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맛 K디저트] 곤드레의 화려한 변신 “나전역으로 오세요”

입력 : 2021-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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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부터 나전역 카페의 곰취 크루아상 샌드위치, 곤드레 아란치니, 곤드레 라테와 과일, 곤드레 크림커피.

[건강한 맛 K디저트] ⑧ 강원 정선 곤드레·곰취 디저트

‘나전역 카페’ 간이역사 개조해 조성

개찰구 등 원래 모습 최대한 보전 SNS서 인기…2030세대로 북적

곤드레 특유 맛 살린 디저트 개발

시원하게 즐기는 ‘곤드레 크림커피’ 담백함·고소함 만나 균형 있는 맛

‘곰취 크루아상 샌드위치’도 인기  제철 곰취 듬뿍 넣어 향긋함 일품

 

보리 낟알도 채 익지 않은 춘궁기, 산골마을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구황작물로 곤드레만 한 것이 없었다. 맛이 달고 순한 데다 많이 먹어도 탈이 없으니, 그 시절 사람들에겐 더이상 고마울 수 없는 나물이었다.

요즘에야 곤드레가 건강식으로 알려져 사시사철 곤드레밥을 즐기지만, 사실 곤드레는 5월말인 요즘이 딱 제철인 나물이다. 보통 묵나물로 맛볼 수 있는 곤드레를 보드라운 햇나물로 즐길 수 있는 계절인 것이다.

특히 국산 곤드레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주산지인 강원 정선에선 푸짐한 곤드레밥 정식뿐 아니라 햇곤드레가 듬뿍 들어간 다양한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다.

지난해 11월말 문을 연 ‘나전역 카페’에서는 정선산 곤드레가 들어간 ‘곤드레 라테’ 등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다. 이곳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국구 명소로 알려져 있다.

정현인 나전역 카페 대표(51)는 “지역의 특색 있는 식재료를 이용한 디저트를 맛보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손님들 반응이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2013년 아내 배미경씨(52)의 고향인 정선으로 이주한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두레’ 사업을 통해 카페를 시작했다. 관광두레는 지역주민이 지역 특색을 살린 관광사업체를 창업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정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고민 끝에 개발한 메뉴는 ‘곤드레 크림커피’ ‘곤드레 라테’ ‘곤드레 아란치니’ 등이다. 곤드레 특유의 담백한 단맛을 잘 살린 디저트들로, 특히 차가운 유리잔에 담겨 나오는 시원한 곤드레 크림커피는 날이 부쩍 더워진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맨 밑에 국산 원유를 담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 마지막으로 곤드레 크림을 쌓아 올리는데, “담백한 맛의 곤드레가 유지방의 고소한 풍미와 맛의 균형을 맞춰준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날이 쌀쌀할 때는 목넘김이 부드러운 따뜻한 곤드레 라테도 잘 팔린다.

언뜻 크로켓과 비슷해 보이는 이탈리아 요리 아란치니도 인기 메뉴다. 햇곤드레와 베이컨, 곱게 썬 양파, 밥 등을 넣고 볶아 동그랗게 빚은 뒤 기름에 튀겨내는데 한두개만 먹어도 든든하다. 정선에서 난 싱싱한 제철 곰취를 듬뿍 넣어 향긋함이 일품인 ‘곰취 크루아상 샌드위치’도 인기다.

나전역 카페는 디저트뿐 아니라 카페가 들어선 건물도 정선의 역사를 담고 있다. 1960년대 흥성하던 국내 석탄산업의 중심지인 정선군 북평면에 있던 나전역은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2011년부턴 아예 차표조차 살 수 없는 간이역(역무원 무배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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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 ‘나전역 카페’ 앞에 선 정현인 대표(왼쪽부터)와 아내 배미경씨, 직원 정한나·김원태씨. 이들은 함께 고민해 디저트 메뉴를 개발했다. 정선=김병진 기자

정 대표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싶어 고민하던 와중에 사람 없이 텅 빈 나전역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정선군의 ‘폐공가 공간조성 및 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역사를 카페로 리모델링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받고 한국철도공사와 논의해 건물을 임차했다. 또 지역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인 만큼 주민들의 동의도 구했다.

기차가 지나가면 덜컹덜컹 흔들렸을 나무 창틀, 대합실에 있었을 기다란 나무 의자와 개찰구 등 나전역의 원래 모습도 최대한 보전했다. 그러면서 SNS에 올릴 만한 사진 찍기 좋은 스폿을 여러곳 마련했다. 그러자 인적 드물던 기차역이 2030세대로 붐비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처음 이곳을 열었을 때는 옛 추억을 회상하려는 중년층 손님이 많이 찾지 않을까 했는데, 실제로는 2030세대가 훨씬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앞으로도 정선 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를 판매하는 것은 물론, 정선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관광상품도 개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문제로 인해 운행을 멈췄지만, 관광열차인 ‘정선아리랑열차’ 운행이 재개되면 카페에 앉아 기차가 지나다니는 광경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선=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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