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⑧] 뱀장어 vs 붕장어 vs 곰장어

입력 : 2021-06-04 00:00 수정 : 2021-06-07 13:34

[맛대맛 ⑧] 뱀장어 vs 붕장어 vs 곰장어 

보양식의 계절이 돌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여름철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예전부터 여름철 보양식으로 사랑받아온 장어는 어떨까? ‘장어 만(鰻)’자를 풀어보면 물고기 어(漁)와 날 일(日), 넉 사(四), 또 우(又)로 돼 있다. 하루에 네번을 먹어도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는 뜻이 아닐지. 맛도 좋고 영양도 많은 장어는 민물장어와 바닷장어로 나뉜다. 흔히 구워 먹는 민물장어인 뱀장어와 바닷장어인 붕장어(아나고), 곰장어(먹장어)에 대해 알아보자.

 

[뱀장어] 바삭 껍질 속 부드러운 살
 

01010101001.20210604.001307402.02.jpg
뱀장어구이는 생강과 함께 상추에 싸 먹으면 더 맛있다.

동맥경화 예방에 좋은 민물장어

기름기 많아 채소와 찰떡궁합 

 

민물장어 하면 전북 고창의 ‘풍천장어’가 떠오른다. 원래 ‘풍천’은 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모든 강 어귀를 통칭하는 말인데, 유독 바다로 흘러가는 고창 선운산 어귀의 인천강을 풍천이라고 불렀다. 이곳에서 잡힌 장어가 유명해지면서 풍천장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전남도 민물장어로 이름난 곳이다. 인지도 면에선 고창에 밀릴 수 있지만 전국 뱀장어 양식장의 50% 이상이 영암·함평·영광 등 전남 곳곳에 산재해 있다. 예전에는 영산강에서 많은 치어가 잡혔지만 지금은 하굿둑으로 막혀 목포나 신안 등지 풍천에서 잡아온다.

뱀장어는 신비로운 동물이다. 강에서 6∼12년간 살다가 바다로 내려가 해류를 갈아타며 수천㎞의 여정을 거친다. 우리나라와 일본·중국 등의 뱀장어는 필리핀 근처 마리아나해구 북쪽 해저산맥으로 가 산란한 뒤 생을 마감한다. 깊은 바다에서 태어난 뱀장어는 민물을 향해 2000㎞가 넘는 여행을 떠나 다시 어미가 살던 강으로 되돌아온다. 이때 강 입구에서 잡힌 치어들이 양식장에서 1년가량 키워진 뒤 식탁에 오른다.

뱀장어는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다. 일본에서는 복날 뱀장어를 먹는 관습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양식으로 전해 내려오고, 특히 남성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지금도 인기다.

뱀장어 비늘은 피부 속에 묻혀 있고, 배지느러미는 없다. 등은 청회색이고, 배는 흰색이나 노란색을 띤다.

뱀장어는 비타민 A와 B₁, E, 그리고 DHA가 풍부하다. 비타민 A는 눈을 보호해주고, 비타민 E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전을 막는 EPA와 DHA도 풍부해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다. 

01010101001.20210604.001307404.02.jpg
뱀장어를 숯불에 초벌로 굽는 모습

요리법은 소금구이와 양념구이가 대표적이다. 뱀장어는 기름기가 많아 어떻게 먹든 느끼함을 줄이는 것이 관건. 채소·생강과 함께 먹어야 하는 이유다. 고기를 씹으면 단맛의 육즙이 나오며 껍질의 질긴 듯한 쫀득함과 살의 부드러운 쫀득함이 잘 어우러진다.

전남 영암에서 20년 넘게 ‘월출산 민물장어’를 운영 중인 주영열 대표(63)는 “초벌구이 후 손님이 직접 익혀 먹으면 기름이 덜 빠질 수도 있지만 주방에서 숯불로 완전히 익히면 기름이 쫙 빠져 느끼하지 않다”며 “여름 보양식으로 뱀장어만 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가격은 영암의 식당에서 2인분(1㎏) 기준 6만원. 

영암=글·사진 김도웅 기자

 

 

[붕장어] 입안에 녹아드는 바다의 결

01010101001.20210604.001307437.02.jpg
양념을 발라 큼지막하게 구운 붕장어구이가 맛깔스럽다.

바닷장어·아나고로도 불려

회로 먹으면 고소한 맛 일품 

 

이번에 소개하는 장어 중 가장 크다. 언론에서 종종 ‘아나콘다(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길이 6∼10m에 이르는 큰 뱀)’에 비유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이 붕장어다. 

흔히 ‘바닷장어’ 또는 ‘아나고’라 불리는 붕장어는 기다란 몸이 팽팽한 활시위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에 ‘활시위 붕(<5F38>)’자가 붙었다. 조선시대 어류학서 <자산어보>에서는 붕장어를 ‘해대리(海大<9C7A>)’, 즉 바다의 큰 뱀장어라고 명명하기도 했지만 민물에서도 사는 뱀장어와 달리 붕장어는 바다에서만 서식한다.

붕장어는 몸통 옆부분에 흰색 점이 줄지어 있고, 배는 하얗다. 얕은 곳에 서식하는 개체는 등이 다갈색, 깊은 바다에서 자라는 것은 회갈색을 띤다. 지느러미가 있어 바다 이곳저곳을 힘차게 헤엄쳐 다닌다.

붕장어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란다. 남해안과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 많이 서식하는데, 특히 부산 기장군에서 가장 많이 난다. 그중에서도 일광면 칠암마을은 붕장어 전문식당이 30여곳이나 줄지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산지다. 박용주 칠암마을 이장(63)은 “난류와 한류가 만나 물살이 거친 기장 앞바다에서 난 붕장어가 살이 알차고 쫀득쫀득하기로는 으뜸”이라고 설명했다. 

