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따라 무한 변신…김밥, 세계화 가장 적합한 한식”

입력 : 202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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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락훈 김밥요리 전문가가 만든 다양한 형태의 캐릭터 김밥

김락훈 김밥요리 전문가

취나물·대게 등 특산물 활용 농업과 접목한 요리법 개발

미국 외식업체와 손잡고 각양각색 메뉴 출시 계획도

 

“김에 밥과 단무지, 게맛살을 넣어 싼 것만 김밥이라 생각하지 말라니까요. 독일 음식을 넣으면 독일 김밥, 미국 음식을 넣으면 미국 김밥이 됩니다.”

평범할 것만 같은 김밥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가 있다. 일명 ‘락셰프’로 불리는 김락훈 김밥요리 전문가(50)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의 이력은 김밥 속 재료처럼 다채롭다. 김씨는 원래 대학교에서 반도체를 전공한 공학도였다. 1990년대 중반 반도체 분야 인재가 귀할 때라 마음만 먹으면 나중에라도 취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그의 머리를 스쳤다. 그래서 4학년 1학기를 마친 김씨는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홀연히 세계여행을 떠났다.

“여러 나라를 돌면서 종종 일식집에 들렀는데 ‘김밥은 원래 일본 음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근데 우리나라 김밥은 형태만 비슷할 뿐 일본 ‘마키(마끼)’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거든요. 역사도 더 오래됐고요. 그래서 오기가 생겼어요. 언젠간 한국이 원조인 김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해줘야겠다고 말이죠.”

그는 대학교에서 학업을 마친 후 마케팅·디자인 분야에서 직장생활을 두루 경험했다. 하지만 ‘김밥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부모님과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으로 건너가 한 초밥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국내 대학교에서 한식을 공부하고 교수직까지 맡으며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갔다. 2014년에는 룩셈부르크세계요리월드컵 단체전·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김밥을 포함한 한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는 김밥의 ‘비정형성’에 주목했다. 요리법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고 재료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맛과 색감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어서다. 그래서 김밥 재료가 될 만한 국내 농축수산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틈만 나면 농산어촌으로 달려갔다. 농어민들에게 각 생산물의 특성과 그에 맞는 음식을 배우는 한편 지역특산물로 만든 김밥 요리법을 농가에 전수했다.

이렇게 현장에서 습득한 지식은 ‘창조의 원천’이 됐다. ‘고성취나물김밥’ ‘부산조기어묵김밥’ ‘하동찻잎김밥’ ‘영덕박달대게김밥’ 등 지역 특산물을 넣은 다양한 김밥을 개발했다. 또 꽃무늬, 사람 얼굴, 동물·곤충 모습을 한 캐릭터 김밥도 선보였다. 특히 판다 모양을 형상화한 김밥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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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은 한식 중에서도 세계화에 적합한 음식입니다. 김밥만큼 발 빠르게 지역화에 성공할 수 있는 음식도 드물어요. 가령 중국에 가면 김밥과 취두부가 만날 수 있겠죠. 프랑스에서는 거위 간이 재료가 될 수 있고요. 외국인들은 김밥의 개성 있는 맛과 형태·색깔에 열광해요.”

그의 미래 역시 김밥을 빼곤 얘기할 수 없다. 그의 손에서 빚어진 각양각색의 김밥이 외국인의 식탁 위에 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미국 전역에 비빔밥 매장을 보유한 외식업체와 손잡고 김밥 메뉴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마카오·홍콩 등 외국 호텔의 요청으로 고급 김밥도 틈나는 대로 개발하고 있죠. 국내에선 김밥과 농업의 접목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지역농특산물로 김밥을 만든다면 농산물 생산·유통부터 팜파티 같은 농촌관광까지 그 활용범위가 매우 넓거든요. 농업의 6차산업화를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김밥 만드는 재능을 기부할 겁니다.”

이문수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leemoons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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