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원주쌀로 빚은 단맛 없는 달처럼 맑은 술

입력 : 2021-02-24 00:00
01010101101.20210224.001298720.02.jpg
강원 원주 협동조합모월 양조장에서 생산한 술 ‘모월 인(왼쪽부터)’ ‘모월 청’ ‘모월 연’ ‘모월 로’. 원주=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우리 술 답사기] ⑥ 강원 원주 협동조합모월

쌀 수입 반대운동했던 아버지 위해 우리농산물로 좋은 술 빚겠다 결심

원료 외 첨가물 없는 증류주 ‘모월 인’ 

농식품부 2020년 우리 술 품평회서 ‘대통령상’ 수상…애주가들에 인기

닥나무 막걸리 ‘모월 닥’도 출시 계획

 

어머니 모(母), 달 월(月). 강원도 원주는 예로부터 텃세가 없고 누구든 품을 수 있는 정 많은 곳이라는 뜻에서 ‘모월’이라고 불렸다. 생명운동가인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저서 <좁쌀 한 알>에서 “모월은 세상 모든 것을 안는 어머니와, 칠흑같이 어두운 세상에서 길 안내하는 달이 합쳐진 편하고 신나는 곳”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원주 토박이인 김원호 대표(51)는 협동조합모월 양조장에서 ‘이름값’ 하는 술을 빚는다. 어머니처럼 푸근하고 사람 냄새 나는 술 말이다. 농부의 아들인 김 대표는 30년 지기들과 의기투합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동네 쌀을 팔아주자는 마음에서 술 빚는 일을 시작했어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농사지은 쌀로 술을 만들고, 원료가 떨어지면 동네 아재, 옆집 삼촌 쌀을 사면 된다는 생각이었죠. 취지에 공감한 13명이 협동조합을 만들었고요.”

김 대표가 특히 원주쌀 <토토미>로 술을 빚겠다고 결심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오래전 김 대표의 아버지는 외국산 쌀 수입 반대 운동을 하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때 김 대표의 아버지가 일행들과 식당에 갔다가 외국산 원료를 쓰는 소주 대신 일부러 막걸리를 마셨는데, 알고 보니 마신 막걸리의 원료도 외국산 쌀이었다.

“쌀 수입 반대를 목 놓아 외친 농민이 마시는 술이 외국산 쌀로 만든 막걸리라니 아이러니하죠. 주류시장에서 우리농산물의 비율은 놀라울 만큼 낮아요. 당시 아버지에게 이 말을 해드리니 큰 충격을 받으셨어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우리쌀로 좋은 술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렇게 탄생한 술이 41도 증류주 <모월 인>과 13도 약주 <모월 연>이다. <모월 인>은 술덧을 4개월 발효한 다음 청주만 떠내 증류하는데 그 증류주를 3개월 이상 항아리에서 숙성시킨 술이다. <모월 연>은 발효를 포함해 최대 5개월 숙성기간 후 맑은 술만 떠내 2차로 저온숙성했다.

두 술 모두 쌀·누룩·물 외엔 어떤 첨가물도 없이 만든다. 증류 때도 초류와 후류는 버리고 본류만 써서 특유의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여느 전통주와 달리 술에 단맛이 없다.

“요즘 술집에선 “술에 단맛이 없으면 안 팔린다”고 해요. 보통 주량이 약하면 단 술을 좋아하는데 주점에서 술을 고를 때 보통 주량이 약한 사람이 결정권을 쥐고 있어요. 그럼에도 ‘제로(0) 브릭스(Brix)’를 고집하는 건 천편일률적인 단맛도 싫지만, 조합원이 모두 술꾼이라서예요. 조합원들 입맛에 맞지 않는 술은 세상에 내놓지도 말자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하죠.”

하지만 술꾼들에게 먹히는 술은 시장에서도 통했다. 지난해 양조장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모월 인>이 농림축산식품부 ‘2020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것이다.

“운이 좋았죠. 대통령상을 받았다고 하니 주문은 쏟아지는데 물량이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건 술을 빚는 데 많은 지지를 해주셨던 아버지께서 상 받는 모습을 못 보고 1년 전 이맘때 돌아가신 거예요. 한편으론 아버지가 제게 주신 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01010101101.20210224.001298716.02.jpg
김원호 협동조합모월 대표가 ‘2020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모월 인(왼쪽)’ 등을 보여주고 있다. 증류주 ‘모월 인’은 지역쌀로 만들어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25도 증류주 <모월 로>, 16도 약주 <모월 청>을 내놓은 데 이어 올여름쯤 원주 특산물인 닥나무를 원료로 한 막걸리 <모월 닥>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래도 양조장엔 막걸리지”라는 주위 사람들의 성화에 만들게 된 술이다.

“예전엔 닥나무 잎을 누룩 만들 때 바닥에 까는 초재로 많이 사용했어요. 닥나무 잎은 항균 효과가 뛰어나고 효모도 많이 붙거든요. <모월 닥>은 닥나무를 우려낸 차를 원료로 써서 구수한 맛이 나요. 막걸리는 소량 생산해 원주와 양조장에서만 팔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술을 빚어서 조합원들과 함께 우리농산물을 지키는 데 힘쓰려고 합니다.”

가격은 500㎖ 1병에 <모월 인> 4만원, <모월 연> 1만8000원, <모월 로> 2만5000원, <모월 청> 2만1000원이다. 구매하고 싶다면 모월 홈페이지에서 주문하거나 전화 문의(☎033-748-8008)하면 된다.

원주=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