01010101001.20210604.001307436.02.jpg
고소한 맛이 일품인 붕장어회

붕장어는 영양도 풍부해 보양식으로 다른 장어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비타민 A가 풍부해 밤눈을 밝혀주고, 칼슘 등 각종 미네랄도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양식이 안돼 오직 자연산뿐인 붕장어는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지만 주로 회와 구이로 먹는다. 생것을 잘 못 먹는 초심자도 먹기 쉬운 회로 비린내가 덜한 오징어와 붕장어를 꼽는데, 특히 붕장어회는 특유의 고소한 맛이 일품인 데다 날것 특유의 물컹한 식감이 없어 많이 찾는다. 붕장어회는 민물에 여러번 씻은 후 물기를 쫙 빼 고슬고슬하게 담는데, 마치 밥그릇에 소복이 담긴 흰 쌀밥 같다.

참숯불에 굽는 붕장어구이는 풍부한 육즙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요리다. 구이로 먹을 땐 횟감보다 더 큰 붕장어를 쓴다. 한토막이 한입에 넣기 버거울 정도로 압도적 크기를 자랑한다. 입에 넣으면 채 씹기도 전에 지방 많은 살이 입안에서 녹진하게 무너져내린다. 또 바다 생선 특유의 결도 느껴져 바다의 야성적인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붕장어구이 가격은 2인분(1㎏)에 4만5000원.

기장=이연경 기자·사진=김도웅 기자 

 

[곰장어] 담백한 육즙에 식감 쫄깃

01010101001.20210604.001307505.02.jpg
짚불로 구운 곰장어는 소금구이와는 또 다른 맛이다.

부산 기장 ‘짚불곰장어’ 원조

껍질만 태워 벗기고 먹어 

 

늦은 저녁, 소주 한잔과 곁들이면 감성까지 촉촉해지는 포장마차 안주로 곰장어만 한 게 있을까. 곰장어는 ‘꼼장어’ ‘먹장어’로도 불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지면에 소개된 다른 장어들과는 친척조차 아니다. 경골어류인 여타 장어들과 달리 ‘살아 있는 화석’으로 알려진 곰장어는 척삭동물 중 가장 원시적이라는 원구류로 분류된다. 

곰장어는 지느러미가 없어 위로 헤엄쳐 올라가지 못한다. 바다 밑바닥에서 온몸 근육으로 꿈틀거리며 유영하는 게 움직임의 전부다. 눈은 퇴화해 흔적만 남아 있고, 입가에는 수염 같은 촉수가 나 있어 외계 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끈적끈적한 진액을 뿜어내기까지 해 겉모양만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그 맛을 알고 나면 곰장어 수족관 앞을 군침 삼키며 지나가게 될 것이다. 

곰장어는 주로 철판 위에 소금이나 양념으로 구워 먹으며 회로 즐기기도 한다. 곰장어 하면 부산이 떠오르는데, 부산에서도 곰장어 명소는 기장군 기장읍 기장곰장어촌이다. 지역 토속음식을 넘어 전국구 명물로 알려진 ‘짚불 곰장어’의 원조가 바로 이곳이다. 2007년 문을 연 ‘해변짚불곰장어’의 윤명숙 사장(57)은 “곰장어는 사시사철 나오지만, 한

여름 열기를 뜨겁게 날려주는 보양 효과 덕분인지 여름이 가장 성수기”라고 설명했다.

01010101001.20210604.001307372.02.jpg
산 곰장어를 짚불로 굽는 모습

이곳에서는 마른 짚에 불을 붙이고, 그 위에 석쇠를 얹어 곰장어를 굽는다. 진액으로 뒤덮인 껍질은 짚불의 순간적인 강한 화력에 숯처럼 타버리고 껍질 속 살코기는 육즙이 고스란히 남아 촉촉히 익는다. 장갑을 낀 손으로 까맣게 탄 곰장어 껍질을 벗긴 뒤 속살을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쫄깃한 살을 씹으면 담백한 단맛이 배어 나온다.

곰장어를 자른 단면을 보면 굵은 국수 가락 같은 흰 줄이 보이는데, 이게 곰장어의 척삭이다. 원시적 형태의 척추뼈 같은 것인데, 씹을 때 톡 터지는 특유의 식감을 좋아해 곰장어를 먹는 이도 많다.  

껍질만 벗겨 먹다보니 곰장어 간과 쓸개·내장도 고기에 따라온다. 간은 고소하지만 쓸개는 꽤나 씁쓸한데, “곰장어 쓸개는 간에 좋아 그 효과가 웅담 부럽지 않다”는 게 윤 사장의 설명이다. 또 중국 청나라 의서인 <본초비요>에선 곰장어가 피부 미용에 좋고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는 데다 숙취 해소까지 돕는다 했으니, 이 핑계로 딱 한잔만 더 하는 것은 어떠할지. 국내산 짚불곰장어 가격은 2인분(1㎏)에 5만원이다. 

기장=이연경 기자·사진=김도웅 기자 


● 기자의 ‘원 픽’은? ★★★★☆

김도웅 기자 PICK 붕장어 : 회로도 먹기 아까운데 (살아 있는 걸) 구워서 먹는다고? 어헛! 의구심은 버리시라. 구웠을 때의 부드러운 식감과 새로운 맛의 풍성한 육즙이 답해주리니. 

이연경 기자 PICK 곰장어 : 시뻘건 짚불 위에서 펄떡거리던 곰장어의 비주얼 쇼크가 상쇄되는 맛. 철판 위에서 얌전히 구워지는 시중의 죽은 곰장어와 비교하면 안된다.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