마을에 자리…정성 가득 메뉴 선봬  직접 쑨 팥조림·국산 쌀로 만든 떡 활용

‘흑임자 팥빙수’ 깔끔한 단맛 매력적 여름철 ‘냉쌍화탕’ ‘홍시 보숭이’도 인기

전주시 ‘유네스코 음식창의업소’로 선정

 

식문화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UNESCO City of Gastronomy)’로 선정된 전북 전주. 이곳에서 유명한 것은 비빔밥과 콩나물국밥만이 아니다. 비빔밥크로켓과 초코파이·바게트버거 등 여러 명물을 맛보는 것도 전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니 말이다. 개성 있는 카페들도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전주한옥마을 안에 위치한 ‘외할머니 솜씨’는 솜씨 좋은 외할머니가 정성껏 만들어주는 듯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집이다.

2010년부터 카페를 운영한 박민자 대표(66)는 “외할머니가 손주들 먹이겠다며 정성이 들어간 온갖 음식을 시골에서 바리바리 싸 들고 오시지 않느냐”며 “그런 외할머니의 정성으로 디저트를 만들겠다는 각오에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좋은 재료를 구하는 수고만큼은 외할머니의 정성에 필적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창 무더운 요즘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흑임자 팥빙수’다. 국내산 팥만을 사용해 매일 아침 직접 쑨 팥조림에 흑임자가루를 곁들여 내는 빙수로, 우유 위에 곱게 간 얼음을 올린다. 박 대표는 “얼음을 영하 45℃ 냉동고에서 3일 정도 꽁꽁 얼렸다가 갈아야 이렇게 고운 빙질의 얼음가루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물 얼음을 쓴 덕분에 빙수에서 팥조림 맛이 더 잘 느껴지고 텁텁하지 않다고. 맛을 본 손님들은 “후련하다”며 깔끔한 맛을 칭찬한단다.

팥빙수에 올라가는 찰떡은 국산 품종인 <신동진> 쌀로 만들어 쫄깃하다. 박 대표는 “떡은 인근 떡집에 주문한다”며 “한때 떡집에 정산하는 비용만 한달에 2000만∼3000만원이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좋은 재료를 쓰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철칙이라는 얘기다.

더운 여름철 인기 있는 ‘냉(冷)쌍화탕’도 대표 메뉴다. 백작약·숙지황·황기·당귀·천궁·계피·감초 등 <동의보감>에 나오는 재료를 이용해 이 집만의 비법대로 우려냈다. 박 대표는 “여름에 차갑게 마시면 몸을 보할 수 있다고 옛 의서에 소개돼 있다”며 “몸이 허하다면 대추·잣·호두 등을 동동 띄운 쌍화차를 마셔보라”고 추천했다.

경북 청도산 홍시만을 사용한 ‘홍시 보숭이’도 인기다. 4등분 해 냉동 보관한 홍시를 주문 즉시 갈아서 내기 때문에 셔벗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이 일품이다. 홍시가 워낙 달다보니 설탕 등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딱 기분 좋게 달콤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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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선정부터 음식 조리까지 모든 과정에 정성을 기울인다는 박민자 ‘외할머니 솜씨’ 대표.

외할머니 솜씨는 지난해 전주시가 지정한 ‘유네스코 음식창의업소’기도 하다. 유네스코 음식창의업소는 전주시가 2012년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된 후 그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조례로 지정하는 제도다. 역사 및 전통성, 전승 가치, 업소환경, 대표성 등을 고려해 선정하고 있으며, 별도로 명인·명소 등도 뽑고 있다. 외할머니 솜씨는 특히 흑임자 팥빙수와 쌍화탕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박 대표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가게에서 빚을 내 시작했다”며 “가게를 시작한 지 거의 10년 만인 2019년에 이 건물을 지어 이사 왔다”고 설명했다. 유명해지며 프랜차이즈 제의도 들어왔지만, 이처럼 품이 많이 드는 메뉴를 손님에게 제대로 대접하려면 안되겠다 싶어 거절했다고 한다. 또 ‘백개의 가게’를 만드는 것보다 ‘백년의 가게’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포부도 이 결정에 한몫했다.

박 대표는 지금은 너무 바빠 못하고 있지만, 시어머니로부터 배운 약식혜를 메뉴로 개발해 내놓을 계획이다. 박 대표는 “주방에서 밤을 새워가며 만들어야 해 쉽진 않겠지만, 약식혜야말로 외할머니의 정성과 솜씨가 담긴 것 같은 디저트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전주=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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