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전통이 빚는 백년의 유산

입력 : 2021-05-21 00:00 수정 : 2021-05-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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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구 대강양조장 대표가 양조장의 전시 갤러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조 대표의 뒤편에 전시된 유리병들은 1980년대에 막걸리를 담던 병이다.

[우리 술 답사기] ⑪ 충북 단양 대강양조장

1918년 충주서 양조업 시작 1969년 단양으로 터 옮겨

소백산생막걸리 ‘소박한 매력’ 쌀·밀가루 결합…은은한 단맛

노무현 전 대통령도 즐겨 마셔 복분자·아로니아 신제품 개발

농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 1호’ 옛 양조도구 전시 … 가치 인정

 

서민의 술인 막걸리는 대통령과도 연이 깊다. 예컨대 젊은이들도 좋아하는 ‘막사(막걸리+사이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마셔서 전국적으로 유행했다. 박 전 대통령만큼이나 막걸리를 좋아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충북 단양에서 우연히 막걸리를 마신 뒤 막걸리 마니아가 됐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사랑한 막걸리를 만든 곳이 바로 단양의 대강양조장이다.

대강양조장의 역사는 무려 100년이 넘는다. 1918년 현 대표인 조재구씨(57)의 외증조부인 고(故) 김영태씨와 외가 식구들이 충북 충주에서 양조업을 하다가 1958년 조 대표의 아버지인 조국환 대표(86)가 가업을 이어받았다. 물 좋은 단양으로 터를 옮긴 건 1969년. 2008년 2남2녀 중 장남인 조 대표가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대강양조장을 이끌게 됐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양조장을 맡기겠다고 말해서 언젠간 술을 빚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누님 두분은 현업이 있어 양조업을 할 여유가 안됐어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제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1999년부터 술 빚는 법을 전수받았어요.”

대강양조장의 대표 막걸리는 일명 ‘노무현 막걸리’로 불리는 6도 <소백산생막걸리>다. 외증조부 때부터 내려온 100년 비법이 담겨 있는 <소백산생막걸리>는 소박함 그 자체다. 요즘 고급화한 막걸리와 달리 쌀과 밀가루를 결합한 옛날식 막걸리로, 은은한 단맛이 나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 마셔보면 왜 노 전 대통령이 앉은 자리에서 연거푸 여섯잔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된다. 노 전 대통령은 대강양조장 막걸리 맛에 반해 정기적으로 청와대로 납품하게 했고, 만찬주로도 자주 사용했다. 조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막걸리 사랑이 고마워 퇴임 이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막걸리 2000병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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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양조장의 다양한 제품들. 왼쪽부터 ‘소백산신선주’ ‘아로니아막걸리’ ‘오곡진상주’ ‘검은콩막걸리’ ‘소백산생막걸리’.

“막걸리 2000병의 답례로 노 전 대통령이 인삼을 보내주셨어요. 인삼으로 술을 담그고, 아직 뚜껑을 열지 않았죠. 나중에 대강양조장에서 기념할 만한 큰일이 생기면 개봉할 생각이에요.”

조 대표가 아버지를 이어 새로 개발한 막걸리는 6도 <복분자막걸리>와 <아로니아막걸리>다. 이들 막걸리는 조 대표가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즙을 내 막걸리에 섞은 뒤 5일간 발효시켜 만든다.

이밖에도 2006년 특허를 받은 6도 <검은콩막걸리>, 청와대에 납품한 7도 <오곡진상주>, 단양 지역 가양주를 재현한 16도 <소백산신선주> 등이 있다.

대강양조장의 전통이 깃든 건 술만이 아니다. 양조장 한편엔 100년 역사를 담은 작은 갤러리가 꾸려져 있다. 갤러리엔 과거 술 주정을 실험하는 데 쓰던 도구, 1970년대 제작된 밀주 방지 홍보 필름, 1980년대 생산된 막걸리용 유리병과 막걸리 홍보 포스터, 일제강점기 때 쓰던 금고 등 막걸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옛 물건들이 가득하다. 대강양조장은 이같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 1호’로 지정됐다.

“아버지는 물건을 쌓아둘 줄만 알았지, 버릴 줄은 모르는 분이었어요. 덕분에 대강양조장의 역사를 설명하는 귀한 자료들이 남게 됐죠.”

조 대표는 아버지가 물려준 역사를 관광·체험 등 6차산업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막걸리 빚기 체험과 대강양조장 역사 프로그램을 만든 것. 조 대표는 영국의 한 여행사와 관광 프로그램 협약도 맺었다.

“100년 기업이 앞으로 200년, 300년 가려면 술만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충북지역을 대표하는 양조장으로 전세계인이 우리 술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대강양조장에서 구입하면 <소백산생막걸리>는 1.2ℓ 기준 1500원, <검은콩막걸리>는 1.7ℓ 기준 3000원, <아로니아 막걸리> <오곡진상주>는 750㎖ 기준 2000원, <소백산신선주>는 375㎖ 기준 5000원이다. 구매는 양조장으로 직접 문의하면 택배로 주문할 수 있다.

단양=박준하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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