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할수록 빼어난 味색…호박농부의 둥글둥글 호박 이야기

입력 : 2020-09-14 00:00 수정 : 2020-09-14 00:07

 

호박의 계절이 왔다.

농부의 땀과 자연의 보살핌으로 탐스럽게 영그는 호박은 가을이 제철이다.

서늘한 바람 맞고 논이 누렇게 변해가듯, 청둥호박 수확철이 다가오면 누렇게, 붉게 익은 호박으로 밭이 물든다.

겉은 푸르지만 속은 샛노란 단호박은 맛도 영양도 풍부한 이 시기 별미다.

늙은호박과 단호박을 정성으로 키우는 농부에게 호박 이야기를 들어본다.

늙은호박으로 더 잘 알려진 청둥호박과 달콤한 단호박을 더 맛있게 즐길 다양한 요리법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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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에서 호박농사를 짓는 어머니 김명희씨(왼쪽)와 아들 권기택씨가 단호박과 늙은 호박을 안고 풍요로운 웃음을 짓고 있다.

전남 곡성서 늙은호박·단호박 재배하는 김명희·권기택 농부 모자

늙은호박은 골 깊고 하얗게 분이 껴야 ‘별미’

단호박, 꼭지 갈라지고 녹색 진해야 맛 좋아

칼슘·비타민 듬뿍…잎·씨·꼭지 버릴 게 없어


한낮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여름이, 아침과 저녁엔 슬슬 찬바람을 몰고 등장한 가을이 느껴지는 요즘, 호박농부들의 손이 분주해진다. 새파랗고 커다란 잎 아래 숨어 있던 늙은호박이 어느덧 맷돌만큼 자랐기 때문이다.

수확을 마친 전남 곡성군 입면 삼음시골농장의 창고엔 한눈에 봐도 묵직해 보이는 늙은호박이 잔뜩 쌓여 있었다. 7월에 수확한 단호박은 농부 모자(母子) 김명희씨(53)와 권기택씨(31)가 먹을 몇개만 남고 이미 제 주인을 찾아 팔려 갔다.

“저 어렸을 적부터 집집마다 마당이나 텃밭에 늙은호박을 키웠어요. 먹을거리 귀하던 그 시절에 탐스럽게 잘 자라는 호박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죠.”

항상 호박을 키우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명희씨가 말했다.

먹을 것이 풍족한 지금도 농촌 곳곳엔 여전히 늙은호박이 자란다. 삼음시골농장 주변 농가만 해도 저마다 키우는 작물은 다르지만 밭 한구석엔 호박 넝쿨이 엉켜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밭 갈기 어려운 경사지고 좁은 땅에도 어김없이 호박이 자라고 있었다.

명희씨도 처음부터 작정하고 판매 목적으로 늙은호박과 단호박을 재배한 건 아니었다. 벼·고추·멜론 등 다양한 작물을 키우면서 자투리 땅에 늙은호박을 심었었다. 오로지 가족끼리 먹을 만큼만 키우려 했는데 너무 잘 자랐다. 온 가족이 먹고 이웃에게 나눠주고도 호박이 남자 3년 전 귀농한 아들 기택씨가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는데 잘 팔렸다. “단호박은 안 키우느냐”는 단골들의 성화에 단호박 재배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해 현재는 약 6611㎡(2000여평) 밭에서 늙은호박과 단호박을 재배하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도 호박은 예외다. 오히려 못생길수록 맛이 좋다. 늙은호박은 골이 깊이 나 있고 하얀 분이 잔뜩 껴 있는 게 달고 맛있다. 붉은빛이 감돌면 더 좋다. 단호박은 꼭지가 갈라지고 녹색이 진할수록 잘 익은 것이다. 또 손톱으로 껍질을 눌러봤을 때 자국이 하나도 남지 않는 단호박이 맛있다.

“호박은 버릴 게 없어요. 넓은 마음으로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작물이죠. 생긴 것도 푸근하니, 방에 놓으면 복이 온다고도 하잖아요.”

귀농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호박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어느새 호박 전문가가 된 기택씨가 말했다. 칼슘·비타민 등이 풍부한 호박은 잎부터 씨까지 다 먹을 수 있다. 마른 호박 꼭지는 우려내 차로 마시고, 씨는 볶아서 먹는다. 여름엔 강된장과 어린 호박잎만 있으면 밥 한그릇 뚝딱이다. 서늘하고 통풍 잘되는 곳에만 놓으면 1년까지도 저장할 수 있으니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은 방에 일년 내내 호박을 쌓아놔요. 하나씩 꺼내 쪄 먹고, 말려 먹고, 반찬으로 만들어 먹고, 떡도 해 먹지요. 그러고도 남아서 동네 사람들 나눠주고요.”

고기가 귀하던 때 “호박이 고기보다 맛있다”며 각종 호박 요리를 해주던 어머니들의 호박 사랑은 여전하다며 명희씨가 웃었다.

곡성=김민지, 사진=김도웅 기자 viv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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