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맛 K디저트] 밭에서 막 캐낸 듯…투박함이 ‘포슬포슬’ 춘천 감자빵

입력 : 2021-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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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밭에서 막 캐낸 감자처럼 생긴 ‘오리지널 감자빵’. 감자를 담듯 빵을 상자에 담아 개성을 살렸다. 춘천=김병진 기자

[건강한 맛 K디저트] ⑨ 강원 춘천 감자빵

2019년 문 연 카페 ‘감자밭’

IT업계 일하던 이미소 대표 아버지 농사 돕기 위해 귀농

지난해 감자빵 출시 큰 인기

단맛 살린 ‘오리지널 감자빵’ 전분 많은 ‘로즈’ 품종 사용

타르트 등 다양한 디저트 개발 로컬 농산물 업체로 성장 목표

 

포슬포슬한 햇감자의 철이 돌아왔다. 감자철을 맞아 감자 주산지인 강원도 농민들 못지않게 바빠진 곳이 있다. 강원 춘천에 위치한 카페 ‘감자밭’이다. 한편에선 고운 보랏빛 꽃을 피운 감자를 돌보랴, 다른 한편에선 지난해 출시 3개월 만에 대박을 터뜨린 ‘감자빵’을 만들랴 여념이 없었다.

이 카페 주인장 이미소 대표(31)는 정보기술(IT)업계에 종사하다 2016년 귀농한 청년농부다. 아버지의 신품종 감자농사를 돕기 위해 귀농했다.

“당시 서울 가락시장에서 20㎏들이 감자 가격이 2만8000원일 때였는데, 우리가 심은 신품종 감자는 겨우 1만3000원이었어요. 결국 판매를 포기하고 햇감자 30t을 땅에 묻으면서 어떻게 해야 우리 감자를 제대로 알릴 수 있을까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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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들어 보이는 카페 ‘감자밭’의 이미소 대표

2019년 카페를 연 것도 감자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직접 재배한 감자를 넣은 특색 있는 디저트를 개발하기 위해 ‘감자단팥빵’ ‘감자닭갈비빵’ 등 200가지 넘게 빵을 만들어봤지만 결과는 마뜩잖았다. 그런데 그때 옆에서 아버지가 건넨 말 한마디가 힌트가 됐다. “우리한테 있는 거라곤 감자뿐이니 재료를 많이 넣고 감자 모양으로 만들어 승부를 보자”는 말이었다.

이 대표는 허기를 달래주던 구황작물인 감자의 투박함에 집중했다. 그는 “손님들이 굳이 우리 카페에 와서까지 고급스럽거나 이색적인 맛을 원하진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진짜 흙밭에서 막 캐낸 감자처럼 생긴 감자빵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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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감자빵’.

‘오리지널 감자빵’은 전분 함량과 당도가 높은 홍감자 품종인 <로즈>가 들어간 빵이다. 감자 본연의 단맛을 살린 디저트로 빵 1개당 어른 주먹만 한 200g짜리 감자가 그대로 쓰인다. 감자전분과 쌀가루를 이용해 쫄깃하게 만든 반죽에 감자·강낭콩·버터를 섞은 소를 넣은 것이다. 특히 소에 넣는 감자는 오븐에 1시간 반 이상 굽는데, 이렇게 하면 껍질을 벗기고 으깨는 데 공이 더 많이 들지만 감자 맛과 향이 농축돼 훨씬 맛있단다.

감자밭의 또다른 히트작 ‘카레감자빵’엔 <청강> 감자가 들어간다. <청강>은 전분 함량이 낮고 물이 많아 깔끔한 맛이 나는 품종으로, 고춧가루·양파·강황 등을 넣어 매콤한 맛을 가미했다. 강황을 제외하면 질 좋은 국산 농산물을 쓴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빵 겉면에 뿌려진 흑임자가루와 콩가루도 꼭 국산만을 쓴다.

처음엔 하루에 50개도 채 팔리지 않아 버리지 않는 날이 없었던 감자빵은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3개월 만에 백화점 식품관으로부터 ‘팝업스토어(단기 매장)’ 제안을 받았다. 당시 하루에 1500개씩 팔려 나갔는데, 입점기간이 끝난 지금도 하루에 1000개씩 팔린다.

인기에 따르는 후폭풍인지, 비슷한 모양의 감자빵을 파는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대형 식품기업인 ‘파리바게뜨’가 감자빵 디자인을 따라했다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파리바게뜨가 국산 감자를 쓰되 디자인을 달리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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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크림빵(왼쪽)’과 ‘로즈감자 타르트’도 오리지널 감자빵 못지않은 인기 제품이다.

감자밭은 감자빵 이외에도 감자가 들어간 다양한 디저트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 ‘로즈감자 타르트’ ‘감자크림빵’도 인기 제품이다. 감자와 달콤하고 촉촉한 크림이 잘 어우러진 메뉴들로, 특히 감자크림빵 속 우유크림엔 구운 <로즈> 감자 덩어리를 넣어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까지 살렸다.

한편 감자밭은 올해 1월부터 농업회사법인주식회사 ‘밭’으로 출범해 지역 로컬 농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음료 (F&B·Food & Beverage) 전문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춘천의 감자밭처럼, 시래기가 유명한 강원 양구에는 시래기를 전문으로 하는 ‘시래기밭’을 열고 싶다”며 “전국의 특색 있는 지역농산물을 ‘밭’이라는 프랜차이즈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농산물을 키워내는 밭처럼 밭주식회사가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터전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춘천=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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