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전통주의 여름나기 비결, 조선 명주 비법이 되다

입력 : 2021-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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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아원의 과하주는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아서 쉽게 질리지 않는다. 사진은 술아원의 제품들.

[우리 술 답사기] ⑫ 경기 여주 술아원

냉장기술 부족했던 시기 여름이면 맛 달아나기 일쑤

막걸리 발효 과정에서 

도수 높은 증류주 넣어 보존 처리한 것이 ‘과하주’

술아원 과하주 감미료 안 쓰고

여주산 찹쌀·누룩·물로만 빚어 첫맛 달고 부드러운 목넘김 매력

 

지날 과(過), 여름 하(夏), 술 주(酒). 과하주는 ‘여름을 넘기는 술’이란 뜻이다. 옛날엔 술이 여름을 나는 게 쉽지 않았다. 냉장 기술이 부족한 나머지 맛이 달아나기 일쑤였다. 이를 방지하고자 막걸리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 도수 높은 증류주를 넣어 보존 처리한 것이 바로 과하주다. 허영만 화백은 만화 <식객>에서 과하주의 맛을 ‘달짝지근한 맛’ ‘약간 신맛’이라고 묘사했고, 17세기 요리책인 <음식디미방>에선 ‘독하고 달다’고 전하고 있다.

고문헌에만 등장하던 술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경기 여주 술아원의 강진희 대표(50)다. 평범한 주부였던 강 대표는 술을 배우면서 과하주를 접하게 됐고 과하주 알리기에 나섰다. 그는 2014년 과하주 <술아>를 선보이며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과하주라는 술이 생소할 거예요. 과하주는 발효주와 증류주를 혼합해 빚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명주죠. 유럽에서 알아주는 포르투갈 포트와인이나 스페인 셰리와인과 만드는 방식이 같아요. 과하주는 그들보다 100년이나 앞선 술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1950년대 관심이 줄어들면서 서서히 잊혔어요. 소중한 유산이 사라진다는 안타까움에 과하주를 빚기로 결심했어요.”

술아원의 과하주는 여주산 찹쌀과 누룩·물로만 빚는다. 먼저 찐 찹쌀을 누룩물에 섞고 손으로 주물러 당화작업을 한다. 술을 발효시키다가 중간에 주정 또는 증류주를 넣고 몇달간 저온숙성하면 과하주가 완성된다. 주정을 넣은 술은 <술아>, 증류주를 넣은 술은 <경성과하주>다. 술아원의 대표 술인 <술아>는 봄·여름·가을·겨울을 상징하는 음식 재료가 들어간 4종으로 구성됐다.

“과하주는 여름에만 찾는 술이 아니라 사시사철 마시기 좋은 술이에요. 그래서 술에 계절 꽃을 넣어 의미를 강조했죠. 봄엔 매화, 여름엔 연꽃, 가을엔 국화를 넣어 술에 꽃향을 덧입혔어요. 도수 15도인 봄·여름·가을과 달리 겨울은 꽃향을 넣는 대신 도수를 5도 높여 본연의 맛을 즐기도록 했어요.”

과하주는 약주 잔이나 브랜디 잔에 마시면 향과 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첫맛은 달다. 하지만 독하진 않다. 목 넘김이 부드러워 ‘술술’ 넘어간다. 단지 달기만 한 게 아니라 혀끝을 자극하는 은은한 산미가 일품이다. <술아>가 경쾌하다면 20도인 <경성과하주>는 묵직하다. <경성과하주>는 2030세대 젊은이들에게도 반응이 좋다.

“술아원의 과하주엔 어떤 감미료도 들어가지 않아서 쉽게 질리지 않아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깊은 맛을 내죠. 천천히 음미하면 계피·바닐라·캐러멜과 잘 익은 복숭아 향을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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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희 술아원 대표가 과하주의 주 원료인 여주산 찐 찹쌀을 들어보이고 있다. 여주=김병진 기자

술아원은 여주 특산물을 넣은 술도 만들고 있다. 여주산 고구마를 넣은 25도 고구마소주 <필>로, 여주는 일교차가 커 고구마가 달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또 직접 키운 복분자로 빚은 14도 복분자약주 <복단지>도 선보였다.

“양조장의 역할 중 하나는 지역과 상생이에요.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술에 관심 갖는 이유죠. 다만 여주에는 복분자를 재배하는 농가가 거의 없어 직접 농사짓고 있어요. 농업기술센터에 가는 날이면 여주산 복분자는 저희가 다 사겠다고 말해요. 양조장이 농가의 안정적인 판로가 되는 거죠.”

강 대표는 앞으로 오크통 숙성 과하주, 드라이 과하주 등을 개발해 다양한 시장을 개척하고 과하주를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또 양조장 규모도 넓혀 누구나 과하주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방침이다.

375㎖ 기준 <술아> 가격은 1만8000원, <경성과하주>는 2만8000원, <필>은 2만5000원이다. <복단지>는 350㎖ 기준 1만6000원이다. 과하주는 술아원 스토어팜(soolawon.modoo.at)에서 구매할 수 있다.

여주=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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