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어느 농장이냐고요? 대한민국 ‘원프리카’입니다

입력 : 202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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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작물이 자라는 강원 원주 ‘원프리카’의 온실. 왼편에 있는 커다란 자주색 바나나꽃과 주렁주렁 열린 바나나 열매가 눈에 띈다.

강원 원주 아열대작물 농장 카페 가보니

8000㎡ 규모에 바나나·파파야·커피 등 재배

음료 한잔 값으로 다양한 작물 관람 가능

거대한 바나나 줄기에 달린 열매와 꽃 눈길

딱 이틀만 피는 커피꽃, 그윽한 향기 내뿜고

백향과꽃 ‘캉캉치마’ 같은 화려한 자태 뽐내 

 

기후변화 탓에 한반도가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라는 건 옛말이 됐다. 사실상 대한민국 전역에서 아열대작물의 재배가 가능해지고 국산 아열대과일을 활용한 식도락까지 즐길 수 있게 된 지금, 점점 울창해지는 국내 아열대과일의 세계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최북단 강원도에서도 아열대작물 재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심지어 온실 바깥, 즉 노지에서도 바나나가 쑥쑥 자란다.

원주시 지정면 가곡리에 있는 아열대작물 농장 카페 ‘원프리카(원주와 아프리카를 합친 조어)’는 음료 한잔 값에 다양한 아열대작물의 생장 과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9월 개장한 원프리카는 온실과 노지를 합쳐 8000㎡(2400평) 규모다. 바나나·파파야·커피를 주로 재배하며 구아버·용과·애플망고·백향과(패션프루트)·노니·스타프루트·핑거라임 등도 키운다. 또 아열대작물 묘목도 판매한다.

이곳에선 커피나무 심기가 연중 가능하고, 커피와 바나나 열매가 익었을 땐 수확체험도 할 수 있다. 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단체 관람은 어렵고 개인 관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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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원 원프리카 대표가 붉은색 커피 열매를 살펴보고 있다.

원프리카의 온실 안에 들어서면 예상보다 시원해 놀라게 된다. 아열대작물을 키우는 온실이라면 숨도 못 쉴 정도로 더울 것 같지만 오산이었던 것. “낮에는 창문을 열어 공기를 순환시키는 데다, 키가 큰 아열대작물을 키우는 온실의 특성상 층고가 높아 대류작용을 통해 바람이 빠져나간다”는 게 이학원 대표(61)의 설명이다.

추운 겨울엔 난방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온실 속 미니온실에만 아열대작물 최적 성장온도인 26℃를 맞춰준다. 올해 1월 난방비가 겨우 48만원 정도 나온 것도 그의 이런 노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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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크기의 구아버 열매.

온실에 들어서자 파파야나무 그늘 아래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띈다. 커다랗고 넙적한 잎이 인상적인 파파야는 열매 말고도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작물이다. 가지를 꺾으면 ‘파파인(Papain)’이라고 불리는 불투명한 하얀 액체가 나오는데, 이게 화장품에 들어가면 피부를 부드럽게 해준다고. 거기다 파파야잎 분말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쓰이기도 한단다. 이 대표는 “연한 파파야순 나물은 순하고 부드러워 맛있다”고 덧붙였다.

거대한 바나나 ‘나무’를 보며 신기해하는 기자에게 이 대표는 “사실 바나나는 다년생 ‘풀’이라 나무라고 부를 순 없지만, 한창 클 때는 마치 대나무처럼 하루만에도 쑥 자란 게 눈에 보인다”고 설명했다.

바나나 줄기에 달려 있는 열매를 보고 있으니 이 대표는 맛있는 바나나 고르는 팁도 알려줬다. “심은 지 23개월 됐는데 아직 초록색인 열매에 각이 져 있죠? 이게 나무에 5개월간 달려 있으면서 동글동글하게 여물어야 제맛이 나요”라며 “녹말이 꽉 차 몸통이 동그란 게 맛있는 바나나”라고 설명했다.

온실 안을 걷다보니 얼핏 자스민꽃 같은 향기가 그윽하게 풍겨온다. 바로 하얗고 소담스러운 꽃봉오리가 줄줄이 달린 커피꽃의 향기인데, 커피꽃은 딱 이틀만 폈다 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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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백향과꽃.

온실 밖으로 나오자, 백향과가 꽃을 피운 채 손님들을 맞이한다. 노지, 그것도 강원도 노지에서 아열대작물이 자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백향과는 저온피해를 봤다.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심었는데 갑자기 8℃까지 기온이 떨어졌다”며 저온피해가 발생해 쪼글쪼글해진 잎 한개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향과꽃은 캉캉치마 같은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지지대 위로 덩굴을 뻗어가고 있으니 기특할 따름이다.

이 대표는 “8월 중순이면 원프리카 명물인 40m의 바나나길이 멋지게 우거진다”며 “그때부터 9월까진 자주색 바나나꽃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강원도 산골의 맑은 공기 속에 퍼지는 농익은 바나나꽃의 향기가 궁금하다면 한번쯤 이곳에 들러보는 게 어떠신지.

원주=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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